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8

2023.09.22

오뚜기·광동제약 부당내부거래 공정위 전격 조사… 검찰수사 이어지나

3세 승계 앞둔 오뚜기 일감 몰아주기 의혹 집중 조사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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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3-09-2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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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거래위원회는 9월 14일 전격적으로 오뚜기와 광동제약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조사에 나섰다. 그간 중견기업집단의 내부거래를 모니터링한 결과 부당 지원 혐의가 포착돼 조사에 들어간 것이다. 이번 현장조사는 오뚜기의 경우 기업집단감시국 부당지원감시과, 광동제약은 내부거래감시과가 닷새 일정으로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현장조사가 이뤄진 날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중견기업집단은 이사회 내 총수 일가 비중이 크고 내외부 견제 장치가 부족해 적극적인 감시가 필요한 실정”이라면서 “시장 지배력이 큰 중견기업집단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해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제약·의류·식음료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업종에서 영향력이 컸음에도 대기업에 비해 감시가 느슨했던 중견기업집단의 위법 행위에 ‘경제검찰’의 칼을 본격적으로 들이대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9월 1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중견기업집단의 내부거래 현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법 위반 혐의 포착 시 신속히 조사해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뉴스1]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9월 1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중견기업집단의 내부거래 현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법 위반 혐의 포착 시 신속히 조사해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뉴스1]

    한기정 “중견기업집단, 적극적 감시 필요”

    기업집단감시국(당시 기업집단국)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대기업의 내부거래와 부당 지원, 사익 편취 감시를 목표로 출범했다. 일선 조사 업무를 맡은 내부거래감시과와 부당지원감시과를 거느린 점에서 옛 조사국의 부활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올해 6월 공정위는 호반건설이 김상열 회장의 장남·차남이 각각 소유한 호반건설주택과 호반산업, 17개 자회사 등을 부당 지원하고 공공택지 ‘벌떼 입찰’을 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608억 원을 잠정 부과했다. 이 과정에서 현장조사를 주도한 곳이 부당지원감시과다. 내부거래감시과는 2021년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삼성웰스토리에 사내급식 일감을 몰아준 의혹과 관련해 현장조사를 벌여 계열사 5곳에 과징금 2349억 원을 부과한 바 있다.

    재계에서 공정위의 현장조사는 검찰의 압수수색에 비견된다.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을 다수 수임한 한 변호사는 “공정위 현장조사는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이뤄지는 압수수색은 아니지만, 기업이 뚜렷한 명분 없이 조사를 거부했다가는 공정거래법상 조사방해로 처벌받을 수 있기에 그 위력이 막강하다”고 말했다. 현장조사 결과 중대한 범법 혐의가 드러날 경우 공정위 측 고발로 검찰수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공정위가 포착한 오뚜기와 광동제약의 부당내부거래 혐의는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이번 현장조사의 구체적 배경과 현재까지 드러난 혐의에 관한 질문에 공정위 관계자는 9월 20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답변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오뚜기와 광동제약 측도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2017년 지배구조 평가 D등급 받은 오뚜기

    함영준 오뚜기 회장. [뉴시스, 오뚜기 제공]

    함영준 오뚜기 회장. [뉴시스, 오뚜기 제공]

