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비트코인으로 큰돈 번 2030, 강남 아파트 ‘트로피’로 여겨”

유정석 교수 “심한 변동성 견디며 수익 내면 안정적인 부동산 수요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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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4-11-24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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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자산 투자는 청년층이 자산을 축적하는 중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30세대 사이에서는 가상자산 투자로 큰 수익을 올린 후 고가 부동산을 매입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부동산) 투자를 넘어 ‘트로피 자산’을 매입하는 성격도 있다. 고가 아파트는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성공을 상징하는 자산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유정석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가 11월 19일 인터뷰에서 비트코인과 서울 강남 아파트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며 내놓은 진단이다. 유 교수는 최근 2030세대의 투자 패턴이 변화하고 있는 점에 착안한 논문 ‘부동산, 가상자산 및 주식시장 간의 가격 변동성 전이효과 분석’을 발표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 서울 강남구 11개 동(洞)에 있는 아파트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나타났다. 비트코인이 강남구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한 셈이다. 유 교수는 “돈이 모이면 ‘종착지 성격의 자산’을 보유하려는 욕구가 생기고, 그 결과 희소성 있고 여건도 좋은 강남구 11개 동 아파트로 쏠림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남구 11개 동은 개포, 논현, 대치, 도곡, 삼성, 세곡, 수서, 신사, 압구정, 역삼, 일원동이며, 아파트 비중이 높지 않은 청담동은 분석에서 제외됐다.

    유정석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박해윤 기자]

    유정석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박해윤 기자]

    비트코인 투자자, 부동산 투자도 달리한다

    강남구 11개 동에 있는 아파트를 주요 변수로 설정했는데 이유가 있나.

    “이 지역은 고가 부동산이 밀집한 곳으로 투기적 자금이 자주 유입되는 특성이 있다. 강남구 아파트의 경우 투자자산 성격도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구 부동산은 파급력이 커 다른 지역 부동산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비트코인 등) 변동성이 심한 자산을 통해 수익을 내면 안정성과 수익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희소성 있는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생기기 마련이다.”

    연구에 따르면 2018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2023년 등 세 시기에 가상자산시장이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세 시기의 공통점은 경제적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한 때라는 것이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위험 회피 등 목적으로 새로운 투자처를 모색했다. 그 결과 가상자산과 부동산 간 자금 이동이 활발했다.”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수익을 실현한 후 강남구 아파트를 샀다는 것인가.

    “물론 어느 정도 자금이 이동했는지, 몇 명이 움직였는지에 대한 명확한 통계는 없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모습이 일정 부분 나타나고 있다. 소위 가상자산으로 큰돈을 번 사람들이 중심이 되는 부동산시장도 있다. 향후 이런 부분들이 좀 더 확대될 전망이다.”

    비트코인으로 돈을 번 사람은 부동산 투자를 달리한다는 뜻인가.

    “가상자산으로 큰 수익을 낸 투자자는 변동성을 견딘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특수한 경향이 나타난다. 보통 실수요자라면 조금이라도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사려고 가격 하락을 기다리는 경향이 있다. 가상자산 투자로 큰돈을 번 사람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을 버틴 만큼 아파트를 좀 더 싸게 사는 것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를 것인가’에 관심이 크다. 게다가 고가 부동산시장은 거래량이 적은 편이다. 실거래 한두 건이 전체 호가를 끌어올리고, 시장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도 한다. 가령 ‘고가 부동산이 현금으로 거래됐다’는 뉴스가 나오면 주변 지역 역시 호가를 올리는 경향이 있다. 특정 거래 한두 건이 주변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그동안 “비트코인으로 돈을 많이 번 2030 청년이 초고가 부동산을 산다더라”는 소문이 많았다.

    “이번 연구로 2030세대가 가상자산시장에서 얻은 수익을 부동산시장으로 옮기는 현상이 일정한 경향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향후 이 현상이 더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고, 사람은 큰 변동성을 버티면서 어느 정도 수익을 내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산을 찾게 된다. 다만 특정 지역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국내 부동산 경기는 침체 국면인데 몇몇 지역만 예외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장년층도 비트코인에 뛰어들어

    최근 비트코인이 신고가를 찍고 있다. 앞선 상황이 반복될까.

    “몇 년 사이 가상자산 투자로 큰돈을 번 사람들이 부동산시장에 들어온 것은 분명하다. 이들은 가상자산 투자에 익숙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은 주식투자에는 흥미를 덜 느끼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가상자산시장에만 머무르지는 않을 거라서 부동산시장 등으로 눈을 돌릴 것이다. 더 나아가 최근 중장년층 역시 분산투자 개념으로 자산 일부분을 가상자산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중장년층은 자산이 어느 정도 축적된 그룹이다. 가상자산 투자에 참여하는 수는 적더라도 투자 규모 자체는 작지 않다.”

    이번 연구를 개인투자자와 정부 차원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개인투자자의 경우 가상자산과 부동산의 상호작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가상자산 투자로 얻은 수익을 부동산 같은 안정적인 자산으로 전환하는 전략은 포트폴리오 분산과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매우 유용할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고민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물경제에 도움이 되는 국내 주식시장으로는 돈이 들어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부동산시장은 침체인데 일부 지역에서만 거래되는 경향 역시 내수에 좋지 않다. 투자자들이 국내에 투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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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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