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지호영 기자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가 진단한 환율 전망이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0월 23일 종가 기준 1439.6원을 기록했다. 4월 28일 1442.6원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개 주가가 상승세면 원화가 강세를 띠는데, 코스피가 4000포인트를 넘기는 상황에서 환율도 함께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최근 원화 변동성이 확대돼 시장 쏠림을 경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10월 30일 책 ‘제2 IMF 외환위기 다시 오는가’를 펴낸 김 교수에게 1400원대 환율이 뉴노멀이 된 이유와 투자법을 물었다.
세계 금융시장 원화 결제율 0.1% 수준
왜 환율이 계속 오르나.“우리 외환보유고는 약 4200억 달러(약 597조7000억 원) 수준으로, 규모로만 보면 세계 10위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은 편이다. 현재 우리는 GDP 대비 22% 정도인데 대만(77%), 홍콩(116%), 스위스(124%)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외환보유액이 넉넉지 않다 보니 대외 변수가 닥치면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적절한 외환보유고는 어느 정도라고 보나.
“국제결제은행(BIS)은 2004년 한국에 9200억 달러(약 1310조 원) 수준의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기를 권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7000억 달러(약 996조 원)는 비축해둬야 한다고 했는데, 이 기준을 따랐던 아르헨티나도 수차례 파산했다. 적어도 9000억 달러 이상의 외환보유고를 마련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한미 관세협상에서 연 200억 달러 직접투자 제한을 뒀다. 그럼에도 환율이 상승할 거라고 보나.
“소폭 하락하긴 했으나 대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환율 상승이 계속되면 1997년 IMF 구제금융 같은 상황이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특히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내년이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50% 선을 넘기고 2029년에는 60%에 도달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 예산을 8% 늘렸다.”
일본(250%), 미국(120%), 프랑스(110%) 등 주요 선진국 수치와 비교하면 비율이 낮은 편인데.
“기축통화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이들은 통화를 찍어서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원화는 국제금융시장에서 결제되는 비율이 0.1%밖에 안 된다. 환율이 계속 오르고 국가부채가 늘어나면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원화가치 상승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원화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있나.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애플은 금융시장에 진출해 인당 25만 달러(약 3억5600만 원) 예금 계좌를 제공하고 4%대 이자를 주고 있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 스마트폰을 공급하는 삼성은 금융업에 뛰어들 수 없다. 삼성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업계에만 진출할 수 있어도 원화 경쟁력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또 국가균형발전에 따라 연금공단 본사가 전국에 흩어져 있다. 뉴욕과 싱가포르만 봐도 금융기관이 한곳에 모여 있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해외 ‘큰손’이 투자하려고 전국을 돌아다닐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과거 한국이 제조업에 투자해 산업을 성장시킨 것처럼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법인세 인하해 일자리 늘려야
코스피가 4000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활황을 보이고 있으니 정부가 적절한 정책을 펴는 것 아닌가.“현 주가 상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다. 시가총액 약 3000조 원의 3분의 1을 두 회사가 차지한다. 하지만 반도체 외 업계 상황은 녹록지 않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다. 현재 청년(15~29세) 취업률이 45%에 불과하다. 한국 기업은 법인세 등을 이유로 해외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 현재 우리 법인세는 25%인데 세계 평균은 21%이고 싱가포르는 17%, 아일랜드는 12%다. 미국은 15%까지 낮추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전 세계가 법인세를 낮춰서 일자리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세수를 확보해야 국가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나.
“아일랜드는 2000년대 들어 법인세를 12.5%로 낮춰 다국적기업을 유치했다. 2018년 1인당 국민소득이 7만8000달러에서 11만 달러(약 1억5600만 원)로 상승해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가 됐다. 다국적기업이 내는 세금은 늘었고 일자리도 증가했다.”
개인이 고환율 시대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꾸준히 미국 주식을 매수할 것을 추천한다. 매달 월급의 25%를 미국의 1등 주식에 투자하라. 만약 개별 주식이 부담스럽다면 S&P500이나 나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주식을 사면 된다.”
주식도 등락이 있는데 적립식 투자로 해결할 수 있나.
“오히려 떨어지면 주가가 싸다 생각하고 사야 한다. 결국 장기적으로 미국 주식은 우상향했다. 글로벌 시가총액에서 미국의 비중은 60%, 한국은 1.5%다. 특히 고환율 시대가 예고된 상황에서 미국 주식투자는 필수다.”
금과 암호화폐는 어떻게 보나.
“금과 암호화폐는 달러와 마찬가지로 기축통화 역할을 할 수 있어 투자해도 괜찮다고 본다. 다만, 금은 변동성이 커 자산의 10% 정도만 투자할 것을 권한다. 암호화폐의 경우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에만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안녕하세요. 문영훈 기자입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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