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밈이자 드립 중 하나로 “폼(form) 미쳤다”가 있다. 어감만으로도 ‘대박이다’라는 뜻으로 쓰인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는데, BJ ‘이스타이주헌’ 방송에서 처음 쓰이기 시작해 유튜버 ‘김종호’의 먹방에서 유행으로 번졌다. 요즘 Z세대가 소비하는 콘텐츠나 Z세대를 겨냥한 기업 마케팅에선 너나없이 이 표현을 사용한다. 폼 미쳤다는 말이 자주 쓰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실제로 Z세대 사이에 폼이 미친 콘텐츠가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기몰이 중인, 아이디어 폼이 미쳐버린 콘텐츠만 모아 정리했다.
없던 학창 시절 추억도 만들어내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바로 ‘사내뷰공업’이다. 2010년대에 중고교를 다니지 않은 사람도 마치 그 시절을 지나온 느낌이 들 정도로 현실 고증이 소름 끼친다. 당시 학창 시절을 보낸 Z세대는 KBS ‘인간극장’을 보며 등교 준비를 한 기억이 있는데, 이 콘텐츠는 형식도 그것과 거의 흡사한 ‘다큐 황은정’이다. 영상을 보다 보면 ‘하이퍼리얼리즘이 유행이라곤 하지만 이렇게 잘 따라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 영상 에피소드 중 하나처럼 Z세대라면 한 번쯤 학창 시절 ‘투투’(사귄 지 22일째 되는 날)를 챙겨본 적이 있을 것이다. 또 당시엔 학교에서 두발검사, 소지품검사를 했기에 검사 전 고데기로 머리를 한껏 구부려 기장을 맞추거나 들키면 안 되는 물건을 숨긴 추억이 있는데, 이를 잘 재연했다. 이 콘텐츠는 연기도 연기지만 당시 유행하던 서클렌즈, 빨간색 노스페이스 패딩 등 소품 디테일도 정말 ‘갓벽’하다.
요즘 개그맨 황제성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영국 싱어송라이터 샘 스미스다. 황제성이 샘 스미스를 패러디하면서 Z세대 사이에 “미쳤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Unholy’ 뮤직비디오 속 샘 스미스 모습이 황제성을 닮았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황제성이 이를 흘려듣지 않고 똑같이 따라 해 샘 스미스까지 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황제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샘 스미스의 1월 신곡 ‘Gloria’도 패러디했다. 이 곡은 의상이 전보다 더 파격적이라 발표와 동시에 황제성에게 빨리 따라 해달라는 Z세대의 요청이 쏟아졌다. 다만 황제성 패러디 영상의 의상 퀄리티가 좋지 않아 “샘 스미스가 황제성에게 옷 좀 빌려주면 좋겠다”는 댓글이 달렸는데, 조만간 둘의 컬래버레이션이 성사되는 건 아닌지, 한다면 어떤 의상을 입고 등장할지에 Z세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사람의 근황을 찾아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것이다.
하이퍼리얼리즘뿐 아니라 ‘리얼’ 콘텐츠도 Z세대 사이에서 인기다. 최근 유튜브 알고리즘에 강력하게 침투하고 있는 대학생 유튜버 ‘하은 haeunsea’의 영상이 그것인데, 3개월간 붕어빵 장사기를 영상으로 담았다. 요즘은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이 아닌 곳이 많아 붕어빵을 먹으려면 추운 날 노점 앞에 길게 줄을 서야 한다. 이 광경을 보고 ‘나도 붕어빵 장사나 해볼까’ 하는 생각을 많이들 하지만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유튜버 하은은 정말 붕어빵을 팔기 시작한 것이다. 갈수록 붕어빵 굽는 실력이 느는 영상 속 하은을 보면 신기함을 감출 수 없다. 가끔 등장하는 따뜻한 손님들 덕에 마음이 훈훈해지기도 하고 붕어빵을 만들다 화상을 입은 하은을 보면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찐 현실’을 다루는 콘텐츠라 더 눈길과 마음이 가는 듯하다.
