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3일 멕시코에서는 연방예방경찰 소속 경찰관 3명이 200여명의 마을 주민들한테서 집단 구타를 당한 뒤 그중 2명이 산 채로 화형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들 3명의 경찰관은 마을 주민들에게 붙잡혔을 당시 “마약단속을 위해 비디오 촬영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은 “경찰관들이 초등학교 앞에서 비디오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순찰차에서 아이들 사진과 함께 신상 정보가 자세히 적힌 목록이 발견됐다”면서 이들을 납치범 일당으로 보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경찰관 2명이 “우리가 직접 처벌하자”고 나선 마을 주민들에 의해 쓰레기더미 위에 눕혀진 채 화형을 당한 것이다.
경찰관 선발 과정 허술 함량 미달자 많아
그런데 이들이 화형당하기 전 이미 200여명의 경찰관들이 마을 인근에 도착해 있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사건은 더욱 복잡해졌다. 경찰관들이 성난 마을 주민들을 적절히 조처하지 못한 데 대해 멕시코 일각에서는 “경찰 내부 조직과 연관된 범죄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이들의 죽음을 방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아무튼 멕시코 사회는 이번 사건을 경찰관을 산 채로 화형시켰다는 엽기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경찰에 대한 멕시코인의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멕시코 경찰 조직은 크게 연방정부 소속인 연방수사국(AFI), 연방예방경찰(PFP), 국가안전연구센터(CISEN)와 자치주 소속인 지방경찰(PE), 멕시코시티 정부 소속인 예방경찰(PP), 사법경찰(PJ)로 나뉜다. 이 가운데 PP와 PJ의 조직이 부정부패가 가장 심하다. 이들은 다른 경찰로부터도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연방정부 소속 경찰은 대부분 경찰학교를 나오거나 경찰시험을 통과해야 선발될 수 있는 데 반해 PP나 PJ는 원하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멕시코인들은 허술한 자격 기준을 꼬집어 “범죄자라도 PP나 PJ가 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특히 PJ의 경우 친구나 친인척 소개로 경찰관을 선발하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럽게 유착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부패의 행태도 전담 업무에 따라 각각 다르다. 마약, 밀수, 조직범죄 등 규모가 큰 범죄를 다루는 AFI나 PFP와 달리 PP나 PJ는 ‘좀도둑형’이다.
AFI와 PFP는 마약·밀수 단속을 빙자해 컨테이너째 마약을 압수한 뒤 이를 다른 상인에게 팔아 큰 이익을 챙기거나 차량 검색을 핑계로 운전자를 따돌린 뒤 차 안에 마약이나 불법 제품을 던져놓고 거액의 돈을 요구한다. 반면 PP나 PJ는 거리에서 잔돈을 챙기는 식이다. 이들의 잦은 ‘금품수수’ 탓에 멕시코인들이 체감하는 경찰 부패지수는 PJ가 단연 높으며 PP가 그 뒤를 따른다. 때문에 멕시코인들은 “PP는 도둑놈이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이 조금 있는 데 반해, PJ는 도둑이면서 살인도 꺼리지 않는 나쁜 놈들”이라고 말한다.
특히 PP와 PJ는 늦은 저녁시간이나 으슥한 장소에서 권총강도로 변신하기도 한다. 상업에 종사하는 한국 교민 H씨도 권총강도로 변한 PP 소속 순찰대원에게 그날의 수입을 모두 강탈당한 경험이 있다. 또 치한의 추행을 피해 경찰관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멕시코 여성 J씨는 “순찰차로 안전한 곳까지 데려다주겠다”는 경찰관에게 오히려 강간을 당했다.
