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연이 일찍부터 조숙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은 타고난 외모 덕분이다. 167cm의 큰 키, 서구적이면서 윤곽이 뚜렷한 마스크는 14세의 어린 나이에 최연소 화장품 모델로 활약했을 정도로 성숙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데뷔 초에도 교복만 벗으면 그녀가 10대, 그것도 아직 중학교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린애’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성숙함은 어느 순간부터 오히려 짐이 됐다.
“너무 일찍 성인 역만 주로 맡다 보니 나이가 들면서 변하는 매력이 없이 늘 똑같더라구요.”
10대에는 나이보다 성숙한 이미지라는 ‘희소가치’의 덕도 봤지만, 나이가 꽉 찬 지난해부터는 자신만의 연기력과 매력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한동안 슬럼프도 겪었다.
그래서 요즘 그녀는 속된 말로 독이 잔뜩 올라 있다. 김소연이 드라마 ‘이브의 모든것’에서 맡은 역할은 성공을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독한 여자’ 허영미. 지금까지 맡았던 인물 중 가장 못된 성격의 소유자다. 하지만 그래서 이 역이 더 좋다고 한다.
“어른스런 10대라는 꼬리표를 떼려면 착하고 고운 인물보다는 차라리 영미처럼 다양한 색깔을 지닌 인물이 좋다”는 것. 그런 각오를 보여주듯, 드라마 안에서나 밖에서나 그녀는 요즘 변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전에 안 하던 과감한 노출도 서슴지 않는가 하면, 전에는 가리던 못되고 ‘흉한’ 연기도 스스럼없이 소화하고 있다.
“아직은 떨리고 긴장돼요. 전에는 좀 못해도 나이가 어리다는 것이 바람막이가 됐는데, 이제는 핑계될 것도 없잖아요.” 얼마 전에는 난생 처음 룸살롱에 가서 촬영도 했다는 김소연. 이래저래 요즘 성인 연기자로 성장하는 고초가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얼굴은 밝다.
아역연기자들의 ‘조로 현상’을 빗대 흔히 ‘일찍 만개한 꽃이 빨리 시든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늘 예외는 있는 법. 김소연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