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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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t心 사로잡은 ‘K팝 스타’

스타 발굴 ‘우승 즉시 데뷔’에 열광…SM-YG-JYP 3사 공조도 한몫

  • 김희주 텐아시아 기자 fifteen@10asia.co.kr

    입력2012-02-20 13: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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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t心 사로잡은 ‘K팝 스타’
    과연 ‘끝판왕’의 등장일까. 생방송 무대를 앞둔 SBS ‘일요일이 좋다 - K팝 스타’(이하 ‘K팝 스타’)의 기세가 무섭다. 지난해 12월 4일 10%의 시청률로 시작한 ‘K팝 스타’는 2월 12일 방송된 11회에서 16%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일요일 예능 프로그램의 절대강자인 KBS2 ‘해피선데이 - 1박 2일’, 최근 기세가 많이 꺾였지만 고정팬이 있어 만만히 볼 수 없는 MBC ‘우리들의 일밤 - 나는 가수다’와 맞붙어 얻은 결과라는 점만으로도 일단 유의미하다.

    하지만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최근 ‘K팝 스타’의 체감 인기가 시청률이라는 눈에 보이는 수치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젊은 누리꾼의 놀이터인 각종 인터넷 게시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유력한 우승후보이자 화제 인물로 떠오른 박지민, 이미셸, 이하이 등 참가자에 대한 감탄과 지지, 설전이 오간다. 방송 직후부터 인터넷 뉴스 연예 면에서는 참가자들의 무대는 물론 박진영, 양현석, 보아 세 심사위원의 심사평을 앞다퉈 다룬다. 미국 CNN은 박지민이 아델의 ‘롤링 인 더 딥(Rolling in the Deep)’을 부르는 영상을 소개했고, 할리우드 스타 애슈턴 커처와 가수 에릭 베넷 역시 트위터를 통해 감탄을 표했다. 이 TV 프로그램의 의미를 그저 하나의 주말 인기 예능 프로그램으로만 한정할 수 없는 첫 번째 이유다.

    기본 전략은 ‘차별화와 본질’

    도대체 ‘K팝 스타’의 무엇이 이토록 젊은 대중을 매료시킨 것일까. 물론 지금 대한민국 방송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은 검증된 포맷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성장이 만들어놓은 토대에 ‘꿈과 성공’ 혹은 ‘성장’이라는 달콤하고 유혹적인 이름표를 달고 등장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대중의 경쟁심리와 대리만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효과적인 놀이마당이 돼주었다. 그중에서도 춤과 노래가 중심이 되는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은 2009년 Mnet ‘슈퍼스타K 1’이 불을 지핀 이래 가장 쉽고 빠르게 시청자의 시선을 끌 수 있음을 증명해왔다.

    하지만 지금 오디션 프로그램은 포화상태에 이른 레드오션 시장이다. ‘우리는 다르다’를 외치며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진 일련의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왔지만 시청자의 마음을 움켜쥔 건 일부에 지나지 않았고, 갈수록 자극만 더하는 모습에 대중은 점점 피곤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K팝 스타’가 거둔 성공은 아주 놀라운 의외의 일도 아니지만, 당연히 예측했던 결과 또한 아니다. 바로 이 점이 유리한 요소와 위험부담을 모두 안고 시작한 ‘K팝 스타’가 취한 전략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지금 어떻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실현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할 두 번째 이유다.



    ‘K팝 스타’의 기본 전략은 ‘차별화와 본질’이다. 언뜻 모순적으로 들리는 이 기본 전략 아래 심사위원과 프로그램 구성, 참가자 등 세 요소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며 ‘K팝 스타’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4일에 있었던 ‘K팝 스타’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자인 박성훈, 황인영 PD는 “차별화가 가장 큰 화두”였고 “오디션의 본질에 충실”하려 했다고 말한 바 있다.

