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송 시대 ‘토번’으로 불리던 티베트 왕국의 영토는 역사적으로 볼 때 중국이 설립한 지금의 시짱(西藏)자치구는 물론, 북쪽 칭하이성(靑海省)과 간쑤성(甘肅省), 동쪽 쓰촨성(四川省), 남동쪽 윈난성(雲南省) 일부까지 포함할 만큼 광대한 땅이었다. 중국 전체 면적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중국은 1950년 10월 티베트를 침공한 데 이어 1951년 5월 23일 티베트를 강제병합했다. 티베트인들은 1959년 3월 10일 중국의 강제병합에 반대해 무장봉기했지만, 진압에 나선 중국군에 의해 43만 명이 숨지면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티베트 지도자였던 달라이 라마 14세는 많은 주민과 함께 이웃 나라 인도로 피신했다. 이후 달라이 라마 14세는 인도 북동부 다람살라 지역에 티베트 망명정부를 세웠다.
중국 정부는 1965년 티베트인이 거주하던 지역을 대폭 축소한 후 시짱이라는 이름의 티베트자치구를 세웠고, 현 칭하이성과 간쑤성 남부, 쓰촨성 서부와 윈난성 서북부 등 티베트 왕국 영토의 상당 부분을 아예 분리해 자국 영토에 편입시켰다. 중국 땅이 된 칭하이성 등에는 티베트자치구보다 더 많은 티베트인이 거주하고, 티베트 학교와 불교사원이 자리하고 있다.
달라이 라마 14세는 그동안 중국 정부에 티베트 독립이 아닌, 자치권과 종교의 자유 보장을 촉구해왔다. 이에 중국 정부도 2002년부터 2010년까지 9차례에 걸쳐 달라이 라마 14세와 대화에 나섰다. 당시 달라이 라마 14세는 중국 정부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겠으니, 티베트자치구를 비롯해 중국 땅으로 편입된 칭하이성 등 티베트인 거주 지역을 모두 합쳐 홍콩특별행정구처럼 ‘고도 자치’를 허용하는 대(大)티베트구(대장구·大藏區)로 지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자국이 빼앗은 땅을 모두 내놓을 수 없는 데다, 위구르 등 소수민족들이 비슷한 요구를 해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달라이 라마 14세의 요구를 단호히 거부했다. 결국 양측 대화는 지금까지 중단된 상태다.
미국 의회가 티베트가 중국 영토라는 점을 부정하고 중국 정부와 달라이 라마 14세 간 대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티베트-중국 분쟁 해결 촉진법(The Promoting a Resolution to the Tibet-China Dispute Act)을 통과시킴으로써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른바 ‘티베트 해결법(The Resolve Tibet Act)’으로 불리는 이 법은 2월 하원을 통과해 상원으로 넘어갔는데, 상원에서 수정을 거쳐 통과된 후 다시 하원에 제출됐다. 하원은 6월 12일 이 법을 찬성 391표, 반대
26표로 통과시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하면 이 법은 발효된다.
이 법에서 가장 주목되는 내용은 미국이 티베트를 중국 고유 영토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법에는 티베트가 예부터 중국 고유 영토였다는 중국 측 주장을 부정하고, 티베트자치구를 비롯해 티베트인이 거주하는 칭하이·간쑤·쓰촨·윈난성 등도 티베트 지역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또 달라이 라마 14세를 비롯한 티베트인과 역사·제도 등에 대한 허위·왜곡 주장에 대응하기 위한 자금 지원 내용도 포함돼 있다. 게다가 달라이 라마 14세의 후계자 선정에 중국 정부가 개입하지 말라는 조항도 있다. 이 법을 공동 발의한 마이클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미국은 티베트인에 대한 중국의 모든 탄압과 강압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초당적인 이 법의 의미는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현상 유지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방문에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포함된 것은 2022년 당시 펠로시 의장이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대만을 방문한 일을 연상케 한다. 당시 중국 정부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는 것으로 강력한 불만을 표시했다. 펠로시 전 의장은 “대표단의 이번 방문은 티베트 독립 문제에 관한 우리의 명확한 생각을 보여준다”면서 “망명 중인 티베트인들의 민주주의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람살라에 거주하는 티베트인들은 미국 성조기와 티베트 국기인 설산사자기를 들고 미국 의회 대표단을 열렬히 환영했다.
