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의가 열린 12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문재인, 정세균 의원, 문희상 비대위원장, 우윤근 원내대표, 박지원 의원, 인재근 비대위원이 손을 맞잡고 있다(왼쪽부터). 이날 문재인, 정세균, 박지원 의원은 비대위원직을 사퇴했다.
12월 27일 후보등록, 2월 8일 全大
중도 성향 의원들의 지지를 받으며 ‘전대 다크호스’로 떠오른 김부겸 전 의원도 이날 “(경선)판이 대주주들의 계파 대리전처럼 돼 있고 심지어 조폭들의 영역 싸움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직격탄을 날렸고,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김영환 의원은 “빅3는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며 “당 노선을 바로 세우기 위해 치열한 토론이 필요하다. 계파 수장이란 이유로 비대위원이 됐고, 그 기득권을 이용해 당권주자로 나서는 빅3는 책임 있게 답해야 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새 지도부는 차기 총선 공천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만큼 2월 8일 전대 결과에 따라 당내 주도 세력 교체와 야권 지형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12월 27일 후보등록일 직전 ‘빅3’가 출마 선언을 하면서 차기 당권을 향한 거물들의 치열한 격돌이 예상된다.
본격 당권 경쟁에 앞서 샅바싸움부터 치열했다. 계파 간 핵심 쟁점은 선거인단(대의원, 권리당원, 일반당원 및 국민) 비율. 일반 국민의 지지 기반이 가장 넓은 친노(친노무현) 진영에서는 4:3:3을, 비노(비노무현) 측에서는 호남 지역에 많은 권리당원 비중을 높여 3:5:2 구성 비율을, 당내 지지 기반이 탄탄한 정세균계는 대의원 비율이 높은 5:3:2를 들고 나왔다.
계파 간 ‘합의 불발’로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는 당초 약속보다 사흘 늦은 12월 18일 대의원과 권리당원, 일반당원 및 국민의 비율을 각각 4.5:3:2.5로 최종 합의했다. 일반당원 비율(2.5)은 국민여론조사와 당원여론조사를 각각 1.5:1 비율로 반영키로 했다. 절충안으로 권리당원 비율을 확대하고 일반국민 비율을 축소한 3.5:4:2.5 안이나 전 당원투표제(권리당원에게 100%) 도입도 거론됐지만 결국 계파 간 합의로 새로운 안이 선택된 것. 27∼28일 후보등록을 하고 내년 1월 7일 예비경선(컷오프)을 거쳐 2월 8일 당대표 1명과 최고위원 5명을 선출한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환, 박주선, 김동철, 이인영 의원(왼쪽부터).
선거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12월 17일 ‘빅3’의 마지막 비대위 회의 발언은 전대 출마 선언을 방불케 했다. 문 의원은 “국민은 우리 당에 묻고 있다. 야당 구실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이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권을 엎고 정권교체에 성공해 나라를 살릴 각오와 능력이 있는지 묻고 있다”고 했고, 정 의원은 “2·8전대가 새정치연합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국가 비전과 정당 혁신을 놓고 경쟁하는 전대가 될 수 있도록 당과 구성원 모두 함께 노력해줄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광주 지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정세균, 문재인 의원이 나오지 않더라도 내 뜻(당대표 출마)에는 변함이 없다”며 “정세균, 문재인 의원이 단일화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그 둘은 절대 단일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식 출마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빅3’는 이미 선거운동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영남 지역 한 지역위원장은 “(빅3 중 한 의원은) 이미 전체 총괄, 조직·지역 총괄 인사들이 정해져 활동하고 있고 각종 간담회, 토론회 형식으로 대의원들을 만나고 있다”며 “5명을 뽑는 최고위원 중에서도 우리 측 (계파) 인사들을 당선시켜야 하기 때문에 출마 후보자들을 선별하고 있다. 다른 캠프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문재인 의원 측 관계자도 ‘주간동아’와 전화통화에서 “문 의원이 당대표 출마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박지원 의원이) 전대에서 ‘호남정치 복원’을 내세운다 해도 우리 역시 이미 전략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대통령선거(대선) 후보로 낙점한 호남 민심은 쉽게 동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문 의원의 당선을 공언했다.