    ‘K팝 스타’는 프로그램 제목이 노골적으로 드러내듯 최근 2~3년간 폭발적으로 확장된 한류와 이를 최전방에서 이끄는 케이팝(K-pop)을 토대로 글로벌 스타로 성장할 인재를 찾겠다는 목적에서 시작했다. 이를 위해 케이팝과 동의어로 이해되는 아이돌 음악을 중심으로 한류 스타를 배출해온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가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함께했다.

    Net心 사로잡은 ‘K팝 스타’
    감동과 공정성을 동시에 원하는 대중

    그와 동시에 “오디션의 본질은 스타가 탄생하는 것이라고 본다”는 박성훈 PD의 말처럼, 절대적인 가창력보다 스타성에 방점을 찍는 포맷을 만들었다. 실제로 지금까지 다수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참가자가 방송 종료 후에는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지 못하거나 쉽사리 데뷔 기회를 얻지 못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K팝 스타’는 우승자에게 상금 3억 원과 고급 승용차라는 부상은 물론 ‘우승 즉시 데뷔’라는 특전을 부여했다. 이것은 오디션 종료 후 일종의 대비가 확실하다는 점에서 참가들의 동기 부여를 위한 강력한 유인책으로 작용했다. 물론 곧바로 데뷔할 수 있는 재능과 스타성을 가진 사람을 뽑겠다는 프로그램의 본질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하다.

    차별화와 본질을 위한 ‘K팝 스타’의 가장 큰 무기는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이끄는 삼두마차이자 케이팝 열풍의 주역인 SM, YG, JYP 3사와의 공조다. 이는 곧 보아, 양현석, 박진영 세 사람의 심사위원이라는 결과물로 구체화됐다. ‘K팝 스타’는 방송 첫 회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예선 현장을 자세히 보여주는 대신 심사위원에 초점을 맞췄다.

    빅뱅과 2NE1을 성공시킨 제작자 양현석과 비, 원더걸스, 2PM의 제작자이자 프로듀서인 동시에 스스로도 여전히 현역 엔터테이너인 박진영, 그리고 명실공히 케이팝 스타의 원조이자 재능과 시스템이 결합된 최고의 사례라 할 수 있는 보아. 이들 세 심사위원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원석을 발견하는 재미와 감동은 물론, 납득할 수 있는 경쟁 과정과 결과의 공정함을 기대하는 대중의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보아는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여성 심사위원이 구색 맞추기를 위해 기계적으로 소비되거나 감성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구실에 한정되곤 했던 아쉬움을 기분 좋게 뛰어넘는다.

    물론 보아 역시 지적했던 부분을 여전히 고치지 못한 참가자에게 “내가 너 때문에 못 살아!”라고 외치거나 눈물을 참을 수 없어 말을 잇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그러나 그는 기본적으로 직설적이고 냉정한 동시에 애정을 담은 평가로 시청자의 공감을 사는 능력을 지녔다. 다른 두 심사위원에 비해 어리지만 스스로가 춤과 노래 양쪽에서 뛰어난 실력을 갖춘 가수이고,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내는 물론 일본, 미국 무대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장한 그의 심사평은 듣는 이를 수긍케 하는 힘이 있다.

    양현석과 박진영의 경우, 대조적인 모습이 구조에 특징을 부여한다. 쉽게 감동하지 않는 대신 심하게 비판하지도 않는 양현석은 상당히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는 반면, 박진영은 “또 사랑에 빠졌어”라는 보아의 말처럼 참가자들의 모습에 잘 감탄하고 때로는 장황하기까지 한 열변을 쏟아낸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같은 참가자의 무대를 놓고 자주 상반된 평가를 내린다. 이는 단지 심사위원으로서의 견해가 다르다는 데 그치지 않고, 엔터테인먼트의 메인 스트림을 이끄는 제작자의 미묘한 경쟁 구도는 물론 안목과 취향까지 유추, 확인하게 한다. “이게 개인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회사 성향의 차이일 수도 있는데…”로 시작하는 양현석의 말은 이를 방증하는 실마리다. 이러한 구조적 대비가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그들이 제작한 빅뱅과 2NE1, 원더걸스와 2PM 같은 현역 가수들의 성장 과정과 현재 활동 모습에 대입해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Net心 사로잡은 ‘K팝 스타’

    본격적인 후반부에 접어든 ‘K팝 스타’에서 주목받는 이하이, 박지민, 이승훈(왼쪽부터).

