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미국 원조를 가장 많이 받는 국가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1948년 독립 이후 미국의 막강한 후원 아래 성장을 지속해왔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1948년 5월 14일 자정을 기해 건국을 선언하고 11분 만에 이스라엘을 국가로 첫 승인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제공한 군사원조는 지금까지 2600억 달러(약 350조 원)에 달한다. 특히 매년 38억 달러(약 5조1100억 원)의 군사원조를 제공해왔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이유는 미국 내에서 유대계가 정치·경제·문화·언론·과학 등 여러 분야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해왔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이스라엘 다음으로 가장 큰 유대인 공동체가 있는 국가가 미국이다. 2020년 기준 미국 내 유대계는 760만 명이다. 미국 전체 인구의 2.4%를 차지하는 소수민족임에도 막강한 힘을 보여온 것이다. 실제로 미국 100대 부자의 3분의 1, 노벨상 수상자의 3분의 1, 아이비리그 명문대 교수진의 40%, 할리우드 영화계의 60%가 유대계다. 그리고 연방 상원의원의 11%, 연방 대법관의 3분의 1이 유대계다. 미국 주요 기업의 창업자와 최고경영자(CEO)도 대부분 유대계 출신이다. 마이크로소프트를 공동 창업한 스티브 발머, 인텔의 앤디 그로브, 메타(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이 대표적 예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 월스트리트를 유대계가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골드만삭스, 로스차일드, 씨티그룹,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체이스맨해튼, 솔로몬브라더스 등 월가를 주름잡는 금융기관도 모두 유대계가 만들었거나 운영하고 있다.
언론 역시 예외가 아니다. 세계적인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유대계다. 이외에도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신문사, 뉴스위크 같은 시사잡지와 AP, UPI 등 통신사는 물론 NBC, ABC, CBS 방송에 유대계 인사가 대거 몸담고 있는 상황이다.
엑슨모빌과 로열더치셸 등 거대 에너지 기업도 유대계가 움직이고 있다. 미국에서 정계를 좌지우지한다는 말을 들어온 시민단체 미국·이스라엘 공공문제위원회(American Israel Public Affairs Committee·AIPAC)도 있다. AIPAC 총회가 열리면 대통령을 비롯해 장관들과 정부 고위관료, 민주·공화당 의원은 물론, 각계각층의 주요 인사가 몰려든다.
특히 미국 역대 대선과 연방 상하원의원 선거, 주지사 선거 등에서 유대계 거부들은 선거 자금 등을 가장 많이 기부해왔다. “월가에서 낙점한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불문율이 있을 정도다. 월가를 장악한 유대계는 이처럼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소속 정당과 무관하게 역대 대통령들이 친이스라엘 노선과 정책을 추진해온 배경이다. 2024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선출될 것이 확실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나 공화당 후보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막대한 선거운동 비용을 조달하는 데 유대계 부호들이 기부하는 정치자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자 이를 강력하게 비난하며 이스라엘 지지를 천명했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밀접한 관계를 반영한 것일 뿐 아니라, 전통 표밭인 자국 내 유대계 유권자들을 의식한 결과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월 11일 백악관으로 유대계 단체 대표들을 초청해 “이번 사태는 홀로코스트 이래 유대인을 향한 최대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월 18일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사상 처음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는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를 방문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이스라엘 뒤에는 미국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론도 이스라엘 편이다. 미국 퀴니피액대가 10월 17일 유권자 1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6%는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것이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중 어느 쪽에 공감하느냐”는 질문엔 10명 중 6명(61%)이 “이스라엘”이라고 응답해 팔레스타인(13%)을 압도했다. 2021년 5월 같은 질문에 대한 응답이 각각 41%, 30%였던 점을 고려할 때 미국 국민도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상당히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월 20일 의회에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각각 610억 달러(약 82조2200억 원), 140억 달러(약 18조8700억 원)를 지원하는 내용의 안보 지원 패키지 예산을 요청했다. 그는 10월 19일 대국민 연설에서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미국 안보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어서 “아이언 돔(이스라엘의 미사일방어체제)이 계속 이스라엘 상공을 지키도록 확실히 할 것”이라며 “우리는 역내 적대적 행위자들에게 이스라엘이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 갈등이 확대되지 않도록 예방할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안보를 이스라엘과 동일시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미국은 이미 핵추진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함과 드와이트 아이젠하워함 전단을 이스라엘과 가까운 동지중해에 배치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고자 2개 항모 전단을 배치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미국은 지상군 병력 2000명과 다양한 부대에 ‘배치 명령 대기’를 내리기도 했다. 이외에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려던 155㎜ 포탄 수만 발을 비롯해 장갑차 등 각종 무기를 이스라엘에 지원했다. 심지어 미국은 중동 지역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1개 포대와 패트리엇 대대들을 추가 배치했고, 지상군 추가 배치도 준비하고 있다. 10월 19일 예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 3개와 드론들을 격추하는 등 직접 개입하기도 했다.
