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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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가야사 확립해 임나일본부설 퇴치하겠다”

삼국 아닌 사국시대로 고대사 재정립…20대 국회에서 특별법 제정 박차

  • | 고령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18-01-16 13: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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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야문화권 지역발전 시장 · 군수협의회 의장 곽용환 경북 고령군수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 1958년 경북 고령 출생
    ● 가야대 졸업, 영남대 행정학 석사
    ● 고령군 쌍림면 · 운수면 ·  다산면장, 주민자치과장, 문화체육과장 역임
    ● 현 고령군수(민선 5~6기)


    지난해 6월 1일 문재인 대통령은 새 정부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가야문화권 조사·연구 및 정비’를 지시했다. 취임 한 달도 안 된 시점, 문 대통령 스스로도 “약간 뜬금없는 이야기 일수도 있다”고 밝힌 전격적 조치에 옛 가야문화권에 속한 영호남지역 지방자치단체(지자체)는 일제히 반색했다. 

    해당 지자체들은 일찌감치 2005년 2월 ‘가야문화권 지역발전 시장·군수협의회’(협의회)를 발족, 활동해왔다. 협의회는 대구, 경북, 경남, 전북, 전남 등 5개 시도의 22개 시·군(달성·고령·성주·상주·의령·함양·창녕·산청·거창·합천·함안·하동·고성·김해·장수·남원·임실·구례·곡성·광양·순천·여수) 단체장으로 구성된 거대 행정협의체다.
     
    그 중심에 선 이가 협의회 의장인 곽용환(60) 경북 고령군수다. 곽 군수는 고령군에서 태어나 가야대를 졸업하고 영남대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7년 공직 입문 이래 2009년까지 고령군청에서만 33년간 공직생활을 한 토박이다. 2010년 당선해 지금까지 군정을 이끌고 있다. 

    가야문화권 조사·연구 및 정비가 국정과제에 포함된 지 7개월. 하지만 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다. 곽 군수를 1월 4일 군청 집무실에서 만나 가야문화권 역사 재조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22개 시 · 군 거대 행정협의체

    [사진 제공 · 고령군]

    [사진 제공 · 고령군]

    문 대통령이 가야문화권 조사 · 연구 및 정비를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하라고 지시한 연유가 뭐라고 보나.
     

    “가야문화권 조사·연구 및 정비는 통합과 공존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담긴 사업이다. 영호남에 고루 분포한 가야문화권에 대한 조사·연구를 통해 지역 통합과 공존 메시지를 전 국민에게 알릴 수 있다. 또 가야사의 올바른 정립이 왜곡된 한일 고대사를 바로잡는 데 큰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고령군은 가야문화권 중심 도시다. 국정과제 포함이 갖는 의미가 각별할 법한데. 

    “고령군은 1600년 전 대가야 도읍지로, 후기 가야연맹의 맹주였다. 가야금을 창제한 악성(樂聖) 우륵의 고장이며, 704기에 달하는 지산동 고분군(사적 제79호)과 주산성 등의 유적을 품고 있어 ‘가야박물관’이나 마찬가지다.” 

    협의회 구성 취지와 그동안 활동 및 성과는. 

    “가야문화라는 공통된 역사 인식을 갖는 시·군 상호간 공동발전과 영호남 지역갈등 해소를 위해 구성됐다. 매년 2차례 정기회의, 워크숍, 공직자 체육대회를 갖고 있다. 2015년과 지난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청회와 세미나를 열어 ‘가야문화권 개발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발의 및 제정을 위해 힘을 모았다. 관광개발계획 용역과 특정지역 지정 연구용역의 공동수행을 통해 2010년 가야문화권 특정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2016년 9월 국민통합 우수사례에도 선정됐다.” 

    자유한국당 이완영(고령·성주·칠곡)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민홍철(경남 김해갑) 의원이 각각 발의한 2개 특별법은 통합 조정돼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의결을 앞두고 있다. 

    특별법의 기대 효과는 무엇이며, 조속한 제정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나. 

