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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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SNS, 친구 콘텐츠가 대세

[김상하의 이게 뭐Z?] 구머링·젠더리빌 파티 영상에 친구 소환하는 댓글 줄이어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4-07-0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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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얼마 전 유튜버 수익이 과거에 비해 전반적으로 줄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오해하기 쉬우나 이는 “유튜브가 더는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직장인은 유튜버로 성공해 직장에서 퇴사하기를 꿈꿨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N잡러’ 트렌드가 더해지면서 유튜버를 부업으로 삼는 사람이 많아졌다. 여전히 유튜버로 인기를 얻어 완전히 전업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지만 유튜버를 본업으로 하지 않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하는 참여자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구머링, 보름 만에 팔로어 12만

    이 같은 변화엔 숏츠, 릴스, 틱톡 등 숏폼 플랫폼이 영향을 미쳤다. 숏폼 콘텐츠가 Z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최소 3분은 채워야 하던 콘텐츠 분량이 이제 1분이면 충분해졌다. 이에 부담 없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콘텐츠가 꼭 고퀄리티일 필요도 없다. 개성 있고 아이디어가 좋으면 알고리즘 선택을 받아 시장에서 성공하는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무지개 막대 캐릭터가 밸런스 게임을 진행하는 인기 숏폼 시리즈.  [인스타그램 @ninehead_official 계정 캡처]

    무지개 막대 캐릭터가 밸런스 게임을 진행하는 인기 숏폼 시리즈. [인스타그램 @ninehead_official 계정 캡처]

    근래 들어 가장 화제몰이를 하고 있는 숏폼 콘텐츠는 9개의 무지개 막대 캐릭터가 밸런스 게임을 진행하는 시리즈다. 이들 캐릭터는 최근 많은 관객을 동원 중인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속 캐릭터들과 비슷하다. 막대 색깔부터 성격, 개성까지 모두 달라 밸런스 게임에서 각기 다른 답을 하는데, 그중 자신과 닮은 캐릭터가 누군지 집중해서 찾게 만드는 신기한 매력이 있다. 이 콘텐츠를 만든 사람은 ‘구머링’(@ninehead_official)이라는 유튜버 겸 인스타그래머다. 캐릭터 9개를 내세우고 있어 채널명을 구머링으로 지은 것 같다. 6월 5일 처음 문을 연 이 채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입소문을 타 6월 24일 기준 약 12만3000명 팔로어를 모았다.

    특히 이 콘텐츠엔 댓글이 많이 달린다는 특징이 있다. 그중에서도 “◯◯ 캐릭터가 나 같다” 혹은 “◯◯ 캐릭터가 너 같다”며 친구를 태그한 댓글이 큰 비율을 차지한다. 9개 캐릭터가 택한 답을 보면 각각의 성격을 알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캐릭터와 비슷한 주변 친구가 떠올라 그 친구를 태그해 보여주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유튜버 ‘국가비’가 젠더리빌(gender reveal) 파티를 하고 있다. [유튜브 국가비 gabiekook 채널 캡처]

    유튜버 ‘국가비’가 젠더리빌(gender reveal) 파티를 하고 있다. [유튜브 국가비 gabiekook 채널 캡처]

    그 밖에도 친구가 키워드가 되는 다양한 콘텐츠가 숏폼 시장에서 늘어나는 추세다. 브라이덜 샤워처럼 해외 파티 문화지만 릴스에 자주 등장해 국내에서도 친구 간 놀이 문화로 자리 잡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엔 젠더리빌(gender reveal) 파티가 브라이덜 샤워처럼 대중화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젠더리빌 파티란 배 속에 있는 아이 성별을 오픈하는 파티로, 원래 해외 인플루언서나 셀럽 사이에서 많이 보이는 콘텐츠였는데, 요즘 들어 국내에서도 이 파티를 하는 모습이 자주 숏폼 콘텐츠로 만들어지고 있다. 젠더리빌 파티 쇼츠, 릴스 등도 마찬가지로 “나도 이 파티를 하고 싶다”거나 “친구를 위해 이 파티를 준비하고 싶다”며 친구를 태그한 댓글이 많이 달린다. 한 사람이 특정 콘텐츠를 먼저 보고 친구를 태그하면 이후 계속해서 태그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조회수가 늘어난다는 게 이런 콘텐츠의 특징이다.

    “새 친구 사귀게 해드릴게요”

    인스타그램 ‘디렉터 태쿠자’ 계정이 주최하는 이색 모임 예시. [인스타그램 @ttkuza 계정 캡처]

    인스타그램 ‘디렉터 태쿠자’ 계정이 주최하는 이색 모임 예시. [인스타그램 @ttkuza 계정 캡처]

    친구 키워드는 여기서 한 발짝 더 확장된다. 성인이라면 대체로 공감하는 것 중 하나가 “이젠 새로운 친구를 만들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이 같은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 사람들의 이목을 끈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다. ‘디렉터 태쿠자’(@ttkuza)라는 계정인으로, “인스타로 모르는 사람들과 모임을 가지다”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모임을 주최하고 있다. 모임 종류는 매우 다양한데, 자연에서 꽃놀이 모임을 열기도 하고 와인 바에서 음악 감상 모임을 갖기도 한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해당 회차 모임 주제와 모집 인원 등을 공지한 뒤 선착순으로 신청자를 받고 있으며 모이는 사람의 성별, 나이, 직업 등을 알 수 없어 신선하다는 평이 많다. 새로운 친구는 사귀고 싶지만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야 할지 모르겠다는 Z세대 니즈와 정확히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 같은 유행들을 종합했을 때 현 시점 SNS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방법은 친구를 활용하는 것이다. 친구를 떠올리며 태그하고 싶게 하거나 새로운 친구를 만들기 위해 특정 콘텐츠를 기다리게 하는 사례가 그 예다.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지는 숏폼 시장에서 친구 키워드가 가진 확장성을 이해한다면 이를 한층 더 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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