강력한 지원에도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확전되면 미국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대규모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이란과 시리아, 이란이 배후 조종하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 반군 등 이른바 ‘저항세력’이 이스라엘을 공격해 제5차 중동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 이란 등 이슬람 국가들이 참전해 제5차 중동전쟁으로 번진다면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하고 이스라엘과 공존하도록 공들여온 미국 측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바이든 정부가 그동안 물밑에서 중재해온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교도 물 건너갈 것이 분명하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스라엘은 전쟁 규칙에 따라 행동해야 하고 가자지구의 무고한 사람들이 의약품과 음식, 식수에 접근하도록 해야 한다”며 “팔레스타인 민간인과 하마스에 분리 대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분노를 느끼더라도 휩쓸리지 마라”며 “9·11테러 이후 미국은 격분했다. 정의를 추구하고 실현하는 동안 실수도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하마스 대원과 팔레스타인 주민이 섞여 있을 경우 이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하마스가 이스라엘인과 외국인 인질들을 ‘인간 방패’로 쓸 경우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희망하는 최선의 시나리오는 이스라엘이 하마스만 외과수술 방식으로 제거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 경우 이란과 헤즈볼라의 개입도 막아 확전을 방지할 수 있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과잉 보복 자제’ 권고를 그대로 따를지는 불확실하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를 아랑곳하지 않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하마스에 보복해왔다. 유엔 인권조사위원회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한 채 무차별적으로 보복 공습을 벌이는 것도 전쟁 범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미국에서 민주당을 지지해온 진보 성향의 유대계 단체들과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를 비판해온 이슬람 단체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전폭적인 이스라엘 지지를 비판하고 있다. 미국 정부와 바이든 대통령은 이처럼 난해한 퍼즐을 놓고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美 유권자 76%, 이스라엘 지지가 국익에 도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0월 1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X(엑스)]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 월스트리트를 유대계가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골드만삭스, 로스차일드, 씨티그룹,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체이스맨해튼, 솔로몬브라더스 등 월가를 주름잡는 금융기관도 모두 유대계가 만들었거나 운영하고 있다.
언론 역시 예외가 아니다. 세계적인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유대계다. 이외에도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신문사, 뉴스위크 같은 시사잡지와 AP, UPI 등 통신사는 물론 NBC, ABC, CBS 방송에 유대계 인사가 대거 몸담고 있는 상황이다.
엑슨모빌과 로열더치셸 등 거대 에너지 기업도 유대계가 움직이고 있다. 미국에서 정계를 좌지우지한다는 말을 들어온 시민단체 미국·이스라엘 공공문제위원회(American Israel Public Affairs Committee·AIPAC)도 있다. AIPAC 총회가 열리면 대통령을 비롯해 장관들과 정부 고위관료, 민주·공화당 의원은 물론, 각계각층의 주요 인사가 몰려든다.
