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은 10월 23일 유튜브 국토교통부 채널 라이브 방송을 통해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부 고위 공직자로서 국민 여러분 마음에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국토교통부 캡처
고위 공직자가 직접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정책 홍보를 하는 것은 이재명 정부의 디지털 소통 전략과 맞닿아 있다. 8월 국무회의에서는 정부 부처와 장차관들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을 활성화하고 디지털 중심으로 정부 홍보 기조를 대전환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모든 플랫폼 압도하는 유튜브 이용률
유튜브 채널을 통한 소통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대통령실이다. 일부 영상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대통령 개인 채널과 ‘KTV 국민방송’ 채널에 ‘잼프의 참모들’이라는 제목으로 우상호 정무수석, 강훈식 비서실장, 강유정 대변인이 출연해 대통령실 일상을 공개했는데 우 수석 영상의 경우 70만 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명 유튜브 채널 인터뷰도 잦은 편이다. 강 비서실장이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인 8월 29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관련 일화를 들려준 영상은 조회수가 182만 회를 넘겼다.정부가 유튜브를 소통 창구로 활용하는 이유는 날로 커지는 유튜브 영향력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10월 2일 공개한 미디어·콘텐츠·SNS 조사에 따르면 만 13세 이상 소비자 기준 유튜브 이용률은 95%로 모든 플랫폼을 압도했다. 길이나 형식 등에 제약이 없는 것 또한 장점이다.
설화에 오른 이 전 차관의 유튜브 출연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이 전 차관이 10월 17일 출연한 ‘부읽남TV’는 구독자 165만 명을 보유한 재테크 채널이다. 해당 영상 제목은 ‘국토부 차관에게 듣는 역대급 부동산 정책의 의미’로, 이 전 차관이 직접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10·15 대책)을 1시간 17분 동안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영상에서 “지금 (집을) 사려고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는데, 시장이 안정화되고 소득이 쌓이면 기회는 돌아오게 돼 있다”며 “이번 대책에 대해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19일 해당 영상이 업로드된 후 이 전 차관이 약 29억 원 현금을 두고도 지난해 경기 성남 백현동에 33억 원짜리 아파트를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심이 악화했다.

우상호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브이로그 형식으로 업무를 소개하는 ‘잼프의 참모들’ 시리즈에 출연했다. 유튜브 채널 이재명 캡처
‘2분 사과’에 “이렇게 퉁치냐?”
이에 대한 사과 역시 유튜브를 통해 이뤄져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 전 차관은 10월 23일 유튜브 국토교통부 채널 라이브 방송을 통해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부 고위 공직자로서 국민 여러분 마음에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2분간 라이브 방송이 진행될 때 채팅창은 닫혀 있었고, 별도의 질의응답도 없었다. 해당 영상 댓글창에는 “떳떳하면 질문 받으라고, 자기 할 말만 하면 끝인가?” “이렇게 퉁친다고?” 등 비판도 달렸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2분 사과’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자 이 전 차관은 결국 다음 날 사의를 표명했다.전문가들은 소통만 강조하면서 고위 공직자의 유튜브 출연을 밀어붙일 일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튜브를 보지 않는 사람이 드문 상황에서 유튜브가 정부 홍보 수단으로 검토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말을 조심하면서도 유튜브 생태계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동반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정치인은 게이트 키핑 장치가 있는 레거시 미디어보다 자신을 공격하지 않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소통하는 게 더 편하다”며 “이런 문화가 퍼져 장차관 역시 비교적 안전해 보이는 유튜브 출연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교수는 “정부 정책이라는 책임감을 요하는 문제를 다룰 때는 주의 깊게 매체를 고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