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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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지중해 여행의 정수 ‘코트다쥐르’

[재이의 여행블루스] 세계적 여름 휴양지 ‘니스’, 영화의 도시 ‘칸’ 등 낭만 가득한 프랑스 남부

  • 재이 여행작가

    입력2024-10-1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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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부 프랑스 여행의 핵심은 ‘코트다쥐르’ 지역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트다쥐르는 프랑스 해군 함대 기지인 항구 도시 ‘툴롱’에서 시작해 동쪽 이탈리아 국경 근처 도시 ‘망통’에 이르는 남부 지중해 연안의 해변 도시들을 통틀어 부르는 지명이다. 120㎞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마을에는 다채로운 볼거리와 함께 올리브향 가득한 음식과 와인이 여행에 재미를 더한다. 거기에 당대 최고 예술가들이 사랑한, 풍요와 여유를 가득 담은 도시들이 여행자를 끌어당긴다. 코트다쥐르 지역은 1년 중 300일은 따뜻한 햇살이 내려앉는 곳이다. 온화한 기후 덕분에 유럽에서 꽃이 가장 아름답게 피어난다. 고풍스러운 중세 건축물 사이 공간이나 세월의 향기가 짙게 배어 있는 미로 같은 골목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사계절 내내 가득하다. 에메랄드빛 지중해 바다와 맞닿은 해안 도시들에서는 해수욕을 하거나 스쿠버다이빙, 카약, 카누, 요트 등 다양한 해양 레포츠도 즐길 수 있다. 18~19세기에는 영국과 러시아 귀족의 휴양지로 인기가 많았다. 20세기에는 마티스, 샤갈, 피카소, 헤밍웨이, 니체 같은 당대 유명 아티스트와 문인이 창작 활동을 위해 모여들었다.

    전형적인 지중해 휴양 도시 니스

    니스의 랜드마크 ‘영국인 산책로(프롬나드 데 장글레)’. [GETTYIMAGES]

    니스의 랜드마크 ‘영국인 산책로(프롬나드 데 장글레)’. [GETTYIMAGES]

    코트다쥐르를 대표하는 도시로는 세계적인 여름 휴양지 ‘니스’, 영화의 도시 ‘칸’, 샤갈이 사랑한 중세 도시 ‘생폴드방스’, 피카소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앙티브’, 겨울에도 꽃이 피는 ‘봄레미모사’, 레몬 축제로 유명한 ‘망통’, 시간이 멈춰선 중세 마을 ‘에즈’, 지중해의 보석 ‘모나코’, 프랑스 향수의 중심지 ‘글라스’ 등이 있다. 코트다쥐르 지역의 주도(州都) 니스는 지중해 마을과 푸른 해안이 잘 어우러진 전형적인 휴양 도시다. 고급 호텔과 카지노, 미술관, 아틀리에를 비롯해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과 형형색색 상점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무엇보다 ‘영국인 산책로(프롬나드 데 장글레)’로 불리는 해변이 대표적인 랜드마크다. 1820년 영국인 목사 루이스 웨이가 폭 2m에 불과하던 길을 아름답게 다시 만든 곳이다. 이 거리는 점차 확장돼 현재 7㎞에 이른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휴양을 즐기려고 모여든 사람들로 사시사철 인산인해를 이룬다. 고급 레스토랑과 작고 아름다운 카페에서 누리는 여유로움은 니스 해변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특권이다. 니스는 파리 다음으로 많은 미술관을 보유한 도시다. ‘색채의 마술사’ 샤갈과 ‘야수파 운동의 지도자’ 마티스의 작품들이 전시된 미술관도 자리하고 있다. 과거뿐 아니라 지금도 수많은 예술가가 활동하고 있어 개인 작업실이나 소규모 화랑도 도심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니스 구시가지도 꼭 돌아보자. 니스 오페라 극장, 니스 시청, 생트레파라트 대성당, 마세나 광장 등 알록달록한 좁은 골목길을 따라 산책하다 보면 푸른 하늘과 어우러진 구시가지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잠시 쉬어가도 좋다는 듯 곳곳에 놓인 의자들이 도시에 여유로움을 더한다.

    영화제와 광고제로 유명한 칸은 유럽의 낭만적인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니스에서 칸까지는 기차로 30분 거리. 기차역에서 내려 영화제가 열리는 해변까지는 도보로 15분가량 걸린다. 레드카펫의 화려함과 달리 해변은 비교적 한적하고 평온해 트레킹이나 산책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특급 호텔과 부티크 숍들로 채워진 ‘크루아제트 거리’는 관광객으로 항상 붐비는 곳이다. 산책로 주변에는 아름다운 중세풍 건물들과 함께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선보이는 고급 레스토랑이나 노천카페가 많아 낭만적인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 이왕이면 지중해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분위기 있게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는 것도 큰 즐거움을 준다. 구도심은 골목마다 아기자기한 상점이 즐비해 구경하면서 걷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활기 넘치는 정겨운 재래시장과 크고 작은 앤티크 숍을 돌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칸은 ‘영화의 도시’로 유명하지만, 이 작은 도시에는 1년 내내 크고 작은 축제가 계속된다. 영화제를 시작으로 전 세계 드라마와 시리즈 콘텐츠를 대상으로 열리는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세계 최대 국제 광고제 ‘칸 라이언즈’, 프랑스 최대 무용 축제 ‘칸 댄스페스티벌’ 등이 대표적이다. 언제 방문해도 화려하고 재미있는 축제가 열리고 있다.

    모나코의 그림 같은 풍경

    알베르 2세 대공이 거주하고 있는 모나코 대공궁. [GETTYIMAGES]

    알베르 2세 대공이 거주하고 있는 모나코 대공궁. [GETTYIMAGES]

    코트다쥐르 여행의 마지막 종착점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 모나코다. 국토가 작아 걸어 다녀도 힘들지 않다. 전설적인 영화배우이자 왕비였던 그레이스 켈리의 외아들 알베르 2세 대공이 지금도 모나코 대공궁(왕궁)에 거주하고 있다. 왕궁 인근에는 성을 지키기 위한 포와 포탄이 바다를 향해 있고, 매일 정오쯤 근위병 교대식이 진행된다. 니스와 칸에서 본 지중해가 평면적이었다면, 절벽이 멋진 모나코의 지중해는 입체적이다. 그림 같은 절경과 함께 세계 모터스포츠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F1(포뮬러 원) 그랑프리 대회는 모나코를 빛낸 또 다른 이름이다. 모나코 F1 대회는 경주용 서킷이 아니라 몬테카를로 도심 및 해변 도로를 막아놓고 자동차 경주를 벌인다. 대회가 열리는 시기가 되면 경주로가 내다보이는 모나코 헤라클레스 항구에 세계 각지에서 온 초호화 요트들이 빼곡히 정박해 장관을 이룬다.

    역시 코트다쥐르 지역은 도시마다 상상 이상으로 멋진 곳임이 틀림없다. 아름답고 경이로운 지중해 풍광,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며 책을 읽는 사람들, 험준한 절벽 위 아기자기한 마을, 중세시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마을, 골목마다 알록달록한 가게들이 늘어서 있는 풍경 등 무엇 하나 버릴 게 없다. 바쁜 일상 속 오래도록 잊고 지냈던 잊어버린 낭만을 찾고 싶다면 지금 바로 떠나보자.

    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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