특히 미국 역대 대선과 연방 상하원의원 선거, 주지사 선거 등에서 유대계 거부들은 선거 자금 등을 가장 많이 기부해왔다. “월가에서 낙점한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불문율이 있을 정도다. 월가를 장악한 유대계는 이처럼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소속 정당과 무관하게 역대 대통령들이 친이스라엘 노선과 정책을 추진해온 배경이다. 2024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선출될 것이 확실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나 공화당 후보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막대한 선거운동 비용을 조달하는 데 유대계 부호들이 기부하는 정치자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자 이를 강력하게 비난하며 이스라엘 지지를 천명했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밀접한 관계를 반영한 것일 뿐 아니라, 전통 표밭인 자국 내 유대계 유권자들을 의식한 결과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월 11일 백악관으로 유대계 단체 대표들을 초청해 “이번 사태는 홀로코스트 이래 유대인을 향한 최대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월 18일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사상 처음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는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를 방문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이스라엘 뒤에는 미국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딜레마에 빠지다
이스라엘군 탱크들이 가자지구 외곽에 대거 포진해 있다. [Flash90]
바이든 대통령은 10월 20일 의회에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각각 610억 달러(약 82조2200억 원), 140억 달러(약 18조8700억 원)를 지원하는 내용의 안보 지원 패키지 예산을 요청했다. 그는 10월 19일 대국민 연설에서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미국 안보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어서 “아이언 돔(이스라엘의 미사일방어체제)이 계속 이스라엘 상공을 지키도록 확실히 할 것”이라며 “우리는 역내 적대적 행위자들에게 이스라엘이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 갈등이 확대되지 않도록 예방할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안보를 이스라엘과 동일시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미국은 이미 핵추진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함과 드와이트 아이젠하워함 전단을 이스라엘과 가까운 동지중해에 배치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고자 2개 항모 전단을 배치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미국은 지상군 병력 2000명과 다양한 부대에 ‘배치 명령 대기’를 내리기도 했다. 이외에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려던 155㎜ 포탄 수만 발을 비롯해 장갑차 등 각종 무기를 이스라엘에 지원했다. 심지어 미국은 중동 지역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1개 포대와 패트리엇 대대들을 추가 배치했고, 지상군 추가 배치도 준비하고 있다. 10월 19일 예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 3개와 드론들을 격추하는 등 직접 개입하기도 했다.
강력한 지원에도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확전되면 미국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대규모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이란과 시리아, 이란이 배후 조종하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 반군 등 이른바 ‘저항세력’이 이스라엘을 공격해 제5차 중동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 이란 등 이슬람 국가들이 참전해 제5차 중동전쟁으로 번진다면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하고 이스라엘과 공존하도록 공들여온 미국 측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바이든 정부가 그동안 물밑에서 중재해온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교도 물 건너갈 것이 분명하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스라엘은 전쟁 규칙에 따라 행동해야 하고 가자지구의 무고한 사람들이 의약품과 음식, 식수에 접근하도록 해야 한다”며 “팔레스타인 민간인과 하마스에 분리 대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분노를 느끼더라도 휩쓸리지 마라”며 “9·11테러 이후 미국은 격분했다. 정의를 추구하고 실현하는 동안 실수도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美 중동 구상 물거품 우려
문제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을 벌이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희생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케네스 매켄지 전 미국 중부사령관은 “가자지구의 복잡한 지형을 감안할 때 이스라엘군이 벌이는 지상전으로 가자지구는 피바다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이 2009년과 2014년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했을 때 사망자의 60%가 팔레스타인 주민이었다.하마스 대원과 팔레스타인 주민이 섞여 있을 경우 이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하마스가 이스라엘인과 외국인 인질들을 ‘인간 방패’로 쓸 경우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희망하는 최선의 시나리오는 이스라엘이 하마스만 외과수술 방식으로 제거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 경우 이란과 헤즈볼라의 개입도 막아 확전을 방지할 수 있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과잉 보복 자제’ 권고를 그대로 따를지는 불확실하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를 아랑곳하지 않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하마스에 보복해왔다. 유엔 인권조사위원회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한 채 무차별적으로 보복 공습을 벌이는 것도 전쟁 범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미국에서 민주당을 지지해온 진보 성향의 유대계 단체들과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를 비판해온 이슬람 단체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전폭적인 이스라엘 지지를 비판하고 있다. 미국 정부와 바이든 대통령은 이처럼 난해한 퍼즐을 놓고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