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YS)은 지난 2월11일 7일간의 일본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김대중 대통령은 이제 실질적으로 임기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김대통령을 또 한 차례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대통령에 대한 YS의 태도와 언사야 으레 그래왔던 것이기에 또 한 번 감정풀이를 하는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는 발언이다.
그러나 김대통령에 대한 YS의 비판과는 달리 지금 김대통령과 여권 핵심부는 연일 ‘강력한 대통령-정부-여당’을 외치고 있다. 동교동계의 한 고위 인사는 “소위 ‘강-강-강’ 기조가 앞으로 한참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8월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이 청와대 직원 월례조회에서 “국민의 정부에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이란 없다”고 강조한 사실을 떠올리게 하는 정국운영 기조다.
그렇다면 김대통령과 여권 핵심부로 하여금 이렇게 ‘강-강-강’을 외치도록 만든 전략 기조는 어디에서 출발했을까. 여권 핵심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강력한 대통령과 정부라는 말이 나온 이면에는 ‘성공한 대통령’이란 개념과 이론적 배경이 있다”며 “이 개념이 임기 말을 맞는 김대통령의 지침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 역시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김대통령의 국정운영 지표는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컨셉트(개념)다. 이와 연계되는 여러 정책들이 레임덕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한 대통령론’은 이미 김대통령의 발언에서도 간접적이나마 두 차례 표출된 바 있다. 1월4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의 청와대 영수회담에서 김대통령은 “야당은 협력보다는 나를 ‘실패한 대통령’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직설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1월20일 민주당 창당 1돌을 맞아 민주당사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치사를 통해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실패에 의해서 집권하겠다는 잘못된 생각을 버리고 정책대결을 통해 국민의 신망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는 야당과 협력해서 2년 동안 국정을 안정 속에 성공적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도 말했다. 다시 말해 김대통령의 발언 뒤에는 자신은 전임 대통령들처럼 ‘실패한 대통령’으로 분류되기 싫다는 의지가 매우 강력하게 표출된다고 할 수 있는 것.
그렇다면 이처럼 김대통령이 ‘성공’과 ‘실패’의 대립적 개념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이에 대해 여권의 정통한 소식통들은 김대통령이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전한다.
당시 민주당 장성민 의원이 ‘노벨평화상은 역대 정치인 수상자들에게 더없이 큰 영예를 줬지만 수상 이후 국정운영 측면에서는 성공과 실패가 엇갈렸다’고 평가한 분석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 당시 장의원은 고르바초프 전 소련대통령은 개혁-개방정책으로 탈냉전의 역사적 흐름을 만들어냈지만 개인적으로 개혁주체세력 형성 실패와 대중적 리더십 부재로 몰락했고,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은 인종차별을 철폐하고 적절한 시점에 명예롭게 은퇴해 개인적으로 성공했지만 국내 치안 및 경제정책 실패와 흑-흑 갈등 책임회피 등 정책적으로 실패한 경우를 예로 들었다.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도 각기 실패한 예로 꼽혔다.
이같은 분석이 나온 이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실(수석비서관 김성재)에서 ‘김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 두어 차례의 회의가 열렸고, 그 결과 ‘성공한 대통령’이란 개념이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것.
따라서 김대통령이 신년에 들어오자마자 “인기에 연연하지 않겠으며 물러나서 평가받겠다” “우리가 가는 길이 옳으며 너무 겁내는 것이 도리어 문제다”(1월5일 민주당 지구당위원장 신년하례) “확고한 의지와 원칙을 가지고 법대로 해나가겠다”(1월6일 76회 생일 인사) 등 어느 때보다도 확고하고 결연하게 말한 것 역시 이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 수석실의 보고를 받아 종합해서 작성된 김대통령의 1월11일 연두 기자회견문에서 유독 ‘강력한 정부론’이 강조된 것 역시 정책기획수석실에서 집중적으로 건의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개혁 성향이 강한 김성재 수석은 개혁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좀더 강공 드라이브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최근의 ‘강-강-강 전략’ 또한 ‘성공한 대통령’으로 가기 위한 조처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는 것.
김성재 수석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2월12일 ‘악법은 법이 아니다’라는 논리로 ‘강력한 정부’를 거듭 비판한 데 대해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고 “강력한 정부는 ‘스트롱 거버먼트’가 아니라 ‘파워플 거버먼트’란 뜻”이라며 “과거처럼 권위적, 물리적 힘에 의하지 않고 법과 원칙을 지키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바로 김대통령이 강조하는 강력한 정부”라고 설명했다.