이들의 범죄 행각은 경찰서 안이라고 멈추지 않는다. 휴대전화 도난신고를 하러 경찰서를 찾은 L씨는 담당 경찰관의 ‘보험금을 노린 허위신고’라는 억지와 ‘허위신고는 구속 사유’라는 협박에 오히려 수천 페소를 주고서야 경찰서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데도 처벌받는 경찰관이 드물다는 것이다. 이들의 범법행위가 동료들에 의해 묵인 또는 은폐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신고하는 것을 꺼리는 형편이다. 해결될 가능성도 희박하거니와 이로 인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거리 아이들 상대로 강간·폭행 일삼기도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맨 온 파이어’는 멕시코시티를 배경으로 한 납치사건을 다루었다. 영화 속 경찰 마피아 조직은 납치에 직접 가담하는 것은 물론 인질 구출을 위한 돈까지도 빼돌리는 파렴치한으로 그려졌다. 안타깝게도 멕시코의 현실은 이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납치조직의 70%가량이 직·간접적으로 전·현직 경찰관과 연계돼 있는 실정. 멕시코 모렐로스 주의 카를로스 페레도 주지사도 “경찰관들이 납치 수법을 너무 잘 알고 있어 경찰관 생활을 그만둔 뒤 새로운 범죄단체를 조직한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영세 상인이나 빈민층에 멕시코 경찰은 가난보다 무서운 존재다. 집이 없거나 부모한테서 버림받은 ‘거리의 아이들’ 중 여자아이는 멕시코 경찰의 성 노리개로 전락한다. 경찰관이 거리의 여자아이들을 상대로 강간과 폭행을 일삼고 있음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매춘여성 또한 멕시코 경찰의 주 수입원 중 하나다. 멕시코는 매매춘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경찰관은 매춘여성의 주위를 맴돌며 호객 행위를 하는 여성에게서 금품을 뜯어내고 매춘여성을 사는 남자를 뒤쫓아 금품을 요구한다.
거리의 노상주차 관리요원도 경찰에 일정 금액을 상납한다. 멕시코 정부는 장애인이나 생활보호 대상자를 운전자들에게서 일정 금액을 받는 노상주차 관리요원으로 일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불법주차 관리요원들한테서 금품을 받고 이들의 활동을 묵인해주고 있는 것이다. 가두판매를 하는 영세 상인들은 경찰관들에게 ‘보호비’를 내거나, 그 지역을 관리하는 노조에 ‘자릿세’를 지불한다. 이 자릿세는 노조와 유착관계를 맺고 있는 경찰에 흘러 들어간다.
심각한 금품수수 문제 때문에 사라졌다가 다시 등장한 오토바이 경찰은 운전자들이 가장 꺼리는 존재. 멕시코시티 당국은 ‘정규 경찰학교를 졸업한 생도들로 구성된 오토바이 경찰’이라고 자랑하지만, 이들은 현재 거리를 활보하며 ‘기동력 있는 수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현지법에 어두운 외국인들 또한 경찰의 주요 표적이 되곤 한다. 이래저래 멕시코 거리에는 온통 경찰들의 ‘밥’이 널려 있는 셈이다.
경찰의 부패를 부채질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는 불합리한 임금체계. 일선 경찰관의 임금이 4000페소(약 40만원)에 지나지 않는 데 비해 경찰 기관장의 임금은 8만5000페소로 20배 넘는 차이를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일선 경찰관이 진급한다 해도 임금은 6000∼8000페소에 그쳐, 현지 물가 수준에 비해 턱없이 낮은 실정이다. 게다가 PP와 PJ의 경우 상급자에게 상납하는 것이 만성화돼 있어 상납금 마련을 위해서라도 금품수수를 피하기 어렵다. 또한 선발 당시 도덕성 검증이나 자격 심사 기준이 허술하고 선발 이후 특별한 교육과정이 없어 ‘뚱보 경찰’로 불리는 PP나 PJ에게 사명감을 기대하긴 어렵다.
최근 들어 멕시코 경찰청(SSP)은 ‘경찰 부패 척결과 의식 개선’을 위한 대(對)시민 홍보물을 배포하며 경찰관의 자성과 시민들의 도움을 촉구했다. 경찰청은 홍보물에서 △경찰관의 부정 행위를 고발할 것 △뇌물을 주지 말 것 △법적 증명서(차량등록증, 신분증 등)를 항상 소지하고 다닐 것 등을 시민에게 요구하는 한편, 경찰관에게는 △시민의 보호자로서 사명감 △공정한 법 집행 △정직한 경찰관 △경찰관으로서의 법 준수 등을 강조했다.
