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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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적성검사’도 공부하면 고득점

수리·추리력 등 많이 풀어본 사람이 유리 … 모의문제집·IQ 테스트 활용 필수

  • < 황일도 기자 > shamora@donga.com

    입력2004-11-24 13: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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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 적성검사’도 공부하면 고득점
    다음 중 ‘길항’과 같은 뜻의 단어를 찾으시오. 1.순항 2.대립 3.조화 4.혼란’

    정답은 2번. 그리 어렵지 않다고? 그럼 다음 문제.

    ‘제시된 일련 문자들의 순서 규칙을 발견하여 마지막 문자 다음의 빈칸에 올 문자를 찾으시오. C-D-G-L-( ) 1.S 2.P 3.R 4.C’

    정답은 1번이다. 시간만 있으면 이 정도는 풀 수 있다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문항마다 30~40초의 제한시간이 있다. 이 문제들은 한 대기업 입사시험 과정인 직무적성 검사의 예시다.

    90년대 초반까지 공채시험의 핵심이던 국어, 영어, 일반상식 등 ‘지식테스트’를 채택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아예 필기전형을 보지 않거나 대신 적성·인성 검사 형태로 전환하고 있는 것. 주로 미국 기업들이 시작한 적성검사는 국내에서도 삼성, SK, 포스코, 제일제당 등 200여 주요 기업이 채택하고 있다.



    경쟁률이 수십대 일에 달하는 서류전형을 거쳐 입사시험에 응하는 수험자들은 ‘적성검사’라는 항목 앞에서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어리둥절하다. 각 회사들은 “특별히 단기간에 준비할 수 있는 성질의 테스트가 아니며,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과연 그럴까.

    대기업 적성검사는 개인능력을 판별하는 테스트와 조직적응력을 살피는 인성검사, 두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능력을 판별하는 테스트의 경우 기본적으로 지능지수(IQ) 테스트의 변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추리력·수리력·언어력 등의 구분도 IQ 테스트와 유사할뿐더러 문제를 봐도 비슷하다는 것.

    교육 측정 전문가인 곽영옥 박사는 “많이 접한 사람일수록 높은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는 문항이 많다. 특히 고교 졸업 후 수학문제를 한동안 풀지 않은 인문계 출신 지원자의 경우, 비슷한 문제를 연습했는지에 따라 수리력·추리력 등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날 것”이라고 말한다. ㈜리쿠르트 인재선발팀의 정희석 대리 역시 “연습문제를 많이 풀면 도움이 된다는 것이 문제를 풀어본 사람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라고 전했다.

    반면 인성검사의 경우도 경험이 많은 수험자는 문제에 들어 있는 출제자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인성검사에 가장 자주 쓰이는 문제 스타일은 특정 상황과 그에 대한 대응방법을 예시로 주고 그 대응이 얼마나 적합하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것. 그 기업의 조직문화나 인재상에 대해 알고 있는 수험자는 얼마든지 자신의 본심 대신 ‘회사가 원하는 답’을 골라낼 수 있다. 수험자가 지망하는 직종의 업무 특성에 맞춰 대답할 수도 있다. 영업직에 지원한 경우 자신의 성격을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것처럼 가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상황을 반복하거나 시간을 짧게 주는 등의 장치가 있지만, 이 또한 문제를 많이 푼 사람에게는 효과가 적다는 것이 교육심리학계의 정설. 곽영옥 박사는 “아예 가치판단이 게재되어 있지 않은 문제를 출제해 그 사람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인사배치 등에 활용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말한다. 총점을 매겨 일정 점수 이상만 합격시키는 방식으로 사용하기에 완벽한 인성 테스트는 없다는 단언이다.

    ‘많이 준비한 사람이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명제는 적성검사에서도 진리인 셈. ‘솔직하게만 답하면 당연히 붙는다’고 믿는 응시자가 아니라면 실전에 나서기 전에 도서관의 IQ 테스트나 서점에 있는 적성검사 모의문제집을 풀어보는 것이 유리할 듯하다. 계속되는 취업한파 속에서 그만한 ‘변칙’은 용서받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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