    “특별법 제정은 가야문화권의 관광인프라 구축, 역사 재조명을 위한 것이다. 세부 내용은 가야문화권 투자진흥지구 지정과 각종 개발사업 시행, 가야문화권 역사·문화환경 보존 및 관광산업 진흥 기반 조성, 도로·철도 확충, 지역 특화산업 육성 및 지자체 간 연계협력사업 추진 등이다. 앞으로 특별법 제정을 위해 가야문화 축제, 세미나 개최 등을 통해 영호남 화합의 장(場)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2012년부터 경북과 경남도, 고령군, 김해시, 함안군 등 5개 광역·기초자치단체가 고령 지산동 고분군, 김해 대성동 고분군, 함안 말이산 고분군의 202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손을 맞잡았다. 진척 상황과 향후 일정은. 

    “이들 3개 고분군은 2013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고, 2015년 3월엔 ‘우선등재 추진대상’에 선정됐다. 이에 2015년 10월 문화재청과 5개 지자체는 ‘세계유산 등재 추진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지난해 2월엔 ‘가야고분군 등재추진단’도 발족했다. 올해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작성한 뒤 201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의 심사를 거치면 2020년 7월 등재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704기 고분으로 이뤄져 국내 최대 규모의 고령 지산동 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추진되고 있다. [사진 제공 · 고령군]

    704기 고분으로 이뤄져 국내 최대 규모의 고령 지산동 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추진되고 있다. [사진 제공 · 고령군]

    현재 고령군 대가야박물관에선 지난해 9월 27일 대가야박물관과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공동주최로 개막한 ‘대가야 왕릉 속의 비밀, 지산동 518호분’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2012~2013년 발굴조사를 마무리한 고령 지산동 고분군 518호분의 조사 성과와 출토 유물을 일반에 최초로 공개하는 자리다. 전시 유물은 관모장식, 귀고리 등 장신구와 갑옷, 투구, 말갖춤(馬具類) 등 무기류를 포함한 257점. 전시 기간은 2월 25일까지다. 

    관람객 현황과 반응은. 

    “전국 유일의 대가야사 전문박물관인 대가야박물관은 2005년 개관 이래 매년 한두 차례 이상 특별전을 개최해왔다. 이번 전시도 개막 이후 1월 7일 현재까지 4만1873명이 방문했다. 관람객은 이번 전시가 대가야 고분문화의 우수성과 지산동 고분군의 세계유산적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자리가 됐다며 크게 만족해한다.” 

    그럼에도 가야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아직 그리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문화재 및 학술계를 넘어 가야사 대중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낄 텐데. 

    “가야사는 ‘잊힌 왕국’ ‘신비의 왕국’ ‘철의 왕국’ 등으로 인식돼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조사를 통해 가야의 역사·문화가 삼국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으며, 영호남의 광범위한 지역을 아우른 고대국가로 발전했음이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 고대사를 삼국시대가 아닌 사국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이론이 힘을 얻고 있다. 협의회를 중심으로 가야사의 실체를 밝히고 대중화하도록 하겠다.” 

    지난해 고령군에서 대가야 궁성지로 추정되는 해자(垓字)와 성벽 터, 산성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가야사 연구 · 복원에서 갖는 의의는. 

    “죽은 자들의 영역인 지산동 고분군, 유사시 주민 대피를 위한 주산성 외에도 최근 대가야 최고지배층의 생활공간으로 보이는 대가야 궁성지 추정 해자와 성벽 터가 처음 발견됐다.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신라와 대치하던 요새인 봉화산성도 발견됨으로써 대가야의 국가 발전 수준과 위상, 국방력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국정과제 포함은 그동안 신라사에 가려 빛을 못 본 가야사 연구를 활성화한다는 점에선 고무적이다. 하지만 단기간에 가야사 복원을 서두르다 보면 자칫 부실 발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없지 않다. 