그러나 범죄 예방보다 ‘건수’를 찾아야만 하는 현실, 그리고 이미 수십 년 동안 전통으로 굳은 ‘약자의 왕’으로서의 경찰이 자신의 권력을 버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급 경찰관은 재벌’로 통하는 멕시코 사회에서 부정부패 척결에 앞장서야 할 고위층이 스스로 ‘밥그릇’을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기 때문이다.
경찰관 선발 과정 허술 함량 미달자 많아
그런데 이들이 화형당하기 전 이미 200여명의 경찰관들이 마을 인근에 도착해 있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사건은 더욱 복잡해졌다. 경찰관들이 성난 마을 주민들을 적절히 조처하지 못한 데 대해 멕시코 일각에서는 “경찰 내부 조직과 연관된 범죄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이들의 죽음을 방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아무튼 멕시코 사회는 이번 사건을 경찰관을 산 채로 화형시켰다는 엽기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경찰에 대한 멕시코인의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멕시코 경찰 조직은 크게 연방정부 소속인 연방수사국(AFI), 연방예방경찰(PFP), 국가안전연구센터(CISEN)와 자치주 소속인 지방경찰(PE), 멕시코시티 정부 소속인 예방경찰(PP), 사법경찰(PJ)로 나뉜다. 이 가운데 PP와 PJ의 조직이 부정부패가 가장 심하다. 이들은 다른 경찰로부터도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연방정부 소속 경찰은 대부분 경찰학교를 나오거나 경찰시험을 통과해야 선발될 수 있는 데 반해 PP나 PJ는 원하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멕시코인들은 허술한 자격 기준을 꼬집어 “범죄자라도 PP나 PJ가 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특히 PJ의 경우 친구나 친인척 소개로 경찰관을 선발하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럽게 유착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부패의 행태도 전담 업무에 따라 각각 다르다. 마약, 밀수, 조직범죄 등 규모가 큰 범죄를 다루는 AFI나 PFP와 달리 PP나 PJ는 ‘좀도둑형’이다.
AFI와 PFP는 마약·밀수 단속을 빙자해 컨테이너째 마약을 압수한 뒤 이를 다른 상인에게 팔아 큰 이익을 챙기거나 차량 검색을 핑계로 운전자를 따돌린 뒤 차 안에 마약이나 불법 제품을 던져놓고 거액의 돈을 요구한다. 반면 PP나 PJ는 거리에서 잔돈을 챙기는 식이다. 이들의 잦은 ‘금품수수’ 탓에 멕시코인들이 체감하는 경찰 부패지수는 PJ가 단연 높으며 PP가 그 뒤를 따른다. 때문에 멕시코인들은 “PP는 도둑놈이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이 조금 있는 데 반해, PJ는 도둑이면서 살인도 꺼리지 않는 나쁜 놈들”이라고 말한다.
특히 PP와 PJ는 늦은 저녁시간이나 으슥한 장소에서 권총강도로 변신하기도 한다. 상업에 종사하는 한국 교민 H씨도 권총강도로 변한 PP 소속 순찰대원에게 그날의 수입을 모두 강탈당한 경험이 있다. 또 치한의 추행을 피해 경찰관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멕시코 여성 J씨는 “순찰차로 안전한 곳까지 데려다주겠다”는 경찰관에게 오히려 강간을 당했다.
