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1

2000.04.27

“단아하고 밝은 선비소리 들어볼래요”

  • 입력2006-05-19 12: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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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산리 벽계수야…” 이렇게 시작되는 시조 한 수쯤 외우지 못 하는 사람이 있으랴. 이것이 노래로 불리면 ‘정가’(正歌)가 된다. 바른 노래라는 뜻의 정가는 속악(俗樂)과 대비되는 정악(正樂) 중 성악 부문을 가리킨다.

    예로부터 선비들이 마음 수행을 위해 불렀던 이 노래는 ‘엿가락처럼 늘어진다’는 말이 딱 맞을 만큼 소리를 늘이고 흔드는 것이 특징이다. 91년 남북 유엔 동시가입을 축하하기 위한 카네기홀 공연에 대해 ‘타임’지는 “세계에서 가장 느린 호흡의 음악에 숨이 멎을 것 같았다”는 평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즈음 정가는 밀려 어쩌다 공식행사에서나 들을 수 있는 화석화된 음악이 되고 말았다.

    정가를 회생시키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있다. 계파를 초월해서 모인 정악 이수자들이 이준아단장을 중심으로 한국정가단을 창단했다.

    “정가는 판소리나 민요처럼 흥이 나는 대로 부르는 노래가 아닙니다. 슬퍼도 슬프지 않게, 기뻐도 기쁘지 않게 단아하고 그윽한 음색으로 불러야 합니다. 마치 붓글씨 같은 음악이라고 할 수 있죠.”

    국립국악원 정악단 부수석이며 중요 무형문화재 41호 이수자인 이단장은 “한국에서 외면당한 정가가 외국무대에서 각광받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이번 창단 공연(4월21일 7시 반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는 박일훈 이성천 황병기의 창작정가가 선보이고 최초로 남녀 혼성의 정가 합창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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