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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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가상화폐 급등락

한국이 세계 가상화폐시장 하락 방아쇠 당겼다

거래 규모 세계 3위 … 중국, 유럽 규제 맞물려 폭락했지만 반등 중

  •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8-01-30 14:4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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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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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버(오래 버티기)도 옛말이다.’ ‘한강 수온 몇 도냐?’ 

    1월 16일 비트코인을 필두로 가상화폐(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하자 가상화폐 커뮤니티에 자주 올라온 글들이다. 급등락을 반복해 장기적으론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던 가상화폐들이 반 토막 나자 투자자들이 크게 낙심해 한강 투신 같은 극한심리까지 내비친 것이다.

    “어? 폐쇄 카드는 먹히네”

    일각에서는 이번 폭락 사태를 정부가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가상화폐거래소 폐쇄 카드를 만지작대며 가상화폐시장에 필요 이상의 불안감을 불어넣었다는 것. 하지만 국내 원인 말고도 중국의 규제, 미국 선물시장의 영향 등 폭락은 이미 잉태돼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가상화폐시장에 투기가 번지는 것을 막고자 규제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4일 정부는 가상화폐시장 규제를 위한 법무부 중심의 대응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10일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가상화폐를 인가하거나 선물거래를 도입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강도 높은 규제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혔다. 28일에는 가상화폐 관련 정부 부처 회의를 거쳐 가상화폐거래소의 가상계좌 활용을 금지했다. 사실상 신규 투자자의 유입을 막는 조치였다. 

    정부의 압박은 계속됐지만 가상화폐 투자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크리스마스 직전인 12월 23일 비트코인은 개당 2500만 원을 돌파했다. 



    결국 정부는 거래소 폐쇄라는 강수를 내비치기 시작했다. 1월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겠다. 법무부 안은 이미 마련돼 있다. 언제든 법안을 제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의 발언이 보도되자 가상화폐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거래 자체를 금지하면 보유 중인 가상화폐가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투매를 이어간 것. 개당 2000만 원대 후반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1600만 원대로 주저앉았고 다른 가상화폐도 30~50% 폭락했다.

    해외발 악재도 한몫해

    월 17일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한 가운데 서울 중구 무교동 한 가상화폐거래소 모습. [동아DB]

    월 17일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한 가운데 서울 중구 무교동 한 가상화폐거래소 모습. [동아DB]

    그러나 2030세대의 여론이 악화되고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정부는 하루 만에 가상화폐거래소 폐쇄 발언을 철회했다. 1월 12일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법무부 장관의 거래소 폐쇄 발언과 관련해 “아직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거리를 뒀다. 덕분에 가상화폐 가격은 다시 회복세를 보였다. 개당 1400만 원을 밑돌던 비트코인은 1800만 원까지 회복됐다. 

    하지만 이후 김 부총리가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가상화폐거래소 폐쇄는 여전히 살아 있는 옵션”이라고 밝히자 다시 시장이 얼어붙었다. 가상화폐거래소 시세 전광판은 파란 화살표로 도배됐다. 

    그러나 정부가 1월 23일 가상화폐 거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거래소 폐쇄는 없던 일이 됐다. 더구나 실명 확인이 되면 30일부터 사실상 거래를 터주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이 같은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에 투자자들은 분개했다. 정부가 거래소 폐쇄 카드를 가상화폐 가격 조정 수단으로 이용한 흔적이 짙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상화폐 전업 투자자는 “반등세를 보일 때마다 정부가 폐쇄 카드를 내놨다. 투자자 처지에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가격 조정에 나선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단순히 폐쇄 가능성만으로 급변한다면 처음부터 실체가 없는 시장이 아니었느냐고 비판하는데, 주식시장을 생각해보면 거래 시간이 바뀐다는 소식만으로도 시장이 크게 움직인다. 하물며 주식거래소 폐쇄 이야기가 오간다면 가상화폐시장 못지않게 파장이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금융권은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태다. IBK기업은행 측은 “실명계좌 서비스를 신규 고객에게 확대하지 않을 예정이다. 당분간 가상화폐시장의 안정화 추이를 지켜보며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가상화폐거래소나 거래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은행의 책임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은행들은 신규 계좌 개설을 미루고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가상화폐 가격 폭락이 정부 규제로 인한 것일까. 세계시장 추이를 분석하면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중국과 유럽 등의 규제 움직임으로 세계시장 역시 폭락을 겪었기 때문. 실제로 같은 기간 가상화폐의 국제시세도 함께 폭락했다. 국제 가상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월 11일 새벽 개당 약 1만4820달러(약 1581만 원)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이 17일 저녁에는 9935달러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리플은 2달러(약 2134원)에서 1달러로 반값이 됐다. 

