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에서 살살 녹는 건강식](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5/03/21/200503210500053_1.jpg)
‘자산어보’에선 콧수염을 뽑을 때 피가 나는 사람은 홍합의 수염을 불로 태워서 그 재를 바르면 낫는다고 하여 지혈작용제로 그 효능을 말하고 있다. 또 음부(淫部)에 상한(傷寒)이 생길 때도 불로 따뜻이 하여 그 재를 귀밑에 바르면 특효하다고 했다. ‘일화자본초’(日華子本草)에서도 그 형상은 기이하나 아주 사람에게 이롭다고 그 효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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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합음식은 서구에서도 각광받지만 서울에서는 대학로의 ‘張’(02-742-4788)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 홍합찹쌀죽(뚝배기 1인분 1만2000원)과 홍합오븐구이(한 접시 1만원)에서 돋아나는 향과 맛은 입안에서부터 목까지 감칠맛이 착 달라붙는다. 뱃속이 꼬르륵거릴 때 그 약효 때문에 국정홍보처에 나가는 박상건 시인이 잘 가는 집이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연극인, 무용가 등 예술가와 연예인, 의사, 교수 등 ‘전문일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한다.
서구적 간판들로 가득 차 있는 대학로 한가운데 단 한 글자의 한문인 초록색 ‘張’(대표 지영랑·48)은 퍼뜩 시선을 끈다. 가정집처럼 층층이 놓인 화분을 지나쳐 현관을 들어서면 우아하고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문을 연 지 14년째인 ‘張’은 홍합찹쌀죽이나 오븐구이로도 유명하지만 봄베이카레(1인분 7500원)와 순이탈리아식 스파게티(1인분 7500원)로도 유명하여 퓨전시대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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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홍합구이는 일반적으로 국물에 소주를 마시는 것이 해안지방의 생활양식인데, 이것을 도시인의 취향에 맞추어 맥주나 와인에 곁들일 수 있도록 고급안주로 개발한 품목이다. 이 맛의 비밀은 허브 계통의 향료와 백포도주로 속살을 양념해 1500도가 넘는 오븐에서 순간적으로 뒤집는 이탈리아식 정통 요리법을 이용한 데 있다. 홍합구이와 함께 여러 해물과 홍합 속살을 뚝배기에 넣고 토마토 소스로 볶는 해물볶음 또한 독특하다. 점심시간에는 지영남씨가 직접 나와 맛있는 홍차 한 잔을 대접하기도 한다.
서울 동숭동 샘터사 건물 뒷골목에 들어서서 조금 올라가면 왼쪽에 커다란 주차장이 나오는데, 초록색 간판의 ‘張’은 바로 그 주차장 왼쪽 너머에 있다. 홍합찹쌀죽과 스파게티, 홍합오븐구이와 카레, 신세대와 스파게티 피자, 서구식(西區食)과 전통식(傳統食)의 만남은 무한 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張’의 각별한 애착과 노력이란 점에서 그 값을 높이 매길 만한 사례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