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메가시티인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GETTYIMAGES
다양한 문화, 종교, 민족이 어우러지는 곳
처음 자카르타에 도착하면 도시가 뿜어내는 거대한 에너지에 압도된다. 이른 아침부터 도로는 오토바이와 자동차로 꽉 차 있고, 빌딩 숲 사이로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신기하게도 그 복잡함 속에는 특유의 여유와 활기도 존재한다. 길거리 노점에서는 갓 구운 사테 냄새가 식욕을 자극하고, 사람들은 카페에서 달콤한 인도네시아식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현대적 도시인데도 사람 냄새가 짙게 난다는 점이 자카르타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그런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자카르타 북쪽에 위치한 코타 투아(Kota Tua)다.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건물들이 남아 있는 구시가지로, 인도네시아 근현대사 흔적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광장 주변에는 박물관과 오래된 카페, 자전거 대여점이 자리하는데 여행객뿐 아니라 현지 사람도 많이 찾는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광장 한쪽에서는 거리 공연이 열리고, 사람들은 천천히 걸으며 오래된 도시 분위기를 즐긴다. 동남아시아의 뜨거운 공기와 유럽풍 건물이 어우러지는 묘한 풍경도 자카르타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장면 가운데 하나다.
코타 투아에서 조금 이동하면 자카르타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나게 된다. 인도네시아 최대 규모 이슬람 사원인 이스티크랄 모스크다. 자카르타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인 이 모스크는 거대한 규모가 보는 이를 압도하는데, 안에 들어가면 생각보다 훨씬 차분하고 평온한 분위기가 감돈다. 바로 맞은편에는 가톨릭 성당인 자카르타 대성당이 자리하고 있어 서로 다른 종교 공간이 마주하며 공존하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다. 다양한 문화와 종교, 민족이 어우러진 인도네시아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풍경이다.
자카르타 도심을 여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쇼핑몰 문화도 경험하게 된다. 이 도시의 대형 쇼핑몰은 더운 날씨 때문인지 단순한 소비 공간을 넘어 하나의 생활 영역처럼 기능한다. 그랜드 인도네시아나 플라자 인도네시아 같은 대형 쇼핑몰 안에는 레스토랑과 카페, 영화관, 라이프스타일 숍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현지 사람들은 이곳에서 친구를 만나고 식사를 하며 긴 시간을 보낸다. 화려하게 꾸민 브랜드 매장과 세련된 공간을 걷다 보면 자카르타가 동남아시아 경제 중심지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실감하게 된다.

자카르타 대성당. GETTYIMAGES
최적의 ‘모노 데스티네이션’ 여행지
도심 속 골목도 이 도시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장소다. 현지인으로 가득한 노포에서는 나시고렝과 미고렝 볶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노점에서는 바크소 같은 인도네시아식 미트볼 국수를 파는 상인들의 움직임이 분주하게 이어진다. 저녁이 되면 야외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간단한 식사와 달콤한 아이스티 한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이런 평범한 저녁 풍경을 함께 누리는 경험이 여행의 잔상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도시의 복잡한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북부 해안이나 안콜 드림랜드를 찾아가는 것도 좋다. 놀이공원과 리조트, 해변 산책로가 함께 조성돼 주말이면 현지 사람도 많이 찾는다. 해 질 무렵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고 있으면 분주했던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는다. 거대한 도시 곳곳에 사람이 쉬어갈 공간이 숨어 있다는 점 역시 자카르타의 특별함이다.
자카르타는 단번에 좋아지는 도시는 아니다. 한 나라 혹은 한 도시를 반복적으로 여행하거나 깊이 여행하며 현지인에 가까운 삶을 경험하는 ‘모노 데스티네이션’ 여행에 어울리는 도시다. 교통 체증이 심하고 복잡해 정신없게 느껴질 때도 많지만, 이 도시의 속도에 몸을 맡긴 채 지내다 보면 넘쳐나는 에너지가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순간이 온다. 오래 머물수록 조금씩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자카르타가 궁금하다면 도시의 하루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 보자.
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