반면 중국 정부는 미국 의회 대표단의 티베트 망명정부 방문과 달라이 라마 14세 예방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달라이 라마 14세는 단순한 종교 인사가 아니라, 종교 외피를 쓴 채 반중국 분열 활동에 종사하는 정치적 망명자”라고 비난했다. 또한 린 대변인은 “시짱은 예부터 중국의 일부였다”면서 “이는 순전히 중국 내정에 속하고 어떠한 외부 세력의 간섭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매우 이례적으로 직접 맞대응에 나섰다. 산시성 옌안에서 열린 중앙군사위원회에 참석한 시 주석은 6월 18일 전용기를 타고 칭하이성까지 날아가 성도인 시닝을 전격 시찰했다. 칭하이성은 ‘리틀 티베트’로도 불리는 곳이다. 시 주석은 골록 티베트인 중학교와 훙줴 티베트 불교 사원을 방문해 ‘중화민족 공동체’를 강조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 교육 강화를 내세우면서 티베트 불교의 국가·종교에 대한 사랑의 전통 및 민족 단결 고취 상황 등을 점검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이 방문한 훙줴 사원은 1951년 공산당 지도부와 티베트 불교 지도자의 만남이 이뤄졌던 역사적 장소다. 시 주석의 아버지인 시중쉰 전 부총리가 1951년 12월 15일 마오쩌둥 주석의 명령으로 훙줴 사원에서 10대 판첸 라마인 에르데니를 만나 망명지 인도를 떠나 다시 중국으로 돌아올 것을 설득했다고 한다. 판첸 라마는 달라이 라마의 뒤를 잇는 티베트의 제2 정신적 지도자다. 10대 판첸 라마는 달라이 라마 14세와 달리 중국과 협조하는 노선을 취했다.
중국은 인구가 14억 명에 달하는 인구대국이자 주류인 한족(91.52%)과 55개 소수민족(8.48%)으로 구성된 다민족국가다. 인구수를 민족별로 보면 한족 12억7000만 명, 장족 1617만 명, 만주족 1068만 명, 회족 981만 명, 묘족 894만 명, 위구르족 839만 명, 몽골족 581만 명, 티베트족 542만 명, 조선족 192만 명 등이다.
55개 소수민족은 인구는 적지만 거주 지역은 중국 전체 면적의 64%에 달한다. 시 주석이 중화민족 공동체를 강조한 것은 미국 의회 대표단이 달라이 라마 14세를 만나는 등 티베트 독립을 이슈화하는 것에 대한 맞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소수민족이 느끼는 피해의식과 상대적 박탈감은 뿌리가 깊다. 중국 최고 권력기관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소수민족 출신은 단 한 명도 없다. 또 소수민족 자치지역 행정기관의 핵심 요직은 대부분 한족이 독점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소수민족을 한족에 동화시키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소수민족 거주 지역의 학교 수업을 중국 표준어인 푸퉁화로 통일해 실시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티베트 학생들을 이른바 ‘중국화’하는 기숙학교 정책을 적극 추진해왔다. 티베트 망명 단체인 티베트행동기관에 따르면 티베트 학생 가운데 적어도 78%가 기숙학교에서 생활하고 있다. 2022년 말 기준으로 기숙학교에 다니는 티베트 학생은 100만여 명으로, 전년에 비해 20만 명이나 증가했다. 기숙학교 교과 과정에서는 중국 문화만 가르치고 있다. 수업도 티베트어 대신 중국어로만 진행한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중국 정부가 1000년 넘게 유지돼온 티베트의 고유 언어와 문화를 말살하기 위해 이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올해 89세로 고령인 달라이 라마 14세는 무릎을 치료하고자 미국을 방문하는 등 건강이 좋지 않다. 노구를 이끌고 티베트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달라이 라마 14세의 행보가 무척이나 힘들어 보인다.