이들의 범죄 행각은 경찰서 안이라고 멈추지 않는다. 휴대전화 도난신고를 하러 경찰서를 찾은 L씨는 담당 경찰관의 ‘보험금을 노린 허위신고’라는 억지와 ‘허위신고는 구속 사유’라는 협박에 오히려 수천 페소를 주고서야 경찰서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데도 처벌받는 경찰관이 드물다는 것이다. 이들의 범법행위가 동료들에 의해 묵인 또는 은폐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신고하는 것을 꺼리는 형편이다. 해결될 가능성도 희박하거니와 이로 인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거리 아이들 상대로 강간·폭행 일삼기도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맨 온 파이어’는 멕시코시티를 배경으로 한 납치사건을 다루었다. 영화 속 경찰 마피아 조직은 납치에 직접 가담하는 것은 물론 인질 구출을 위한 돈까지도 빼돌리는 파렴치한으로 그려졌다. 안타깝게도 멕시코의 현실은 이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납치조직의 70%가량이 직·간접적으로 전·현직 경찰관과 연계돼 있는 실정. 멕시코 모렐로스 주의 카를로스 페레도 주지사도 “경찰관들이 납치 수법을 너무 잘 알고 있어 경찰관 생활을 그만둔 뒤 새로운 범죄단체를 조직한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영세 상인이나 빈민층에 멕시코 경찰은 가난보다 무서운 존재다. 집이 없거나 부모한테서 버림받은 ‘거리의 아이들’ 중 여자아이는 멕시코 경찰의 성 노리개로 전락한다. 경찰관이 거리의 여자아이들을 상대로 강간과 폭행을 일삼고 있음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매춘여성 또한 멕시코 경찰의 주 수입원 중 하나다. 멕시코는 매매춘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경찰관은 매춘여성의 주위를 맴돌며 호객 행위를 하는 여성에게서 금품을 뜯어내고 매춘여성을 사는 남자를 뒤쫓아 금품을 요구한다.
거리의 노상주차 관리요원도 경찰에 일정 금액을 상납한다. 멕시코 정부는 장애인이나 생활보호 대상자를 운전자들에게서 일정 금액을 받는 노상주차 관리요원으로 일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불법주차 관리요원들한테서 금품을 받고 이들의 활동을 묵인해주고 있는 것이다. 가두판매를 하는 영세 상인들은 경찰관들에게 ‘보호비’를 내거나, 그 지역을 관리하는 노조에 ‘자릿세’를 지불한다. 이 자릿세는 노조와 유착관계를 맺고 있는 경찰에 흘러 들어간다.
심각한 금품수수 문제 때문에 사라졌다가 다시 등장한 오토바이 경찰은 운전자들이 가장 꺼리는 존재. 멕시코시티 당국은 ‘정규 경찰학교를 졸업한 생도들로 구성된 오토바이 경찰’이라고 자랑하지만, 이들은 현재 거리를 활보하며 ‘기동력 있는 수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현지법에 어두운 외국인들 또한 경찰의 주요 표적이 되곤 한다. 이래저래 멕시코 거리에는 온통 경찰들의 ‘밥’이 널려 있는 셈이다.
경찰의 부패를 부채질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는 불합리한 임금체계. 일선 경찰관의 임금이 4000페소(약 40만원)에 지나지 않는 데 비해 경찰 기관장의 임금은 8만5000페소로 20배 넘는 차이를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일선 경찰관이 진급한다 해도 임금은 6000∼8000페소에 그쳐, 현지 물가 수준에 비해 턱없이 낮은 실정이다. 게다가 PP와 PJ의 경우 상급자에게 상납하는 것이 만성화돼 있어 상납금 마련을 위해서라도 금품수수를 피하기 어렵다. 또한 선발 당시 도덕성 검증이나 자격 심사 기준이 허술하고 선발 이후 특별한 교육과정이 없어 ‘뚱보 경찰’로 불리는 PP나 PJ에게 사명감을 기대하긴 어렵다.
최근 들어 멕시코 경찰청(SSP)은 ‘경찰 부패 척결과 의식 개선’을 위한 대(對)시민 홍보물을 배포하며 경찰관의 자성과 시민들의 도움을 촉구했다. 경찰청은 홍보물에서 △경찰관의 부정 행위를 고발할 것 △뇌물을 주지 말 것 △법적 증명서(차량등록증, 신분증 등)를 항상 소지하고 다닐 것 등을 시민에게 요구하는 한편, 경찰관에게는 △시민의 보호자로서 사명감 △공정한 법 집행 △정직한 경찰관 △경찰관으로서의 법 준수 등을 강조했다.
그러나 범죄 예방보다 ‘건수’를 찾아야만 하는 현실, 그리고 이미 수십 년 동안 전통으로 굳은 ‘약자의 왕’으로서의 경찰이 자신의 권력을 버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급 경찰관은 재벌’로 통하는 멕시코 사회에서 부정부패 척결에 앞장서야 할 고위층이 스스로 ‘밥그릇’을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