    공정위 조사를 계기로 과거 오뚜기의 허점으로 지목된 지배구조 문제가 다시 수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2017년 한국기업지배구조원(현 한국ESG기준원)은 코스피 상장사 733곳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평가했는데, 오뚜기는 지배구조 항목에서 최하위 D등급을 받았다. 당시 일감 몰아주기 등 빈번한 내부거래가 오뚜기의 취약점으로 지목됐다. 같은 해 2월 경제개혁연구소는 ‘대규모 기업집단 이외 집단에서의 일감몰아주기 등 사례분석’ 보고서에서 오뚜기그룹의 오뚜기물류서비스, 오뚜기에스에프, 알디에스, 상미식품, 오뚜기라면 등 5개사가 내부거래 비율이 높은 ‘일감 몰아주기 수혜 기업’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오뚜기는 함영준 회장이 창업주인 선친 함태호 명예회장 별세 후 1500억 원 넘는 상속세를 피하지 않고 모두 납부하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더해 높은 정규직 비율, 각종 사회 공헌 활동이 조명받으며 ‘갓뚜기’라는 찬사를 받은 터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후 가진 기업인 간담회에서 오뚜기를 일컬어 “새 정부 경제정책에 잘 부합하는 모델 기업”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지배구조,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되자 오뚜기는 수년에 걸쳐 개선에 나섰다. 오뚜기는 △2017년 오뚜기에스에프, 상미식품, 풍림피앤피 물적분할 △2018년 상미식품지주, 풍림피앤피지주 흡수합병 △2021년 오뚜기라면 물적분할 △2022년 오뚜기라면지주와 오뚜기물류서비스지주 흡수합병 등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뚜기 지배구조 개편이 함 회장의 장남 함윤식 씨로의 3세 승계를 위한 행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미성년자 시절 오뚜기 지분 2.04%를 갖고 있던 함 씨는 2017~2022년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지분율을 2.79%로 끌어올렸다. 함 씨가 보유한 자회사 지분 매각, 오뚜기와 자회사 간 흡수합병 같은 방법을 통해서다. 이 과정에서 오뚜기는 함 씨가 대주주였던 오뚜기에스에프지주의 자회사 오뚜기에스에프에 주는 일감을 2019년 약 289억 원에서 이듬해 406억 원가량으로 늘렸다. 오뚜기에스에프의 기업가치를 높임으로써 함 씨 지분을 고가에 사들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오뚜기와 오너 일가의 인척이 대표로 있는 회사 간 거래도 관심 대상이다. 창업주의 첫째 사위가 이끄는 식품제조업체 ‘면사랑’은 지난해 매출 1400억 원 중 15%인 약 213억 원을 오뚜기와의 거래에서 거뒀다. 창업주의 둘째 사위가 대표인 ‘풍림푸드’는 함 회장이 2대 주주로 있는데, 지난해 내부거래 비율이 28% 이상이었다.

    광동제약, 추석 앞두고 영업정지 처분

    최성원 광동제약 부회장. [광동제약 제공]

    최성원 광동제약 부회장. [광동제약 제공]

    광동제약의 경우 광동생활건강과의 거래가 공정위 조사 대상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광동제약은 오너 2세인 최성원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다. 최 부회장의 광동제약 지분율은 6.59%에 불과하지만 사실상 개인회사인 광동생활건강(최 부회장 외 특수관계자가 지분 100% 보유)이 광동제약 지분 3.05%를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광동제약이 광동생활건강에 판매한 매출은 2020년 87억 원에서 지난해 160억 원으로 늘었고, 올해 상반기만 해도 75억 원에 달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광동제약은 최근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자사 홍삼음료 판매 과정에서 심의를 받지 않은 내용으로 광고를 했다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적발된 것이다. 식약처는 광동제약이 ‘유통전문판매원’으로 등록한 모든 제품에 대해 추석을 앞둔 9월 21~25일 닷새간 유통 및 판매를 금지했다. ‘광동 발효홍삼골드’를 비롯해 비타500 캔 제품인 ‘비타500F’ ‘비타500 광도르방’ ‘비타500 스파클링’과 ‘헛개차’ ‘옥수수수염차’ 등이 포함된다. 다만 이미 거래처에 납품된 제품은 판매가 가능하다.

    그간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주로 단속해온 공정위가 중견기업 조사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을 지낸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의 부당 지원, 일감 몰아주기는 지속적인 단속과 사회적 지탄 속에서 상당 부분 개선된 반면, 중견기업은 감독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며 “중견기업이 경영 투명성을 키울 수 있도록 적절히 감독하는 것이 경제와 기업문화 발전을 위해 필요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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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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