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허선영 팀장님! 팀장님을 모실 수 있었던 깊지 않은 시간 동안 사랑과 진심을 담아 사람을 대하면 어떤 성과가 나는지 배웠습니다. 팀장님! 훌륭한 리더이기에 앞서 멋진 인간인 허선영 님을 존경합니다. 더 많은 이들의 정신적 지주로 오래도록 남아주세요! - 2012. 12. 24. ○○ 드림”
우연히 본 허선영(45) SK텔레콤 로열마케팅 팀장 휴대전화에는 팀원들 사진과 편지가 가득 담겨 있었다. 후배를 인간적으로 아끼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한 후배는 그가 점심을 거르고 인터뷰에 임하자 녹차와 함께 간식을 들고 회의실로 들어왔다. ‘평범해 보이는 이 사람의 매력은 뭘까’ 궁금하던 찰나, 허 팀장이 블랙커피를 내밀며 설탕까지 스윽 건넨다.
1992년 SK텔레콤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에 공채 4기로 입사해 2005년 첫 여성 팀장이 된 허 팀장. 그는 영업현장에서 일을 시작해 마케팅 프로세스 개발, 멤버십 론칭, 로열마케팅을 두루 거쳤다. 그 유명한 SK텔레콤 멤버십 카드도 그의 작품이다.
부산의 평범한 가정에서 1남3녀 중 차녀로 태어난 그는 중학생 때 TV 프로그램 ‘장학퀴즈’ 연 장원전에 나갈 정도로 똘똘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대학만큼은 부산에서 다녀야 한다고 했고, 결국 딸은 부산대에 입학했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서울로 왔다.
“일단 해보면 길은 열려”
“영업소에서 수납업무(이동전화 가입비와 이용요금, 무선호출기 이용요금 등을 수납)를 했는데, 본사에서 만든 약관을 적용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어요. 본사에 끈질기게 전화해 수정을 요청했는데, 그래서인지 본사 발령을 받아 직접 그 일을 했죠. 그때 노력한 덕에 고객이 이동전화에 가입할 때 보증금 20만 원 대신 보증보험 2만 원만 내게 됐어요.”
현재 허 팀장은 장기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서비스를 만든다. 장기 고객을 대상으로 콘서트를 열고, 15년 이상 가입자에게 무료 통화권이 든 꽃바구니를 보낸다. 한편 일반 고객에게는 추첨을 통해 ‘최경주 골프레슨’ 같은 행운을 준다.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멤버십 이용자가 카드를 긁으면 팝콘 등이 쏟아지는 ‘응답하라 T멤버십’ 행사도 그의 손을 거쳤다.
허 팀장은 SK텔레콤 창사 20주년 기념식에서 우수사원으로 뽑힌 실력자. 그 비결은 뭘까. 그는 “인풋(노력)이 없으면 아웃풋(성과)도 없다”며 “자신뿐 아니라 팀원들도 공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쁜 직장인이 혼자 알아서 공부하기란 쉽지 않은 법. 그래서 허 팀장은 매주 화요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스터디 모임을 연다.
“우리 팀이 저까지 포함해 15명인데 그중 1, 2명이 대표로 책 내용을 정리하면 다른 팀원들은 그 발표를 듣고 토론해요. 매번 책을 읽는 건 아니고, 좋은 강연을 듣거나 삼성경제연구소가 발간하는 SERI 보고서도 읽죠. 배우지 않으면 새로운 생각을 하기 어렵잖아요.”
팀원들이 인풋을 했다면 이제는 아웃풋을 할 차례. 허 팀장은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다면 일단 작게라도 구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경계하는 건 탁상공론이다.
“일주일에 한 번 아이디어 회의를 해요. 팀원 개개인이 아이디어를 발표하기도 하고, 당사자가 몇날 며칠 끙끙대던 일을 몇 사람이 순식간에 해결해주기도 하죠. 이 과정에서 좋은 아이디어 3개를 골라 작게라도 시작해요. 조직이 크면 아이디어를 채택하고 실행하는 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거든요. 일단 해보면 길이 열립니다(웃음).”
