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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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을 수 없는 존재 향한 그리움 아이유 ‘네버 엔딩 스토리’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5-06-09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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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유의 세 번째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셋’ 수록곡 ‘네버 엔딩 스토리’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위)과 앨범 커버. 유튜브 ‘이지금’ 채널 캡처

    아이유의 세 번째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셋’ 수록곡 ‘네버 엔딩 스토리’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위)과 앨범 커버. 유튜브 ‘이지금’ 채널 캡처

    ‘네버 엔딩 스토리(Never Ending Story)’는 어쩌면 처음부터 아이유를 위한 노래였던 것만 같다. 후렴에서 아이유가 숨결을 ‘탁’ 털어 넣는 것처럼 부르는 “영화”의 ‘ㅎ’ 부분은 마치 아이유를 기다리며 쓴 구절인 듯한 기분마저 든다. 가사도 그렇다. 닿을 수 없는 존재에 대한 아득한 그리움과 그것을 뛰어넘는 기적적인 순간으로서의 사랑. 이것은 2011년 ‘너랑 나’부터 아이유의 음악 세계를 대표하다시피 해온 정서다.

    사랑스러운 초월자에서 편안한 범인으로

    이 곡은 아이유의 리메이크 연작인 ‘꽃갈피’ 세 번째 앨범에 담겼다. 2014년 첫 앨범은 기묘했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것들이 지나치게 생생하게, 현재 모습으로 살아 있었다. 누군가 20년 뒤 아이유 노래를 리메이크한다고 할 때 ‘좋은 날’도 ‘밤편지’도 아닌, ‘금요일에 만나요’나 ‘이런 엔딩’을 굳이 고를 것 같은 선택들이었다. 

    그에 비하면 2025년 트랙리스트는 느낌이 꽤 다르다. 서태지의 ‘10월 4일’이나 박혜경의 ‘빨간 운동화’도 있지만, 부활의 ‘네버 엔딩 스토리’는 당대를 풍미한 히트곡이었다. 화이트의 ‘네모의 꿈’, 롤러코스터의 ‘라스트 신(Last Scene)’도 아티스트의 가장 유명하거나 사랑받는 곡으로 꼽힐 만하다. 신중현의 ‘미인’은 대표곡을 넘어 리메이크마저 닳고 닳도록 이뤄진 노래다.

    참여진도 조금 색다른 데가 있다. ‘빨간 운동화’의 이진아부터 ‘라스트 신’의 원슈타인·수민·슬롬, ‘미인’의 바밍타이거 등이 특히 그렇다. 독보적인 음악 세계로 잘 알려진 인물들이자, “어?” 하고 눈길을 줄 만한 이름들이다. 이들은 각자의 호흡과 매력으로 아이유가 위치한 웰메이드 팝의 심장에 나란히 선다. 그럼으로써 원곡과 아이유 모두의 맥락을 근사하게 확장해 보인다.

    먼 옛날 아이유는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불가능한 시간의 벽을 넘어 아름다운 시절로부터 날아온 초월적 존재 같았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네버 엔딩 스토리’는 “아름다운 시절 속에 머문 그대”를 노래한다. 



    ‘꽃갈피’ 연작이 아이돌 시절을 졸업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시작됐다면, 그 세 번째는 지나온 전환기의 후일담처럼 들리기도 한다. 보다 넓은 세계에서 과감히 협업의 손길을 뻗고, 지나치게 유명한 곡이라도 선택할 수 있게 된, 사랑스러운 초월자에서 편안한 범인이 된 사람의 이야기 말이다. 닿을 수 없는 존재를 향한 ‘끝나지 않는’ 사랑 이야기는 초월자보다 범인의 입에서 흘러나올 때 더 크게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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