‘성공한 대통령론’은 청와대에서 내부적으로 설정한 하나의 개념일 뿐 이를 정책 아젠다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개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김대통령의 잔여 임기 2년 동안 이 개념이 각종 정책 사안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국내외 증권사, 투신사, 선물회사 대표와 4대 연-기금 대표 등 120명이 참석한 2월8일의 증시 관계자 청와대 오찬 간담회만 해도 김대통령의 인위적인 ‘증시 밀어주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있다. 이날 김대통령은 “지난해에는 어려웠지만 새해엔 증시가 활력을 찾고 있다”며 “정부도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임기까지 흔들림 없이 지원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이와 발을 맞춰 이날 정부는 주식시장 안정을 위해 현재 8조원대인 4대 연-기금의 주식투자 규모를 2, 3년 안에 약 25조원 수준까지 큰 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물론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 방침이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다른 입장을 취할 수 있고, 성공 여부도 단정짓기 힘들다. 그렇지만 이런 정책의 추진 배경에 ‘성공한 대통령론’이란 개념이 깔려 있다면 그 부작용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최근의 경기부양과 관련한 경제계의 논란 역시 이런 배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김대통령이 4대 개혁 추진 상황을 점검, ‘약속 시한이 다 돼 간다’며 “중요한 결산을 한다는 각오로 임해달라”고 관계부처장을 독려하는 것 역시 ‘4대 개혁의 성공’을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새로운 아젠다로 넘어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성공한 대통령론’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 역시 만만치 않다. 비판적인 인사들은 우선 “현재 30% 대의 대통령 지지도가 그렇게 쉽게 올라갈 수 있겠느냐”고 의구심을 표시한다. 또한 앞으로의 잔여임기 2년은 온통 차기 대통령 선거를 위한 소용돌이가 될 수밖에 없으며, 아무리 강력한 정책을 펼친다 해도 이같은 상황을 피해가기 어렵기 때문에 이 소용돌이 속에서 현 정부가 방향을 잃을 가능성도 많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려대 함성득 교수(대통령학)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실패하지 않는 대통령이 되려는 자세가 더 필요하다”면서 “지금은 무엇인가 새로운 아젠다를 만들어 국력을 그곳에 집중시킬 때가 아니라 지금 추진하고 있는 일들을 실질적으로 완성시키고 마무리할 때”라고 강조한다. “대통령제의 숙명일 수 있는 레임덕을 거부할 것이 아니라, 그 레임덕을 인정하고 실패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먼저”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김대통령에 대한 YS의 비판과는 달리 지금 김대통령과 여권 핵심부는 연일 ‘강력한 대통령-정부-여당’을 외치고 있다. 동교동계의 한 고위 인사는 “소위 ‘강-강-강’ 기조가 앞으로 한참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8월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이 청와대 직원 월례조회에서 “국민의 정부에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이란 없다”고 강조한 사실을 떠올리게 하는 정국운영 기조다.
그렇다면 김대통령과 여권 핵심부로 하여금 이렇게 ‘강-강-강’을 외치도록 만든 전략 기조는 어디에서 출발했을까. 여권 핵심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강력한 대통령과 정부라는 말이 나온 이면에는 ‘성공한 대통령’이란 개념과 이론적 배경이 있다”며 “이 개념이 임기 말을 맞는 김대통령의 지침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 역시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김대통령의 국정운영 지표는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컨셉트(개념)다. 이와 연계되는 여러 정책들이 레임덕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한 대통령론’은 이미 김대통령의 발언에서도 간접적이나마 두 차례 표출된 바 있다. 1월4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의 청와대 영수회담에서 김대통령은 “야당은 협력보다는 나를 ‘실패한 대통령’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직설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1월20일 민주당 창당 1돌을 맞아 민주당사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치사를 통해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실패에 의해서 집권하겠다는 잘못된 생각을 버리고 정책대결을 통해 국민의 신망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는 야당과 협력해서 2년 동안 국정을 안정 속에 성공적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도 말했다. 다시 말해 김대통령의 발언 뒤에는 자신은 전임 대통령들처럼 ‘실패한 대통령’으로 분류되기 싫다는 의지가 매우 강력하게 표출된다고 할 수 있는 것.
그렇다면 이처럼 김대통령이 ‘성공’과 ‘실패’의 대립적 개념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이에 대해 여권의 정통한 소식통들은 김대통령이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전한다.