결과에 대한 평가도 잊지 않는다. 그가 2005년 처음으로 팀장 보직을 받은 뒤 매달 SUPEX 회의를 진행한 것도 그 때문이다. SUPEX는 슈퍼 엑설런트 약자로, 일을 통상적 수준보다 훨씬 잘해야 한다는 경영철학. 기업은 부문별로 이 회의를 열곤 하는데, 허 팀장은 이를 팀 차원에서 진행하면서 업무 외적 부분까지 칭찬한다. 유쾌하게 잘 웃은 사람, 발표를 잘한 사람에게도 상을 주는 것이다. 그가 팀원에 대해 쓰는 ‘칭찬 노트’도 같은 맥락이다.
“작은 성공 모이면 결국 큰 성공”
“사람은 누군가가 자신을 믿어주면 능력을 발휘하게 마련이에요. 그래서 상대에게 신뢰를 주는 게 중요하죠. 물론 스스로 목표 의식을 갖는 것도 중요하고요. 지도 없이 걷는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래서 전 팀원들에게 연초 계획을 세우도록 해요. 금연이면 금연, 건강관리면 건강관리.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작은 성공이 모여 큰 성공을 도모하거든요. 제가 칭찬 노트를 쓰고 SUPEX 회의를 진행하는 것도 연초 계획 덕분이에요. 이런 사소한 노력이 쌓이다 보니 팀 성과가 매년 좋아져요. 더 중요한 건 우리 팀원이 행복하게 일한다는 거죠.”
승승장구하는 허 팀장. 그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회사 차원에서 희망퇴직자 접수를 받을 때 때마침 첫아이를 임신해 무언의 압박을 받았다. 다행히 임원이 만류하는 바람에 지방 영업지점으로 발령이 났고,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어느 날 우리 지점에 서비스 모니터링 TV 프로그램 진행자가 몰래 촬영을 왔어요. 한 외국인이 고객으로 가장해 프랑스어로 불편사항을 접수한 뒤 서비스센터 직원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었는데, 다른 지점에서는 좋은 서비스를 받지 못했나 봐요. 그런데 제가 본사로 모셔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고객과 택시를 타려는 순간 ‘몰래 카메라예요’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놀랐죠(웃음). 그 덕에 과장으로 승진해 지점 총괄을 맡았고, 1999년 본사로 돌아왔어요.”
위기는 또 찾아왔다. 둘째를 낳고 돌아오자 상사가 사사건건 그의 아이디어에 어깃장을 놓았다. 그는 다른 사람이 성과를 낼 때 묵묵히 보고서만 고치며 자책했다. 자존감이 땅에 떨어졌다. 하지만 그 어려운 시기를 새 일을 맡으면서 넘겼다. 직장생활 동안 가장 큰 위기는 팀장이 되면서 찾아왔다.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을 병행하는 것도 어려웠고, 다른 부서 팀장은 물론 팀원들과도 소통이 되지 않아 몸과 마음이 병들어 병원을 들락거렸다.
“한의원 원장님 권유로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많이 나아졌어요. 지금껏 15번 완주했는데, 뛸 때마다 지나온 세월이 생각나 눈물 나고 힘도 들지만 자꾸 뛰게 돼요. 마라톤을 하면 서고 싶은 마음과 뛰고 싶은 마음이 교차해 갈등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내면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거든요. 뛰면서 결론도 내리죠. 내 든든한 백은 팀원들뿐이라고요.”
그의 목표는 중1, 중3인 두 아들 편에서 공감하고 친구가 돼주는 것이다. 늦게 귀가하는 엄마 때문에 아이들 취침시간도 12시를 넘기기 일쑤다. 아이들 마음을 알기에 그는 아이들과 틈나는 대로 여행을 떠나 에너지를 채우고 돌아온다.