중국은 1950년 10월 티베트를 침공한 데 이어 1951년 5월 23일 티베트를 강제병합했다. 티베트인들은 1959년 3월 10일 중국의 강제병합에 반대해 무장봉기했지만, 진압에 나선 중국군에 의해 43만 명이 숨지면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티베트 지도자였던 달라이 라마 14세는 많은 주민과 함께 이웃 나라 인도로 피신했다. 이후 달라이 라마 14세는 인도 북동부 다람살라 지역에 티베트 망명정부를 세웠다.
중국 전체 면적의 4분의 1 티베트 왕국
달라이 라마 14세(가운데)가 6월 19일 미국 의회 대표단과 대화하고 있다. [티베트 망명정부]
달라이 라마 14세는 그동안 중국 정부에 티베트 독립이 아닌, 자치권과 종교의 자유 보장을 촉구해왔다. 이에 중국 정부도 2002년부터 2010년까지 9차례에 걸쳐 달라이 라마 14세와 대화에 나섰다. 당시 달라이 라마 14세는 중국 정부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겠으니, 티베트자치구를 비롯해 중국 땅으로 편입된 칭하이성 등 티베트인 거주 지역을 모두 합쳐 홍콩특별행정구처럼 ‘고도 자치’를 허용하는 대(大)티베트구(대장구·大藏區)로 지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자국이 빼앗은 땅을 모두 내놓을 수 없는 데다, 위구르 등 소수민족들이 비슷한 요구를 해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달라이 라마 14세의 요구를 단호히 거부했다. 결국 양측 대화는 지금까지 중단된 상태다.
미국 의회가 티베트가 중국 영토라는 점을 부정하고 중국 정부와 달라이 라마 14세 간 대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티베트-중국 분쟁 해결 촉진법(The Promoting a Resolution to the Tibet-China Dispute Act)을 통과시킴으로써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른바 ‘티베트 해결법(The Resolve Tibet Act)’으로 불리는 이 법은 2월 하원을 통과해 상원으로 넘어갔는데, 상원에서 수정을 거쳐 통과된 후 다시 하원에 제출됐다. 하원은 6월 12일 이 법을 찬성 391표, 반대
26표로 통과시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하면 이 법은 발효된다.
이 법에서 가장 주목되는 내용은 미국이 티베트를 중국 고유 영토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법에는 티베트가 예부터 중국 고유 영토였다는 중국 측 주장을 부정하고, 티베트자치구를 비롯해 티베트인이 거주하는 칭하이·간쑤·쓰촨·윈난성 등도 티베트 지역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또 달라이 라마 14세를 비롯한 티베트인과 역사·제도 등에 대한 허위·왜곡 주장에 대응하기 위한 자금 지원 내용도 포함돼 있다. 게다가 달라이 라마 14세의 후계자 선정에 중국 정부가 개입하지 말라는 조항도 있다. 이 법을 공동 발의한 마이클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미국은 티베트인에 대한 중국의 모든 탄압과 강압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초당적인 이 법의 의미는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현상 유지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 ‘리틀 티베트’ 방문하며 맞대응
매콜 위원장이 단장이고 초당파 의원 7명으로 구성된 미국 의회 대표단은 6월 18일과 19일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를 방문했다. 대표단에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도 포함됐다. 미국 의회 대표단은 달라이 라마 14세를 예방한 후 티베트 해결법 사본을 전달하고, 티베트 망명정부 청사와 의회도 방문했다. 미국 의회 대표단은 티베트인 수백 명 앞에서 연설도 했다. 매콜 위원장은 “미국은 티베트가 중국의 일부가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언젠가 달라이 라마 14세와 주민들이 평화롭게 티베트로 돌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특히 이번 방문에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포함된 것은 2022년 당시 펠로시 의장이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대만을 방문한 일을 연상케 한다. 당시 중국 정부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는 것으로 강력한 불만을 표시했다. 펠로시 전 의장은 “대표단의 이번 방문은 티베트 독립 문제에 관한 우리의 명확한 생각을 보여준다”면서 “망명 중인 티베트인들의 민주주의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람살라에 거주하는 티베트인들은 미국 성조기와 티베트 국기인 설산사자기를 들고 미국 의회 대표단을 열렬히 환영했다.