    “역사 연구는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다. 학계와 관련 전문가가 긴밀히 소통해 가야사 재정립과 가야문화 복원·정비에 머리를 맞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최근 문화재청이 가야사 복원·정비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짜고 있다. 엄정한 연구와 과학적 조사를 통한 가야사의 실체 확인, 그것을 토대로 균형 있는 유적 보존과 정비를 통해 국민이 가야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가야문화권 대중화에 매진

    지난해 고령군에서 처음 발견된 대가야 궁성지 추정 발굴 현장. [사진 제공 · 고령군]

    지난해 고령군에서 처음 발견된 대가야 궁성지 추정 발굴 현장. [사진 제공 · 고령군]

    가야 유적을 낀 영호남 지자체들이 최근 정부에 요청한 가야사 관련 예산이 3조 원에 달한다. 해당 지자체 간 과당경쟁과 혈세 낭비도 우려되는데. 

    “지금까지 신라와 백제 문화에 투입된 국가예산이 수십조, 수백조 원에 이른다고 들었다. 가야사 조사와 복원은 이제 시작 단계로, 신라·백제사에 비해 관련 예산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협의회는 국가예산이 지자체 간 사업 갈라먹기나 혈세 낭비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가야문화권 조사·연구 기반 구축, 가야사 연구 활성화, 가야문화의 역사적 가치 재조명, 대국민 활용 기반 구축 등 중·장기 계획을 수립, 실천해나갈 것이다.” 

    향후 협의회 활동 방향과 구체적 계획은. 

    “협의회는 먼저 상대적으로 연구가 미흡하던 가야사의 자리매김을 위해 학술적 연구를 지원할 계획이다. 조사·연구를 통해 가야의 실체를 밝히고 가야사를 재정립하고자 학술회의를 지속적으로 열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가야사 대계’를 편찬할 예정이다. 둘째, 해당 시·군 모두가 참여하는 보존·정비·활용 사업도 추진한다. 현재 발의 중인 특별법이 제정되면 가야문화권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는 물론, 영호남의 상생협력을 위한 제도적 근거가 마련돼 우수하고 다양한 가야문화의 체계적인 발굴·복원·정비, 광역관광자원화, 국가 균형 발전이 가능해진다. 20대 국회 회기 내 완료하고자 협의회 소속 모든 시·군이 힘을 모으고 있다. 셋째, 자라나는 다음 세대를 위해 가야문화권 대중화를 추진하겠다. 조사·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초중등 역사교과서에 가야역사와 문화의 서술 비중을 늘리는 한편,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가야사 시민강좌 개설, 가야유적 탐방 등을 통해 가야문화권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일 계획이다. 특히 일본 야마토왜(大和倭)가 4세기 후반 한반도 남부지역에 진출해 백제·신라·가야를 지배하고, 가야에 일본부(日本府)라는 기관을 둬 6세기 중엽까지 직접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에 대응하는 올바른 역사관을 정립해나갈 것이다.” 

    가야문화권 조사·연구 및 정비 사업 외에 김천~거제 간 KTX 조기 착공, 대구~광주 간 동서내륙철도(달빛내륙철도) 건설, 대구산업선 철도 건설 등 고령군과 관련한 3개 사업도 100대 국정과제에 선정돼 고령군은 현 정부 들어 ‘뜨는’ 지자체가 됐다. 군(郡)에 투입될 예산도 수천억 원에 이른다. 고령 토박이로서 감회는. 

    “올해는 고령군 역사 이래 가장 큰 사업들이 펼쳐질 것이다. 김천~거제 간 KTX 조기 착공은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재정 사업으로는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결론에 따라 민자사업으로 재추진된다. 총사업비 약 4조7440억 원을 들여 총연장 181km 규모의 고속화철도를 건설하는 서부대개발의 핵심 사업으로, 고령군 경제지도를 바꿀 것이다.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민자적격성 조사를 진행 중인데,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면 실시설계와 착공이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영호남 상생 공약인 대구~광주 간 동서내륙철도 건설은 동서화합 차원에서 의미가 크며, 가야문화권을 관통하는 철도교통체계 구축으로 문화·관광 분야 발전을 촉진할 것이다.” 

    ‘가야문화특별시’를 바라보는 고령군. 520년 대가야 왕국의 잊힌 역사를 되새김할 ‘복원의 습작(習作)’은 어떤 ‘뜬금없지 않은’ 결실로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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