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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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소비 트렌드는 돈보다 시간이 소중한 '분초사회'

김난도 서울대 교수 ‘트렌드 코리아 2024’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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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입력2023-11-24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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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확실한 세계경제 흐름 속에서 기회를 잡기 위한 첫 단추는 핵심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트렌드 예측 아이콘’으로 일컬어지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들을 주축으로 매년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통해 소비 트렌드 키워드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 내놓은 ‘트렌드 코리아 2024’(미래의창)에서 주목할 만한 내년 소비 트렌드를 알아봤다.

    돈보다 시간이 중요해

    1분 1초가 아까운 현대 사회에서 시간은 가장 소중한 자원으로 변모했고, 시간의 가성비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GETTYIMAGES]

    1분 1초가 아까운 현대 사회에서 시간은 가장 소중한 자원으로 변모했고, 시간의 가성비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GETTYIMAGES]

    1분 1초가 아까운 현대 사회에서 시간은 가장 소중한 자원으로 변모했고, 시간 대비 성능을 일컫는 ‘시성비’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는 시간이 희소자원이 되면서 시간 효율성을 극도로 높이려는 트렌드를 모두가 분초(分秒)를 다투며 살게 됐다는 의미로 ‘분초사회’라고 정의했다. 소유 경제에서 경험 경제로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시간은 가장 소중한 자원이 됐고, 그것을 아껴 쓰고 가성비를 추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 됐다. 돈은 대출받을 수 있으나 시간은 어디에서도 구해올 수 없기 때문이다.

    분초사회에서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과제다. 시간의 가성비를 높이고자 돈보다 시간을 중시하고, 사용 시간 단위를 조각내며, 여러 가지 일을 함께 처리한다. 또한 일단 결론부터 확인한 후 일을 진행하고, 실패 없는 쇼핑을 바라면서 극한의 시간 효율을 추구한다. 시간의 양뿐 아니라 질도 중요해지자 시간 사용 밀도를 높이려는 노력도 기울인다. 여러 일을 한꺼번에 수행하는 ‘시간의 저글링’이 대표적이다. 구체적인 예로 모바일 환경에서 탭 여러 개를 동시에 열어놓고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멀티태스킹을 들 수 있다.

    소비자의 시간이 핵심 자원이 되면서 유통업계 경쟁력은 소비자의 점유 시간을 얼마나 늘리느냐에 좌우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관련 업계는 간단하지만 중독성 있는 게임으로 즉각적으로 리워드를 제공하는 혜택성 이벤트나 커뮤니티 활동 등을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다. 분초사회에 맞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고자 한다면 고객의 틈새 시간에 집중하거나, 소비자 니즈에 맞춰 즉각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행동을 분초 단위로 관찰해 필요가 발생하는 미세한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포인트다. 일례로 아이폰을 들 수 있는데, 잠금 상태에서 암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초기 화면에 있는 카메라 아이콘을 위나 옆으로 살짝 밀면 바로 사진 촬영이 가능해 용이성이 높아졌다.

    내년 소비 트렌드를 전망한 ‘트렌드 코리아 2024’. [미래의창 제공]

    내년 소비 트렌드를 전망한 ‘트렌드 코리아 2024’. [미래의창 제공]

    AI 기술의 화룡점정 역량은 인간

    ‘시성비’에 대한 생각 변화는 사람들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구매 의사 결정의 복잡한 과정과 시간을 건너뛰고 특정 인물이나 콘텐츠, 커머스를 추종하면서 “나도” 하고 구매하는 소비 현상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는 이를 ‘디토(ditto·나도)소비’라고 칭했다. 선택지가 많아지면서 선택의 어려움과 실패의 두려움이 크게 증가했는데, 1분 1초가 아까운 분초사회에서 되도록 빨리 실패 없는 선택을 하고 싶다는 의도로 디토소비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과거처럼 스타나 인플루언서를 맹목적으로 따라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대상을 찾고 그 의미를 해석해 받아들이는 주체적인 추종 모습을 띤다. 이러한 디토소비의 확산은 향후 브랜딩과 유통 전략, 비즈니스 모델 형성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회사의 철학·관점·취향을 담은 시그니처 상품이나 브랜드가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는 ‘호모 프롬프트(Homo Promptus)’를 꼽고 있다. 올해 인간 고유의 성역으로 여겨지던 창작에 도전장을 내민 ‘챗GPT’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림·소설·작곡·코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생성형 AI의 등장은 “내가 AI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라는 실존적 문제까지 야기했을 정도다. AI 시대를 맞아 AI와 조화롭게 상호작용을 하는 인간형인 호모 프롬프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호모 프롬프트란 인간 고유의 창의성을 더욱 고양하는 방향으로 AI와 티키타카를 하면서 AI 서비스를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을 칭한다. 특히 이 키워드가 ‘호모’, 즉 인간으로 시작한다는 점에 주목하자. 인간이 던지는 질문에 따라 AI가 내놓는 결과물은 확연히 달라지게 마련이다. AI와 공존, 나아가 경쟁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메타인지 능력을 갖춘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사색과 해석력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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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숙 기자

    강현숙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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