상상을 현실로 만든 콘텐츠 중에는 하나은행의 ‘머니드림’ 베개도 있다. 입버릇처럼 “돈 벼락 맞고 싶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진짜 ‘돈 들어오는 꿈을 꾸게 해준다’는 콘셉트로 베개를 제작한 것이다. 버려지는 폐지폐로 친환경 베개를 제작하는 하나은행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캠페인의 일환이기도 하다. 한 해에 20t, 1424억 원어치라는 엄청난 양의 폐지폐가 나온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돼 개인적으론 신박한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함에 반응하는 Z세대의 관심을 끌면서도 의식을 일깨우기 충분해 보였다. 또 하나은행이 이 베개의 충전재로 친환경 플라스틱인 EPP 소재를 사용했고 베개 커버와 포장지도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제작했다는 점에서 진정한 ESG를 실천한 캠페인 같다.
두 콘텐츠는 Z세대의 ‘덕질 포인트’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1990년대 발표된 슬램덩크 원작 만화를 모르는 Z세대도 극장판 슬램덩크에 미친 듯이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오래된 콘텐츠지만 유튜브를 통해 짧게 예습한 뒤 극장에 가면 되기에 무슨 내용인지 스토리 흐름을 따라가기도 어렵지 않다. 지난해 ‘탑건: 매버릭’이 개봉했을 때도 처음에는 ‘아빠 세대가 젊었을 때 보던 영화’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중년보다 Z세대가 더 열광하는 분위기다. 이렇듯 Z세대는 시대를 가리지 않고 폼이 미친 콘텐츠를 발굴하고 찾아내는 능력을 갖고 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밈이자 드립 중 하나로 “폼(form) 미쳤다”가 있다. 어감만으로도 ‘대박이다’라는 뜻으로 쓰인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는데, BJ ‘이스타이주헌’ 방송에서 처음 쓰이기 시작해 유튜버 ‘김종호’의 먹방에서 유행으로 번졌다. 요즘 Z세대가 소비하는 콘텐츠나 Z세대를 겨냥한 기업 마케팅에선 너나없이 이 표현을 사용한다. 폼 미쳤다는 말이 자주 쓰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실제로 Z세대 사이에 폼이 미친 콘텐츠가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기몰이 중인, 아이디어 폼이 미쳐버린 콘텐츠만 모아 정리했다.
#하이퍼리얼리즘 그 잡채의 등장
‘다큐 황은정’의 한 장면. [유튜브 채널 ‘사내뷰공업’ 캡처]
샘 스미스를 패러디한 황제성. [유튜브 채널 ‘유니코’ 캡처]
#Z세대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유튜버 ‘하은’의 붕어빵 장사 체험기. [유튜브 채널 ‘하은 haeunsea’ 캡처]
하나은행 ‘머니드림’ 베개. [유튜브 채널 ‘하나TV’ 캡처]
#n차 관람할 콘텐츠 발굴하는 Z세대
‘n차 관람’을 한 콘텐츠 중 n의 숫자가 가장 큰 게 무엇이냐고 주변 Z세대에게 물으면 2022년 개봉작인 ‘탑건: 매버릭’이라는 답변이 자주 나온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판치는 세상에서 오프라인 영화관의 필요성을 보여준 영화”라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개봉 이후 불고 있는 ‘슬램덩크’ 열풍을 보면서 “과연 Z세대가 영상미 때문에 탑건을 n차 관람했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2020년부터 ‘역주행’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는데, 사실 좋은 콘텐츠는 언젠가 뜨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탑건과 슬램덩크 둘 다 마찬가지다.두 콘텐츠는 Z세대의 ‘덕질 포인트’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1990년대 발표된 슬램덩크 원작 만화를 모르는 Z세대도 극장판 슬램덩크에 미친 듯이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오래된 콘텐츠지만 유튜브를 통해 짧게 예습한 뒤 극장에 가면 되기에 무슨 내용인지 스토리 흐름을 따라가기도 어렵지 않다. 지난해 ‘탑건: 매버릭’이 개봉했을 때도 처음에는 ‘아빠 세대가 젊었을 때 보던 영화’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중년보다 Z세대가 더 열광하는 분위기다. 이렇듯 Z세대는 시대를 가리지 않고 폼이 미친 콘텐츠를 발굴하고 찾아내는 능력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