주간동아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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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반격, 기로에 선 국민공천제

문재인은 김무성 엄호…文武同舟에 헷갈리는 네 편, 내 편

  • 이숙현 시사칼럼니스트 mcleesh@gmail.com

    입력2015-10-05 09: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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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반격, 기로에 선 국민공천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월 28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전격 회동한 뒤 논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그들의 오월동주는 그렇게 시작됐다.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 문재인 대표 이야기다. 추석 연휴가 한창이던 9월 28일 김무성과 문재인, 두 대표는 부산에서 만났다. 그것도 단둘이. 양당 대표는 추석 밥상에 왜 그리 급하게 ‘국민공천제’라는 반찬을 올려놨어야 했을까. 이유는 하나다. 둘 다 ‘아프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김 대표는 친박근혜(친박) 세력 혹은 청와대에 의해 또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국정감사가 시작된 9월 10일 ‘마약 사위’ 기사가 터져 나왔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사건’을 떠올린 사람이 필자뿐일까. 이것은 전적으로 무리한 억측이라고 하자. 이어 대통령비서실 정무특별보좌관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9월 15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 불가와 함께 이른바 ‘김무성 대권 불가론’까지 역설했다. 친박계 맏형 서청원 최고위원도 이틀 뒤 물 건너간 오픈프라이머리의 대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그것도 부족했는지 ‘국감 전후로’ 내놓으라며 시기까지 못 박았다. 비박(비박근혜)인지 친박인지 헷갈렸던 원유철 원내대표의 커밍아웃(?)도 이어졌다.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회의론을 공개적으로 들고 나온 것. 김 대표로선 심한 멀미가 나는 게 당연한 일.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사무치게 그리웠을지도 모른다.

    문재인 대표는 또 어땠나. 9월 16일 중앙위원회에서 혁신위원회가 마련한 혁신안이 가까스로 통과됐지만 상처뿐인 승리였다. 당초 혁신안 통과 여부에 대표직을 걸겠다며 재신임을 전격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결국 당 일부 중진과 비주류의 떨떠름한 반응 속에서 재신임 투표 절차는 없던 일이 됐다. 친노(친노무현)의 패권이 늘 문제로 지적되지만 비주류의 애매모호하고 모순적인 자세도 영원한 미스터리다. 봉합국면인가 싶었지만 아니었다. 비주류의 불만, 회의, 의심, 협박 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문 대표 처지에선 결과적으로 대표직을 쥐고 있는 것도, 버리는 것도 어려운 형국이다. 그래서 그도 아프다.

    오픈프라이머리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김 대표, 당 대표직을 유지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여전히 헷갈린 상황에 놓인 문 대표. 소나기는 일단 피하는 게 상책이고, 정치에서 오월동주는 흔한 일. 이들의 만남은 그래서 자연스러웠다. 아픈 사람끼리 만나 안심번호를 도입한 국민공천제에 ‘잠정 합의’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지역구 증감 문제, 선거 연령 등 어려운 숙제는 다음으로 미뤘다.



    여기까진 좋았다. 문제는 유통기한이다. 일명 ‘영도다리 대전’이 성사되면 두 사람은 내년 총선에서 맞붙어 싸워야 할 상대다. 더욱이 두 사람은 잠재적 대권주자로 여론조사 때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다. 그럼에도 각자 당내 문제를 돌파하려면 당장은 서로의 그늘이 필요하다. 관심은 언제까지 두 사람이 한배를 탈 것인가다.