반면 중국 정부는 미국 의회 대표단의 티베트 망명정부 방문과 달라이 라마 14세 예방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달라이 라마 14세는 단순한 종교 인사가 아니라, 종교 외피를 쓴 채 반중국 분열 활동에 종사하는 정치적 망명자”라고 비난했다. 또한 린 대변인은 “시짱은 예부터 중국의 일부였다”면서 “이는 순전히 중국 내정에 속하고 어떠한 외부 세력의 간섭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6월 18일 칭하이성 시닝 소재 훙줴 티베트 불교사원을 방문하고 있다. [CGTN]
시 주석이 방문한 훙줴 사원은 1951년 공산당 지도부와 티베트 불교 지도자의 만남이 이뤄졌던 역사적 장소다. 시 주석의 아버지인 시중쉰 전 부총리가 1951년 12월 15일 마오쩌둥 주석의 명령으로 훙줴 사원에서 10대 판첸 라마인 에르데니를 만나 망명지 인도를 떠나 다시 중국으로 돌아올 것을 설득했다고 한다. 판첸 라마는 달라이 라마의 뒤를 잇는 티베트의 제2 정신적 지도자다. 10대 판첸 라마는 달라이 라마 14세와 달리 중국과 협조하는 노선을 취했다.
티베트 학생 대상 ‘중국화’ 정책 추진
시 주석은 6월 19일 무슬림이 많이 거주하는 중국 서부 닝샤 후이족자치구의 한 다민족 공동체도 방문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민족적 단결이 매우 중요한 만큼 우리 56개 민족이 석류 씨처럼 서로 꼭 껴안아야 한다”며 “56개 민족이 모여 중화민족 공동체를 이루고 있고 중화민족은 하나의 대가족”이라고 강조했다.중국은 인구가 14억 명에 달하는 인구대국이자 주류인 한족(91.52%)과 55개 소수민족(8.48%)으로 구성된 다민족국가다. 인구수를 민족별로 보면 한족 12억7000만 명, 장족 1617만 명, 만주족 1068만 명, 회족 981만 명, 묘족 894만 명, 위구르족 839만 명, 몽골족 581만 명, 티베트족 542만 명, 조선족 192만 명 등이다.
55개 소수민족은 인구는 적지만 거주 지역은 중국 전체 면적의 64%에 달한다. 시 주석이 중화민족 공동체를 강조한 것은 미국 의회 대표단이 달라이 라마 14세를 만나는 등 티베트 독립을 이슈화하는 것에 대한 맞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소수민족이 느끼는 피해의식과 상대적 박탈감은 뿌리가 깊다. 중국 최고 권력기관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소수민족 출신은 단 한 명도 없다. 또 소수민족 자치지역 행정기관의 핵심 요직은 대부분 한족이 독점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소수민족을 한족에 동화시키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소수민족 거주 지역의 학교 수업을 중국 표준어인 푸퉁화로 통일해 실시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티베트 학생들을 이른바 ‘중국화’하는 기숙학교 정책을 적극 추진해왔다. 티베트 망명 단체인 티베트행동기관에 따르면 티베트 학생 가운데 적어도 78%가 기숙학교에서 생활하고 있다. 2022년 말 기준으로 기숙학교에 다니는 티베트 학생은 100만여 명으로, 전년에 비해 20만 명이나 증가했다. 기숙학교 교과 과정에서는 중국 문화만 가르치고 있다. 수업도 티베트어 대신 중국어로만 진행한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중국 정부가 1000년 넘게 유지돼온 티베트의 고유 언어와 문화를 말살하기 위해 이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올해 89세로 고령인 달라이 라마 14세는 무릎을 치료하고자 미국을 방문하는 등 건강이 좋지 않다. 노구를 이끌고 티베트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달라이 라마 14세의 행보가 무척이나 힘들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