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석 유에스스탁 부사장. [지호영 기자]
“블랙웰 샘플 반응 따라 주가 회복할 것”
장우석 유에스스탁 부사장이 8월 29일 엔비디아 2분기 실적에 대해 평가하며 한 말이다. 이날 새벽 엔비디아는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호실적(매출 300억 달러·약 40조 원, 주당순이익 0.68달러)을 발표했으나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8% 이상 내렸다. 엔비디아 주가가 실적 발표 직후 하락한 것은 인공지능(AI) 열풍이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최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주식’으로 불리며 시장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만큼 실적의 일부 아쉬움이 투자자에게 큰 실망으로 돌아간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장 부사장은 “1년 동안 주가가 150% 이상 올랐다는 것은 점점 더 큰 숫자를 보여주지 못하면 곧바로 실망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라며 “그럼에도 엔비디아 실적은 여전히 좋다고밖에 할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 상승 추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이제 엔비디아에 어닝서프라이즈는 당연하다는 분위기다.
“현 주가 수준에는 실적 상승 기대감이 이미 선반영돼 있다. 이걸 더 끌어올리려면 그냥 어닝서프라이즈가 아니라 어마어마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해야 한다. 그런데 매출 상승폭이 이전에 비해 둔화됐고, 3분기 매출 가이던스도 시장 최고 전망치보다 낮았으며, 블랙웰 출하 시기도 4분기 그대로 확인됐다. 시장 눈높이에 차지 않은 것이다. 이번 엔비디아 실적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10점 만점에 8.5점, JP모건은 8점을 줬다.”
앞으로 주가 흐름은 어떻게 될까. 한동안 하락세가 이어지는 것인가.
“당장 오늘 밤 정규장만 들어가도 주가는 좀 회복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개인들 물량을 소화하는 과정이다. 본격적인 주가 회복은 블랙웰 칩 샘플을 받아본 고객사들 반응이 나와야 이뤄질 것 같다.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플랫폼스 등 블랙웰 샘플을 전달받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성능에 대해 호평하고, 시장에서 우려하는 수율 문제를 잠재우면 다시 올라갈 것이라는 뜻이다. 또 오늘 엔비디아가 실적과 함께 자사주 500억 달러(약 66조7250억 원)어치를 추가로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것도 주가 회복을 이끌 재료 중 하나다.”
경쟁 심화 vs 쿠다 소프트웨어 중요성
어쨌든 엔비디아가 ‘전 세계 증시 구원투수’ 역할은 하지 못한 듯하다.
“그렇게 해석하기는 이르다. 이 정도 실적이면 앞으로 월가에서는 엔비디아 목표주가 상향 의견이 많이 나올 것이다. 매출 시장 전망치가 287억 달러였는데, 300억 달러면 객관적으로 나쁘다고 할 수 없지 않나. 그래서 주요 투자은행(IB)이 엔비디아에 대해 어떤 전망을 내놓는지 보면서 시간차를 두고 분위기가 풀리지 않을까 싶다. 지금 나와 있는 엔비디아 최고 목표주가가 200달러인데, 그 이상이 제시되면 금방 또 분위기가 바뀔 거라는 얘기다. 조만간 시장에서 ‘너무 과도하게 우려했나’ 하는 목소리도 나올 것이라고 본다. 이번 실적으로 미국 증시가 전반적인 약세로 흘러간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엔비디아 앞날에 악재가 많이 끼어 있는 것 같다. 빅테크가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AI도 GPU 중요성이 낮은 추론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악재라기보다 정해진 수순이다. 특정 기술, 산업 분야가 발달하면 당연히 그 안에서 경쟁이 발생한다. MS도, 애플도 모두 경쟁사가 있지 않나. 다행인 점은 아직 엔비디아와 경쟁 선상에 놓일 수 있는 기업이 AMD(MI300), 구글(TPU) 정도뿐이라는 것이다. 인텔은 가우디 칩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미 따돌린 상태다. 또 AI가 추론 모델로 진화한다는 것은 시장에서 이전부터 예상하던 바다. 내년 상반기 추론용 칩으로 넘어가 본격적으로 경쟁이 심화하더라도 엔비디아 독점 구도가 깨지는 시점은 최소 2년 뒤일 것이라고 본다.”
반대로 엔비디아에 남은 과실이 적잖다는 의견도 있던데.
“엔비디아 주가가 AI 칩을 잘 팔아서 오른 것도 맞지만 더 중요한 대목은 쿠다(CUDA) 소프트웨어다. 쿠다는 엔비디아 칩하고만 호환되고 다른 기업 칩에는 사용할 수 없다. 이 말인즉슨 한 번 엔비디아 칩을 쓴 기업은 쿠다에 익숙해져서 다음 칩으로도 엔비디아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윈도우’ 사용자가 맥으로 잘 못 넘어가고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iOS로 잘 안 바꾸듯이, 쿠다에 대한 익숙함이 커지면 2년 뒤 경쟁에서도 아마 이걸로 승부를 볼 것이다. 소프트웨어는 한 번 적응되면 바꾸기 쉽지 않다.”
“엔비디아만 투자해도 괜찮던 시기 끝”
결론적으로 이제부터 엔비디아 투자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지난 인터뷰 때 엔비디아가 ‘완만한 성장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하반기 블랙웰 출시를 고려할 때 올해 고점 대비 주가 업사이드는 20~30%가량(165~180달러) 남아 있다고 본다(그래프 참조). 개인적으로 이런 완만한 상승세가 투자자에게는 더 좋을 것 같긴 하다. 고도 상승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어야 투자자들이 좀 더 안정적으로, 편하게 주식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지금은 포트폴리오 내 엔비디아 비중을 축소할 때다. 팔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엔비디아만 투자해도 괜찮던 시기는 지났으니, 이제 보유 중인 것은 그대로 가져가되 엔비디아 이외에 다른 상승 섹터로도 눈을 돌려봐야 한다는 얘기다.”
[엔비디아 제공, 자료 | 네이버 증권]
“8월 초 전 세계 증시가 무너질 때 빅테크 대신 오른 섹터에 주목해야 한다. 나한테 1등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금융주다. 금융주는 금리가 내려가면서 대출이 원활해지면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돼 있다. 또 경기침체 영향을 거의 안 받는 필수소비재, 금리인하기 수혜주로 자주 거론되는 헬스케어 쪽도 좋다. 채권도 이제는 금리인하가 확실시되는 만큼 담아도 된다. 다만 TLT, TMF 같은 장기채 레버리지 쪽에만 몰리지 말고 국채부터 회사채까지 모두 포함하는 종합형 상품으로 AGG 혹은 BND를 더 추천하고 싶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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