    김무성 대표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뭘까. 김 대표는 새정연의 혁신안 통과로 ‘야당과 동시에 치르는’ 오픈프라이머리가 물 건너가자 ‘취지’는 반드시 살리겠다고 수차례 공언했다. 그래서 짜낸 대안이 안심번호를 도입한 국민공천제다. 그는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겠다’는 본래의 취지를 살렸다는 명분과 야당 대표와 합의까지 했다는 명분을 동시에 쥐고 있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오픈프라이머리에 목을 매는 걸까. 핵심은 공천권이다. 더 노골적으로는 청와대 입김 차단용이라 믿는 듯하다. 그에겐 과거 공천 학살의 피해자라는 트라우마도 있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에서 최대한 우군을 많이 확보해야 대통령선거(대선)까지 바라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친박계의 압박과 함께 ‘청와대발(發) 물갈이론’이 스멀스멀 번지고 있다. 친박이든 비박이든 어느 한쪽이 죽어야 다른 한쪽이 사는 형국이다. 9월 30일 열린 ‘고성과 손가락질’ 의원총회가 단적으로 말해준다.

    문재인 체제로는 안 된다

    그러니 더더욱 밀릴 수 없다. 김 대표는 9월 30일 청와대 관계자의 노골적인 비판에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진노했다. 그다음 날인 10월 1일 최고위원회 불참은 물론, 대통령 참석 행사까지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청와대에 대한 명백한 항의 표시다.

    그럼에도 질문은 이어진다. 과연… 될까. 아무래도 어려워 보인다. 양측 모두 사활을 건 싸움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으로선 후반기 국정운영의 동력 확보는 물론, 퇴임 이후까지 생각한 다목적 포석이 내년 총선 공천권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김 대표는 최근 ‘전략공천’을 노골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친박계를 향해 “내가 있는 한 전략공천은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정치는 (너무 자주)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다. 그간 한 발 전진, 두 발 후퇴했던 김 대표의 과거 전력도 다시 한 번 의심해봐야 한다. 결국 일부 지역의 전략공천을 통해 서로 적당히 ‘성의’를 보이는 선에서 마무리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 게다가 김 대표가 문 대표와 담판(혹은 담합)을 통해 지역구 의석수를 늘리는 일까지 성사시킨다면 서로 윈윈(win-win)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표는 또 어떤가. 그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뭘까. 일단 혁신안 통과라는 고비는 넘겼다. ‘어쨌든’ 재신임 고비도 넘겼다. 다소 불안하지만 지금처럼 친노 중심으로 똘똘 뭉쳐 총선까지 간다면 이후 대선까지 다소 무난히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총선과 대선을 줄줄이 망친 친노들만의 선거가 될지언정. 비주류가 가만있을 리 없다. 이들의 의심은 계속되고 있다. 2012년 ‘친노의 잔치’였던 공천 과정을 분노하며 지켜봤던 이들이다. 단적으로 표현하면 문 대표가 무슨 얘기를 해도 믿지 않는다. 동시에 호남발 신당론도 계속되고 있다. ‘천정배 신당’에 이어 박주선 의원의 이른바 선도탈당도 신경 쓰인다. ‘문 대표 체제로는 안 된다’는 데 공감한 안철수-김한길 전 공동대표는 추석 직후 회동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친박-비박이든 친노-비노(비노무현)든 화려한 명분 뒤에 목적은 하나로 수렴된다. 밥그릇 싸움이고 또 지분 싸움이다. 새정연은 당장 두 가지 고비가 있다. 이미 확정한 20% 전략공천을 누구 몫으로 하느냐다. 비노 처지에서는 친노의 본심(?)을 시험 혹은 재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전에 또 하나가 있다. 현직 의원들을 물갈이할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회’ 인선 문제도 벌써부터 시끄럽다. 문 대표는 이 모든 고비를 잘 넘겨야 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문제가 내부에서 해결되지 않는다면 외부에서라도 풀어야 한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선거 연령 하향 등 원하는 내용을 김 대표와 담판을 통해 받아내야 한다.

    김 대표와 문 대표. 누구의 고통이 더 오래갈지는 결국 총선에 달렸다.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가 더 중요하다. 정치에서 선(善)은 선거에서 ‘무조건 이기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양(총선 승리)은 물론 질(계파 승리)까지 챙겨야 하는 총선을 앞둔 김무성과 문재인, 양당 대표의 잠 못 드는 밤은 당분간 계속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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