당 비주류 재선의원 10여 명이 빅3 불출마를 권유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당권 경쟁은 ‘친노 대 비노’ ‘문재인 대 반문재인’ 구도로 흘러갈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사실상 문재인 1강 체제가 형성됐다는 분석도 나오면서 빅3 계파 간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야당으로선 호기를 잡았는데, 전대가 친노와 비노 간 진흙탕 싸움으로 흐르면 오히려 청와대와 여당을 도와주게 된다”며 “차기 지도부는 공천권을 행사하는 만큼 전대 과정에서 계파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테고, 이는 자칫 분당 사태로 이어질 수 있어 ‘빅3’ 불출마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2·8전대를 앞두고 ‘다크호스’로 떠오른 김부겸 전 의원도 ‘빅3’ 모두 출마 뜻을 굽히지 않는 만큼 당권 경쟁에서 하차하는 모습이다. 김 전 의원은 당초 12월 17일 불출마 선언을 하려 했으나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고) 내가 버티면 다른 후보들도 여기저기서 도전장을 내는 등 당의 활성화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선배 의원의 충고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유인태 의원이 전날 “김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 친노와 비노 구도를 막기 위한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설득해 이날 불출마 기자회견을 유보했다는 설명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유력 주자들이 비노 진영과 적극적으로 결합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당대표 후보 3명, 최고위원 후보 8명이 컷오프 형태로 본선에 오르기 때문에 ‘빅3’에 포함되지 못한 비주류 후보들은 ‘들러리’가 될 공산이 크다. 친노 대 비노 일대일 구도가 아니면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를 넘어서기엔 현실적으로 역부족이기 때문. 따라서 다른 주자들은 교통정리에 나서고 있다.
현재는 김영환, 박주선, 조경태, 김동철 의원 등 비노 진영에서 출마 뜻이 있는 다선의원들이 단일화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김 전 의원의 불출마가 확정될 경우, 박영선 전 원내대표 등이 ‘제3후보’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영환, 김동철, 박주선 의원은 단일화에 이미 합의했다.
또 ‘486그룹’인 이인영 의원도 “당을 새롭게 혁신하는 전면적 리더십 교체의 깃발을 들겠다”며 ‘리더십 교체’를 명분으로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전병헌 전 원내대표도 “(당대표와 최고위원) 양쪽 출마 가능성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비노 후보 간 최적의 ‘표 결집’을 두고 치열한 머리싸움도 예상된다.
현실은 여전한 계파정치
당권 주자들은 리더십 교체, 계파정치 청산, 통합 전대 등을 내세우며 출사표를 던졌지만 내심 표 계산에 분주하다. 계파정치를 손가락질해도 현실적으로 ‘믿을 한 표’는 계파의 힘에서 나온다는 게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하소연이다.
새정치연합 한 의원은 “선거 기탁금은 1억 원 미만이지만, 보이지 않는 선거비용이 최고위원 선거는 최소 3억~5억 원, 당대표 선거는 10억 원 정도”라며 “계파 의원과 당원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정치적 명분만 앞세워 선거에 뛰어들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귀띔했다. 시스템적으로 계파정치, 줄서기 정치가 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원외지역위원장은 “지난 달 전국적으로 지역위원장을 선정했는데, 친노와 비노 간 자기 사람 심기가 대단했다. 문재인계가 강하게 반대했지만 박지원계와 정세균계가 도와줘 살아남는 지역위원장도 꽤 있었다”며 “특정 계파가 강하게 반대하면 지역위원장에서 밀리는 상황이고, 특정 계파 지지로 지역위원장이 됐으니 당연히 표를 몰아줄 수밖에 없는 당내 정치 시스템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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