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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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 지연에 운항 가동률 높다 했더니…사면초가 애경그룹

항공권 환불에 불매운동 확산… “정비 시스템 점검하고 원인 규명 협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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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5-01-1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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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4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에서 고준 AK홀딩스 대표(앞줄 왼쪽)가 참사 후 열린 애경그룹 계열사 종무식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뉴스1]

    1월 4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에서 고준 AK홀딩스 대표(앞줄 왼쪽)가 참사 후 열린 애경그룹 계열사 종무식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뉴스1]

    “온라인에서 애경그룹이 보유한 브랜드 리스트를 보고 집에서 ‘2080’ 치약을 쓰고 있는 걸 알았다. 다음에 생필품을 살 때 애경 관련 제품은 피할 것 같다.”

    회사원 박모 씨(31)는 제주항공 참사를 접하고 “애경 제품을 앞으로 불매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씨는 “사고 원인 조사는 자세히 이뤄져야겠지만 이윤을 최대한 많이 남기려고 여객기 운항 시간을 늘리는 등 탑승객 안전을 최우선시하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179명이 사망한 무안국제공항 참사 여파가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제주항공 모회사인 애경그룹이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몰랐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알게 됐다”

    제주항공 참사 이후 SNS에서는 제주항공 모회사인 애경그룹 산하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 움직임이 일고 있다. [X(옛 트위터) 캡처]

    제주항공 참사 이후 SNS에서는 제주항공 모회사인 애경그룹 산하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 움직임이 일고 있다. [X(옛 트위터) 캡처]

    애경그룹은 지주사인 AK홀딩스 아래 제주항공, 애경케미칼(화학), 애경산업(생활용품·화장품), AK플라자(백화점), AK플러스자산개발 등 5개 자회사로 두고 있다. X(옛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2080’(치약), ‘트리오’(세제), ‘에이지투웨니스’(화장품) 등 애경그룹이 보유한 브랜드 목록이 공유되며 불매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재판이 진행 중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1994년부터 시중에 유통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들이 폐 손상 등 피해를 본 사건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피해자는 총 7983명, 사망자는 1886명에 달한다.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과 전 애경산업 대표는 1심 무죄, 항소심 유죄 선고를 받았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항소심 재판부가 공동정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서울에 사는 회사원 황모 씨(31)는 “제주항공 참사 이후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 규모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며 “화장품과 생필품 등 대체제가 있는 상품은 굳이 애경 제품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사 후 애경그룹 계열사 내에서 ‘경품 뽑기’ 행사가 진행된 것이 알려지며 지탄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31일 AK플라자가 보유한 노보텔에서 우수 직원 및 장기 근속자에 대한 포상과 함께 럭키 드로 행사가 열렸다. 애도 기간에 행사를 열었다는 논란이 일자, 1월 4일 고준 AK홀딩스 대표는 전남 무안국제공항을 찾아 유가족들에게 사과했다.

    제주항공을 비롯한 애경그룹 주가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주항공 주가는 1월 8일 종가 기준 7610원을 기록했다. 참사 직전인 지난해 12월 27일(8210원)과 비교하면 7.3%, 지난해 최고점(1만3590원)과 비교하면 44% 하락했다. AK홀딩스는 1월 8일 종가 기준 9950원으로 지난해 최고점(1만8030원)과 비교해 44.8% 떨어졌다. 여기에 다른 계열사들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애경케미칼은 중국발(發) 공급 과잉과 글로벌 건설경기 둔화, 애경산업은 중국 내수 위축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정비 지연, 운항 시간 최다

    제주항공의 안전관리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애경그룹 내에서 제주항공은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만큼 수익을 높이려고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실이 1월 6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2024년 상반기 항공사 지연 현황’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해 상반기 운항한 전체 5만2883편 가운데 1%인 536편(국내선 344편·국제선 192편)에서 항공기 정비를 이유로 지연이 발생했다. 상반기 운항한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많은 편수다. 이는 높은 운항 가동률에 기인한다. 제주항공의 지난해 3분기 월평균 여객기 운항 시간은 418시간으로 국내 6개 항공사 가운데 가장 길었다.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355시간)과 아시아나항공(335시간)은 물론 다른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371시간), 티웨이항공(386시간), 에어부산(340시간)보다도 긴 시간이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주항공은 LCC 중에서도 운항 가동률이 큰 편으로 높은 운영 효율성을 추구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 자체가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후 급격하게 항공기 운항이 늘어난 만큼 정비 시스템 가동력도 함께 복원됐는지 점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측은 기체 결함이나 무리한 운항 스케줄이 참사 원인이 됐다는 추정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지만 소비자들은 “불안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참사 다음 날 제주항공의 같은 기종 여객기가 랜딩기어 이상으로 회항해 환불 요청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29일 사고 직후부터 30일 오후 1시까지 약 6만8000건의 환불 요청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참사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불매운동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우려스럽다”면서도 “참사가 발생하면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원인 규명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경그룹은 사과문을 내고 “사고를 수습하고 필요한 조치가 이뤄지도록 그룹 차원에서 총력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AK홀딩스는 1월 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고준 AK홀딩스 대표를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채형석 단독 대표 체제에서 고준, 채형석 각자대표 체제로 변경해 그룹 이미지 회복과 참사 이후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문영훈 기자

    문영훈 기자

    안녕하세요. 문영훈 기자입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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