“저는 아이들뿐 아니라 팀원들을 사회에 도움이 되는 리더로 키우고 싶어요. 많은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잘하는 점을 극대화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거든요. 저를 보세요. 고집불통이지만 후배들과 일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잖아요(웃음). 선배들이 저를 믿어준 것처럼 저도 후배들을 믿어보려고요.”
우연히 본 허선영(45) SK텔레콤 로열마케팅 팀장 휴대전화에는 팀원들 사진과 편지가 가득 담겨 있었다. 후배를 인간적으로 아끼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한 후배는 그가 점심을 거르고 인터뷰에 임하자 녹차와 함께 간식을 들고 회의실로 들어왔다. ‘평범해 보이는 이 사람의 매력은 뭘까’ 궁금하던 찰나, 허 팀장이 블랙커피를 내밀며 설탕까지 스윽 건넨다.
1992년 SK텔레콤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에 공채 4기로 입사해 2005년 첫 여성 팀장이 된 허 팀장. 그는 영업현장에서 일을 시작해 마케팅 프로세스 개발, 멤버십 론칭, 로열마케팅을 두루 거쳤다. 그 유명한 SK텔레콤 멤버십 카드도 그의 작품이다.
부산의 평범한 가정에서 1남3녀 중 차녀로 태어난 그는 중학생 때 TV 프로그램 ‘장학퀴즈’ 연 장원전에 나갈 정도로 똘똘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대학만큼은 부산에서 다녀야 한다고 했고, 결국 딸은 부산대에 입학했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서울로 왔다.
“일단 해보면 길은 열려”
“영업소에서 수납업무(이동전화 가입비와 이용요금, 무선호출기 이용요금 등을 수납)를 했는데, 본사에서 만든 약관을 적용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어요. 본사에 끈질기게 전화해 수정을 요청했는데, 그래서인지 본사 발령을 받아 직접 그 일을 했죠. 그때 노력한 덕에 고객이 이동전화에 가입할 때 보증금 20만 원 대신 보증보험 2만 원만 내게 됐어요.”
현재 허 팀장은 장기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서비스를 만든다. 장기 고객을 대상으로 콘서트를 열고, 15년 이상 가입자에게 무료 통화권이 든 꽃바구니를 보낸다. 한편 일반 고객에게는 추첨을 통해 ‘최경주 골프레슨’ 같은 행운을 준다.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멤버십 이용자가 카드를 긁으면 팝콘 등이 쏟아지는 ‘응답하라 T멤버십’ 행사도 그의 손을 거쳤다.
허 팀장은 SK텔레콤 창사 20주년 기념식에서 우수사원으로 뽑힌 실력자. 그 비결은 뭘까. 그는 “인풋(노력)이 없으면 아웃풋(성과)도 없다”며 “자신뿐 아니라 팀원들도 공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쁜 직장인이 혼자 알아서 공부하기란 쉽지 않은 법. 그래서 허 팀장은 매주 화요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스터디 모임을 연다.
“우리 팀이 저까지 포함해 15명인데 그중 1, 2명이 대표로 책 내용을 정리하면 다른 팀원들은 그 발표를 듣고 토론해요. 매번 책을 읽는 건 아니고, 좋은 강연을 듣거나 삼성경제연구소가 발간하는 SERI 보고서도 읽죠. 배우지 않으면 새로운 생각을 하기 어렵잖아요.”
팀원들이 인풋을 했다면 이제는 아웃풋을 할 차례. 허 팀장은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다면 일단 작게라도 구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경계하는 건 탁상공론이다.
“일주일에 한 번 아이디어 회의를 해요. 팀원 개개인이 아이디어를 발표하기도 하고, 당사자가 몇날 며칠 끙끙대던 일을 몇 사람이 순식간에 해결해주기도 하죠. 이 과정에서 좋은 아이디어 3개를 골라 작게라도 시작해요. 조직이 크면 아이디어를 채택하고 실행하는 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거든요. 일단 해보면 길이 열립니다(웃음).”