당시 민주당 장성민 의원이 ‘노벨평화상은 역대 정치인 수상자들에게 더없이 큰 영예를 줬지만 수상 이후 국정운영 측면에서는 성공과 실패가 엇갈렸다’고 평가한 분석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 당시 장의원은 고르바초프 전 소련대통령은 개혁-개방정책으로 탈냉전의 역사적 흐름을 만들어냈지만 개인적으로 개혁주체세력 형성 실패와 대중적 리더십 부재로 몰락했고,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은 인종차별을 철폐하고 적절한 시점에 명예롭게 은퇴해 개인적으로 성공했지만 국내 치안 및 경제정책 실패와 흑-흑 갈등 책임회피 등 정책적으로 실패한 경우를 예로 들었다.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도 각기 실패한 예로 꼽혔다.
이같은 분석이 나온 이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실(수석비서관 김성재)에서 ‘김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 두어 차례의 회의가 열렸고, 그 결과 ‘성공한 대통령’이란 개념이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것.
따라서 김대통령이 신년에 들어오자마자 “인기에 연연하지 않겠으며 물러나서 평가받겠다” “우리가 가는 길이 옳으며 너무 겁내는 것이 도리어 문제다”(1월5일 민주당 지구당위원장 신년하례) “확고한 의지와 원칙을 가지고 법대로 해나가겠다”(1월6일 76회 생일 인사) 등 어느 때보다도 확고하고 결연하게 말한 것 역시 이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 수석실의 보고를 받아 종합해서 작성된 김대통령의 1월11일 연두 기자회견문에서 유독 ‘강력한 정부론’이 강조된 것 역시 정책기획수석실에서 집중적으로 건의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개혁 성향이 강한 김성재 수석은 개혁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좀더 강공 드라이브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최근의 ‘강-강-강 전략’ 또한 ‘성공한 대통령’으로 가기 위한 조처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는 것.
김성재 수석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2월12일 ‘악법은 법이 아니다’라는 논리로 ‘강력한 정부’를 거듭 비판한 데 대해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고 “강력한 정부는 ‘스트롱 거버먼트’가 아니라 ‘파워플 거버먼트’란 뜻”이라며 “과거처럼 권위적, 물리적 힘에 의하지 않고 법과 원칙을 지키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바로 김대통령이 강조하는 강력한 정부”라고 설명했다.
‘성공한 대통령론’은 청와대에서 내부적으로 설정한 하나의 개념일 뿐 이를 정책 아젠다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개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김대통령의 잔여 임기 2년 동안 이 개념이 각종 정책 사안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국내외 증권사, 투신사, 선물회사 대표와 4대 연-기금 대표 등 120명이 참석한 2월8일의 증시 관계자 청와대 오찬 간담회만 해도 김대통령의 인위적인 ‘증시 밀어주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있다. 이날 김대통령은 “지난해에는 어려웠지만 새해엔 증시가 활력을 찾고 있다”며 “정부도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임기까지 흔들림 없이 지원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이와 발을 맞춰 이날 정부는 주식시장 안정을 위해 현재 8조원대인 4대 연-기금의 주식투자 규모를 2, 3년 안에 약 25조원 수준까지 큰 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물론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 방침이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다른 입장을 취할 수 있고, 성공 여부도 단정짓기 힘들다. 그렇지만 이런 정책의 추진 배경에 ‘성공한 대통령론’이란 개념이 깔려 있다면 그 부작용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최근의 경기부양과 관련한 경제계의 논란 역시 이런 배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김대통령이 4대 개혁 추진 상황을 점검, ‘약속 시한이 다 돼 간다’며 “중요한 결산을 한다는 각오로 임해달라”고 관계부처장을 독려하는 것 역시 ‘4대 개혁의 성공’을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새로운 아젠다로 넘어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성공한 대통령론’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 역시 만만치 않다. 비판적인 인사들은 우선 “현재 30% 대의 대통령 지지도가 그렇게 쉽게 올라갈 수 있겠느냐”고 의구심을 표시한다. 또한 앞으로의 잔여임기 2년은 온통 차기 대통령 선거를 위한 소용돌이가 될 수밖에 없으며, 아무리 강력한 정책을 펼친다 해도 이같은 상황을 피해가기 어렵기 때문에 이 소용돌이 속에서 현 정부가 방향을 잃을 가능성도 많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려대 함성득 교수(대통령학)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실패하지 않는 대통령이 되려는 자세가 더 필요하다”면서 “지금은 무엇인가 새로운 아젠다를 만들어 국력을 그곳에 집중시킬 때가 아니라 지금 추진하고 있는 일들을 실질적으로 완성시키고 마무리할 때”라고 강조한다. “대통령제의 숙명일 수 있는 레임덕을 거부할 것이 아니라, 그 레임덕을 인정하고 실패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먼저”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