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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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ETF 투자에서 고려해야 할 환율 변수

[김성일의 롤링머니] 환헤지형·환노출형 선택 시 투자 기간, 심리적 편향, 비용 점검해야

  • 김성일 업라이즈투자자문 연금·투자연구소장

    입력2025-06-12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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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환율이 하락하며 해외 ETF(상장지수펀드) 투자자의 희비가 엇갈렸다. GETTYIMAGES

    최근 환율이 하락하며 해외 ETF(상장지수펀드) 투자자의 희비가 엇갈렸다. GETTYIMAGES

    원/달러 환율이 4월 8일 1486.5원으로 연중 최고점을 찍은 후 5월 30일 1383.8원까지 하락했다(그래프1 참조). 해당 기간 환율이 하락함에 따라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의 희비도 엇갈렸다. 동일한 미국 주식(S&P500)에 투자했더라도 환노출형을 선택했다면 환헤지(환율고정)형 투자자에 비해 환율 하락분(-6.9%)만큼 성과가 낮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환헤지형 ETF가 더 나은 선택처럼 보인다. 실제로 환헤지형 ETF는 환율 변화를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환율이 하락하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반대로 환노출형은 환율이 오를 때 기초자산의 움직임 외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개인투자자가 환율 방향을 얼마나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느냐다. 

    투자자의 인지 편향 불러일으키는 환헤지형

    환율 예측은 금융 전문가에게도 가장 어려운 분야다. 개인투자자는 “이 정도면 비싸다” “이제는 떨어질 때가 됐다”는 식의 직관에 기대어 환율 전망에 베팅한다. 이는 행동경제학에서 얘기하는 ‘기준점 편향’이 작동한 결과다. 과거 1200원대 환율을 오랫동안 봐온 투자자는 1300~1400원대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높다고 느낀다. 하지만 실제 환율은 오랜 기간 특정 구간에 머무르기도 하고, 예상과 달리 새로운 균형을 형성하기도 한다. ‘기준점’은 투자자가 과거 경험이나 특정 숫자에 지나치게 집착해 합리적인 판단을 흐리게 되는 대표적인 심리적 편향이다. 

    환헤지형 ETF를 선택할 때 또 하나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은 ‘환헤지 비용’이다. 환헤지 비용에서 가장 큰 부분은 양국 간 금리차다. 한국 기준금리(2.50%)가 미국(4.50%)보다 낮은 상황에서는 환헤지 비용이 연 2% 수준까지 올라간다. 또 환헤지를 위한 선물환 거래 과정에서 거래 비용이나 운용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특히 만기가 길거나 롤오버(만기 도래 시 새로운 계약으로 교체)가 잦은 경우 비용이 커진다. 외환스와프 시장 수급 상황, 신용 위험, 불확실성 등이 반영돼 이론적인 금리차 외에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비용은 투자 기간이 길수록 누적되기 때문에 환율 하락을 정확히 예측했더라도 환헤지 비용이 환율 하락에 따른 수익을 갉아먹지 않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또 하나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투자자는 애초에 자신의 환율 전망이 맞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환헤지형을 선택하지만, 실제로 환율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면 손실을 만회하려고 ‘장기투자자’로 변신하는 경우가 많다. 환율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이를 ‘손실 회피’와 ‘확증 편향’이라고 설명한다. 



    손실 회피는 투자자가 손실을 확정 짓는 것을 꺼려서 손실 난 자산을 계속 보유하는 편향을 뜻한다. 확증 편향은 자신이 내린 결정이나 전망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반대 신호는 무시하는 심리다. 이 두 가지 편향이 결합되면 투자자는 손실을 인정하지 않고 장기 보유로 일관하다가 더 큰 손실을 보거나 다른 수익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5월 31일 환율 1376.5원이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해 환헤지 상품을 선택했다면 지난해 말부터 1470원대를 넘나드는 환율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을 것이다. 또 최근 1380원대로 하락하는 환율을 보면서 자신의 예상대로 환율이 하락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1년 전 대비 환율은 하락하지 않았고 해당 기간에 환헤지 비용도 발생했을 테다. 

    같은 상품 환노출형 수익률 3%p 높아

    환헤지 비용은 동일한 운용사의 ETF 수익률을 비교하면 간단하게 계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KODEX 미국S&P500’과 ‘KODEX 미국S&P500(H)’의 최근 1년간 수익률은 각 14.68%, 11.68%로 환노출형이 환헤지형보다 3%p 높았다(그래프2 참조). 해당 기간 환율이 0.53% 상승했으니 나머지인 2.47%가 환헤지 비용이라고 볼 수 있다. 두 상품의 총보수는 연 0.01% 미만으로 차이가 미미하다.

    결국 해외 ETF 투자에서 환헤지형과 환노출형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 기간과 심리적 편향, 비용 등을 스스로 점검하는 일이다. 투자자는 본인이 합리적·이성적으로 행동한다고 믿지만 환율 예측 자신감, 과거 환율에 대한 집착, 손실을 회피하려는 본능 등이 투자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해외 ETF 투자는 환율이라는 추가 변수 때문에 복잡해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투자 원칙은 단순하다. 예측이 아닌 대응, 확신이 아닌 점검, 감정이 아닌 원칙이 장기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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