결과에 대한 평가도 잊지 않는다. 그가 2005년 처음으로 팀장 보직을 받은 뒤 매달 SUPEX 회의를 진행한 것도 그 때문이다. SUPEX는 슈퍼 엑설런트 약자로, 일을 통상적 수준보다 훨씬 잘해야 한다는 경영철학. 기업은 부문별로 이 회의를 열곤 하는데, 허 팀장은 이를 팀 차원에서 진행하면서 업무 외적 부분까지 칭찬한다. 유쾌하게 잘 웃은 사람, 발표를 잘한 사람에게도 상을 주는 것이다. 그가 팀원에 대해 쓰는 ‘칭찬 노트’도 같은 맥락이다.
“작은 성공 모이면 결국 큰 성공”
“사람은 누군가가 자신을 믿어주면 능력을 발휘하게 마련이에요. 그래서 상대에게 신뢰를 주는 게 중요하죠. 물론 스스로 목표 의식을 갖는 것도 중요하고요. 지도 없이 걷는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래서 전 팀원들에게 연초 계획을 세우도록 해요. 금연이면 금연, 건강관리면 건강관리.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작은 성공이 모여 큰 성공을 도모하거든요. 제가 칭찬 노트를 쓰고 SUPEX 회의를 진행하는 것도 연초 계획 덕분이에요. 이런 사소한 노력이 쌓이다 보니 팀 성과가 매년 좋아져요. 더 중요한 건 우리 팀원이 행복하게 일한다는 거죠.”
승승장구하는 허 팀장. 그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회사 차원에서 희망퇴직자 접수를 받을 때 때마침 첫아이를 임신해 무언의 압박을 받았다. 다행히 임원이 만류하는 바람에 지방 영업지점으로 발령이 났고,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어느 날 우리 지점에 서비스 모니터링 TV 프로그램 진행자가 몰래 촬영을 왔어요. 한 외국인이 고객으로 가장해 프랑스어로 불편사항을 접수한 뒤 서비스센터 직원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었는데, 다른 지점에서는 좋은 서비스를 받지 못했나 봐요. 그런데 제가 본사로 모셔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고객과 택시를 타려는 순간 ‘몰래 카메라예요’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놀랐죠(웃음). 그 덕에 과장으로 승진해 지점 총괄을 맡았고, 1999년 본사로 돌아왔어요.”
위기는 또 찾아왔다. 둘째를 낳고 돌아오자 상사가 사사건건 그의 아이디어에 어깃장을 놓았다. 그는 다른 사람이 성과를 낼 때 묵묵히 보고서만 고치며 자책했다. 자존감이 땅에 떨어졌다. 하지만 그 어려운 시기를 새 일을 맡으면서 넘겼다. 직장생활 동안 가장 큰 위기는 팀장이 되면서 찾아왔다.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을 병행하는 것도 어려웠고, 다른 부서 팀장은 물론 팀원들과도 소통이 되지 않아 몸과 마음이 병들어 병원을 들락거렸다.
“한의원 원장님 권유로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많이 나아졌어요. 지금껏 15번 완주했는데, 뛸 때마다 지나온 세월이 생각나 눈물 나고 힘도 들지만 자꾸 뛰게 돼요. 마라톤을 하면 서고 싶은 마음과 뛰고 싶은 마음이 교차해 갈등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내면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거든요. 뛰면서 결론도 내리죠. 내 든든한 백은 팀원들뿐이라고요.”
그의 목표는 중1, 중3인 두 아들 편에서 공감하고 친구가 돼주는 것이다. 늦게 귀가하는 엄마 때문에 아이들 취침시간도 12시를 넘기기 일쑤다. 아이들 마음을 알기에 그는 아이들과 틈나는 대로 여행을 떠나 에너지를 채우고 돌아온다.
“저는 아이들뿐 아니라 팀원들을 사회에 도움이 되는 리더로 키우고 싶어요. 많은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잘하는 점을 극대화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거든요. 저를 보세요. 고집불통이지만 후배들과 일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잖아요(웃음). 선배들이 저를 믿어준 것처럼 저도 후배들을 믿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