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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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되고 고급스런 취향 변해야 살아남는다?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입력2003-06-26 1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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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련되고 고급스런 취향 변해야 살아남는다?
    단정하고 우아한 포트메리언과 웨지우드의 찻잔, 특유의 체크 무늬를 고수하고 있는 버버리의 패션 소품, 영국항공 일등석에 놓인 어두운 색깔의 쿠션…. 영국산 제품 디자인으로 채워진 전시장 안은 공기까지도 차분하게 느껴진다. 화려하거나 튀지는 않아도 보면 볼수록 품위가 우러나는 디자인들이다. 그러나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의 제목은 ‘포쉬-영국 전통 브랜드의 혁신’이다.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 같지만, 영국 상류층이 선호하던 유서 깊은 고급 브랜드들이 21세기를 맞아 나름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는 뜻이다.

    전시 제목인 ‘포쉬(POSH)’는 남다른 품위와 귀족적인 취향을 의미한다. 계급이 엄연히 존재했던 과거에는 소수의 영국 귀족들에게나 해당하는 말이었다. 20세기 이후 계급의 의미가 희미해지면서 ‘포쉬’는 보다 대중적인, 그러면서도 고급스러움을 유지하는 영국산 브랜드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버버리, 아큐아스큐텀, 닥스, 웨지우드, 제라드 등 길게는 200~300년의 역사가 있는 브랜드들이 바로 ‘포쉬’한 브랜드들이다.

    “포쉬 스타일에 대한 영국인들의 생각은 급격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소수의 상류층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일반인들, 런던 시티 구역의 직장인이나 가정주부들을 위한 디자인으로 변화했죠. 특히 영국 브랜드들은 최근 들어 적극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전시 큐레이터인 에밀리 캠벨 영국문화원 본부 디자인팀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시티(City: 런던의 금융가), 전원(Country), 가정(Home), 도심(Town), 해외(Abroad)의 다섯 가지 주제로 나뉜 포쉬 디자인들은 캠벨 팀장의 말처럼 ‘유행을 선도하는 디자인’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어딘지 모르게 오래된 듯한 느낌을 준다. 전시작들을 보고 있노라면 여전히 집사와 하녀를 거느리고 살며 오후의 산책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영국 귀족의 장원에 들어선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하지만 과연 영국산 제품의 디자인들이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그것처럼 유행의 첨단을 걷는 모습으로 바뀐다면, 그것이 과연 ‘영국답게’ 느껴질까. 영국과 보수라는 말은 어차피 동일한 단어처럼 들린다. 이 보수성을 잃지 않으면서 변화해야 한다는 것. 여기에 영국 디자인의 고민이 있는 듯했다.(7월20일까지. 문의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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