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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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물가만 고공행진, 도대체 왜?

高환율, 가격 인하에 인색한 기업 … ‘경기부양’과 맞물려 가파른 상승

  • 이성룡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 박사 leesy@hri.co.kr

    입력2009-03-04 18: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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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물가만 고공행진, 도대체 왜?
    지난해 가을 ‘리먼 쇼크’에 이어 동유럽발(發) 금융위기가 거론되는 요즘이다. 신용위기, 주식과 주택 가격 폭락 등 세 가지 악재가 겹쳐 이번 세계적 경기침체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물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1월 말 물가상승률은 3.7%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7%에 비하면 상당히 안정된 수치지만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상한선인 3.5%를 여전히 웃돌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급격한 수요 위축과 지난해 중순 이후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을 고려한다면, 하락 폭은 매우 작게 느껴진다. 더욱이 세계 3대 경제권인 미국 유럽 일본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 이하로 떨어져 디플레이션 우려를 나타내는 것과 비교해도 이상 현상이 아닐 수 없다. 2008년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6위를 차지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1월 물가상승률 3.7% 여전히 부담

    국내 물가를 품목별로 나눠보면 주부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나타내는 품목이 특히 주의를 끈다. 농축산물 물가가 전반적인 상승세를 주도하는 가운데, 집세와 학원비를 포함하는 서비스 부문이 두드러지게 상승했다. 중산층의 생활이 더욱 어려워졌음은 명약관화한 일. 또한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음에도 국내 휘발유 가격은 ‘역주행’을 하는 꼴이라 중산층의 체감물가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휘발유 가격이 오른 이유는 올 1월부터 유류세 10% 인하 조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한 3월부터 원유와 석유제품에 부과되는 관세율이 일제히 인상된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로 인해 휘발유 가격이 또 올라 소비자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편 주유소 10곳 가운데 7곳이 공급원가 사전 조사도 없이 휘발유 등 석유제품을 팔아왔다는 최근 조사 결과는 정유회사와 주유소의 가격 결정 과정이 자의적이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게 한다.



    한편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의 괴리는 다른 요인 때문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체감지수는 통계청이 발표하는 물가지수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는 첫째, 체감물가는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품목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둘째, 소비자들은 소득수준 향상에 의한 소비 지출의 증가를 물가 상승으로 착각한다. 셋째, 5년마다 개편하는 물가지수 작성 방법의 한계도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 물가만 고공행진, 도대체 왜?
    최근 국내 물가가 기타 선진국보다 높은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환율이 소비자물가로 파급되는 전이효과(Pass-Through Effect)와 정부 개입에 따른 정책적 시차(時差) 효과, 그리고 경기 변화에 따른 기업의 가격 결정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

    지난해부터 국내 물가의 상승을 주도한 것은 국제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과 환율 상승이었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7월 이후 하향세를 나타내면서 현재 고점 대비 3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지난해 9월부터 환율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고(高)환율이 수입 물가 전반에 작용하면서 물가를 인상시키고, 유가 하락에 따른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서민경제 안정을 위한 물가안정 정책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는 올해 설 연휴 물가안정 대책으로 이어지면서 생활필수품목의 물가 상승을 인위적으로 차단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 정책이 사실상 ‘경기부양’으로 옮겨지면서 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둑이 터지면 물살이 빨라지듯, 정부 정책이 사라지자 물가 상승속도가 더 빨라진 것처럼 느껴지고 있다.

    한편 기업들은 한 번 올린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을 다시 내리는 데 매우 인색하다. 기업의 가격결정 방식이란 것이 무릇 그렇다. 지난해 상반기 농산물과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을 올렸지만, 생산비용이 그때보다 낮아지고 경기침체기가 됐다고 해서 다시 가격을 낮추지는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09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0.5%, 즉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3대 경제권의 마이너스 성장,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 국가들의 성장 둔화가 불가피해 전 세계적으로 수요 위축이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수출이 더욱 어려워지리란 전망은 자명한 사실이 됐다. 동유럽 국가들의 경제위기가 불거지고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추가적인 환율 상승도 나타나고 있다. 고환율은 시차를 가지며 국내 물가 하락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기업 구조조정, 부동산 안정화 시급

    이러한 대외적 악재 속에서 각 가정은 대대적인 임금 동결과 가계부채 문제로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다. 또한 고환율은 기업 처지에선 추가적 비용 요인으로 작용해 기업 채산성을 악화시킨다. 가계채무 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계 부문의 소비 위축과 기업의 채산성 악화에 따른 투자 위축은 내수경기 전반을 흔들 것이다. 최근 중산층과 중소기업 위주로 급격히 상승하는 연체율은 가계와 기업의 부실이 금융기관 연쇄 부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의 세계 경제는 금융 부문과 실물 부문이 얽히면서 빠른 속도로 악화일로를 걷는 ‘죽음의 소용돌이(Economic Death Spiral)’에 빠질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소용돌이를 끊어낼 수 있는 근본적이고 시급한 치료제는 경제 주체들이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 부문의 신속한 구조조정, 가계 부문의 추가 부실을 방지하기 위한 부동산 안정 대책 및 기존 채무에 대한 지원 대책은 일차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래야 금융권에 내재한 불안을 해소해 시중에 자금을 유통시키고 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가계소득을 보전시켜 소비를 일으키고, 나아가 국가 경제를 선순환 구조로 이끌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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