    참가자 노래 충분히 들려줘

    ‘슈퍼스타K’ 시리즈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악마의 편집’이 증명했듯 시청자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자극을 기대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명분을 잃은 채 점점 더 독하고 강한 조미료를 뿌리는 데 집착하다 보면 지켜보는 처지에서도 질리고 피로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참가자들의 노래를 가능한 한 충분히 들려주고자 하는 게 ‘K팝 스타’의 장점이다. 그와 동시에 과도한 미션이나 연출을 시도하지 않는 객관적이고 담담한 태도는 프로그램 초반을 제외하고는 참가자의 개인적인 사연에 그다지 초점을 맞추지 않고 무대에서 보여주는 현재의 실력에 집중하는 흐름과도 연결된다. 감각 있는 대중은 참가자에게 감정이입을 하면서도 심사위원의 눈으로 프로그램을 지켜본다. 감동과 공정성을 동시에 원하는 것이다. ‘K팝 스타’는 이를 명확하게 알고 있다.

    곧 시작될 생방송 무대를 기점으로 ‘K팝 스타’는 후반전에 접어든다. 이는 곧 SM, YG, JYP 3사와의 긴밀한 공조와 사전제작에 힘입어 지금까지 ‘K팝 스타’를 든든하게 지지했던 안정감이 시험대에 오른다는 의미기도 하다. 공언했던 ‘차별화’에는 성공했다. 남은 것은 대중이 매료되고 납득하고 지지할 수 있는 케이팝 스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마저 성공한다면 우리는 가장 현재적이고 현실적이어서 매력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숨어 있는 원석 발견 비밀은

    3사 신인 발굴 노하우 전수…2주간 트레이닝


    Net心 사로잡은 ‘K팝 스타’

    JYP의 공개오디션.

    ‘K팝 스타’의 세 심사위원이 보여주는 분명한 캐릭터와 이들이 만들어내는 구도는 SM, YG, JYP 3사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는 프로그램 자체의 구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K팝 스타’는 일대일 오디션을 통한 심사위원의 원 포인트 레슨은 물론, 캐스팅 오디션을 통해 참가자들이 실제 3사에서 기존 케이팝 스타를 키워낸 바로 그 트레이닝까지 받을 수 있게 했다. 이 방식은 전문 트레이닝으로 참가자들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2차에 걸쳐 캐스팅 오디션을 실시해 한 참가자가 각기 추구하는 취향과 방향성이 다른 두 기획사의 트레이닝을 경험할 수 있는 로테이션 방식을 취했다.

    실제로 “메이크업만 제외하고 의상에서부터 무대 콘셉트까지 소속사들이 전담”했다는 박성훈 PD의 말처럼 3사는 자신들의 노하우와 철학을 참가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전수했다. 그리고 이러한 트레이닝 과정에 2주라는 비교적 긴 시간을 할애했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한 ‘K팝 스타’의 연출 방식과 연결된다.

    아무리 좋은 무대와 현명한 스승이 있어도 거기서 뛰어놀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의미가 퇴색한다. 말할 것도 없이 참가자들은 ‘K팝 스타’를 반짝이게 하는 주인공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백미로 ‘숨어 있던 원석의 발견과 성장 서사’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승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이미셸, 박지민, 이하이, 백아연은 물론, 보아가 버리려 했던 한 장의 캐스팅 카드를 절박함과 용기로 손에 넣은 이정미와 발성의 교과서라 불린 손미진, 뛰어난 작곡 능력을 보여준 윤현상, 놀라운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박정은이 그들이다. 이들이 단순히 눈물샘을 자극하는 멘토와의 유대감이 아니라 3사의 컬러와 노하우에 힘입어 변화하는 모습은 산업과 시스템 안에서의 개선이라는 점에서 분명 이전과는 다른 색다른 성장 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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