    프랑스와 독일은 3월 열릴 예정인 주요 국가(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 공동으로 마련한 가상화폐 규제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장관과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총리실장은 1월 18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비트코인 규제에 대해 양국이 우려하는 바와 규제 목적이 동일하다”며 공동 규제안을 만든 이유를 밝혔다. 발표 후 비트코인은 개당 1만2107달러에서 1만982달러까지 떨어졌다. 

    1월 16일 중국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외 거래소나 플랫폼을 중국 내부에선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지난해 9월 중국 내 가상화폐거래소 폐쇄에 이어 해외시장에서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것도 막겠다는 심산이다. 인민은행은 17일 가상화폐 거래를 위한 은행 서비스 제공을 전면 금지했다. 지난해 이뤄진 신규 계좌 개설 금지 및 거래소 운영 중단 이후 다시 규제 강화에 나선 것.

    하락장 포문 연 것은 한국

    1월 11일 오전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정부과천종합청사에서 가상화폐거래소 폐쇄를 위한 입법 추진 방안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1월 11일 오전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정부과천종합청사에서 가상화폐거래소 폐쇄를 위한 입법 추진 방안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중국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에도 중국 정부가 가상화폐공개(ICO)를 금지하고 거래소를 폐지하겠다고 나서자 세계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했다. 9월 2일 개당 5013.91달러(약 535만 원)이던 비트코인은 4일 4263.95달러까지 급락했다. 이더리움도 개당 390달러(약 42만 원)에서 280달러로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외신들은 이와 같은 하락장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한국이라는 시장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6년만 해도 글로벌 비트코인 거래량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가상화폐에서 중국의 역할은 중요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규제 일변도로 나가자 거래가 한국과 일본으로 꽤 옮겨갔다’고 보도했다. 비트코인 정보분석업체 크립토컴페어의 찰스 헤이터 최고경영자(CEO)도 “글로벌 가상화폐시장에서 중국의 거래량은 20% 미만이다. 미국과 한국의 거래 규모로도 거래량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의 분석대로 가상화폐 가격은 회복세로 돌입해 두 달 뒤인 11월 비트코인은 개당 1만 달러를 돌파했다. 

    실제로 한국 가상화폐시장 규모는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크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월 21일 기준 한국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의 24시간 평균 거래액은 각각 75억7742만 달러(약 8조927억 원)와 52억7845만 달러(약 5조6374억 원)를 기록했다. 세계 7800여 개 거래소 가운데 각각 1, 3위에 해당하는 거래액이다. 

    가상화폐 거래량이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외신은 한국 정부의 규제 소식이 가상화폐 시세 하락의 포문을 열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한국에서 전해진 가상화폐 규제 소식이 가상화폐시장의 가치 하락을 이끌었다. 이후 각국의 젊은 투자자가 가상화폐시장을 이해하지 못한 채 하락장을 만나 자신의 재산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대량 투매에 나섰다. 여기에 전문 투자자들이 선물 등에서의 손실을 막으려고 투자시장에 뛰어들며 상황이 악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경제 전문방송 CNBC는 ‘가상화폐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에서 가상화폐 가치가 꾸준히 하락했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가상화폐 개당 20% 이상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있지만 당분간 이와 같은 현상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즉 김치프리미엄(한국의 가상화폐 프리미엄)으로 불리며 세계 시세에 비해 20~30% 비싸게 거래되던 한국 가상화폐시장의 특수성이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규제가 거래소 폐쇄까지 가지 않은 데다 미국 나스닥도 1월 23일 가상화폐 선물거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다시 가상화폐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다. 김치프리미엄도 돌아왔다. 1월 25일 자정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글로벌시장에서 개당 9932달러(약 1061만 원)이지만 일본 거래소 비트렉스에서는 1258엔(약 1226만 원), 한국 거래소 빗썸에서는 1336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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