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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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만큼 오해도 많은 반려견 슬개골 탈구

[황윤태의 동물병원 밖 수다] 유전이 90%… 미끄럼 방지 매트 효과 크지 않아

  • 황윤태 빌리브동물병원 대표원장

    입력2025-08-2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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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반려동물이 ‘이 음식’을 먹어도 될까, ‘이런 행동’을 좋아할까. 궁금증에 대한 검색 결과는 언제나 불확실하다. 황윤태 수의사가 진료실에서 미처 다 전하지 못한, 반려동물에 관한 사소하지만 실용적인 팁들을 소개한다.
    많은 반려견 보호자가 슬개골 탈구 예방을 위해 반려견의 두 발 서기를 저지한다. GETTYIMAGES 

    많은 반려견 보호자가 슬개골 탈구 예방을 위해 반려견의 두 발 서기를 저지한다. GETTYIMAGES 

    국내는 해외에 비해 소형견을 키우는 비중이 월등히 높다. 아마도 좁고 밀집된 주거 환경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동물병원에서도 소형견에게 빈번히 발병하는 질환들을 자주 보게 되는데, 대표적 예가 슬개골 탈구(Tip 참조)다.

    워낙 유명한 질환이라 많은 보호자가 이와 관련한 기본 지식을 갖고 있다. 슬개골 탈구를 예방하고자 집 안에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고, 반려견의 두 발 서기 행동을 저지하는 보호자의 모습을 일상적으로 목격하게 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미끄러운 바닥과 두 발 서기 등으로 슬개골 탈구가 발생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슬개골 탈구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이는 사람의 탈모와 기전이 비슷하다. 유전이 원인이다.

    3단계 이상은 수술 치료해야

    슬개골 탈구의 90%는 유전적 혹은 선천적 원인으로 생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견 중 한 마리라도 슬개골 탈구가 있는 경우 자견의 유병률은 50% 가까이 증가한다. 또 일부 견종에서 슬개골 탈구와 연관성이 깊은 특정 유전자가 관찰되기도 한다. 즉 한 반려견이 부모견으로부터 슬개골 탈구에 취약한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면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고 두 발 서기를 못 하게 해도 발병 확률이 높은 것이다.

    그렇다고 집 안에 설치한 미끄럼 방지 매트를 전부 치우라는 얘기는 아니다. 약 10%의 슬개골 탈구는 외상으로 발생한다. 미끄러운 바닥에서 공놀이를 하거나 소파, 침대처럼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과격한 움직임이 반복되면 기존에 없던 슬개골 탈구가 생길 수 있다. 초기 단계였던 탈구 진행 수준이 악화되기도 한다. 따라서 반려견이 집 안에서 격하게 뛰노는 편이라면 미끄럼 방지 매트가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



    슬개골 탈구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외과적 수술이다. 슬개골 탈구에 효과가 좋다는 각종 영양제, 보조기, 마사지 방법 등이 홍보되고 있지만 이는 탈구로 발생하는 관절염, 통증 등 2차 증상을 관리하는 수단일 뿐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니다.

    슬개골 탈구 수술을 결정하는 요소는 임상 증상과 진행 단계다. 다리를 들거나 저는 증상이 지속되는 1~2단계,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3단계 이상이면 수술이 권유된다. 그 밖에 성장기인 어린 반려견이라면 수술을 하는 게 좋은데, 성장기에는 슬개골 탈구가 뼈와 관절의 변성을 빠르고 심하게 유발하기 때문이다.

    걷기·수영 슬개골 건강에 도움

    반려견에게 이미 슬개골 탈구가 생겼다면 달리기를 조심해야 한다. 2단계 이상 탈구가 진행됐을 때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슬개골 탈구는 말 그대로 슬개골이 정상 위치를 벗어나면서 관절에 손상을 주는 것인데, 빠른 속도로 뛰어다니면 손상이 더 심해진다. 실제로 수술을 진행하면서 관절면을 육안으로 살펴보면 많이 뛰어다니는 반려견일수록 손상 정도가 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달리기를 삼가야 한다는 것이 모든 운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운동량이 감소하면 근육량이 줄면서 슬개골 탈구가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운동으로 적정 수준의 근력을 유지하는 게 가장 좋고, 이때 추천되는 운동은 평지를 천천히 걷는 것이다. 수영도 슬개골 건강에 이롭지만 반려견과 일상적으로 수영장을 찾기란 쉽지 않다.

    슬개골 탈구는 흔한 만큼 오해도 많은 질환이다. “미끄럼 방지 매트로 예방할 수 있다” “운동을 시키면 안 된다” 등이 그것이다. 이런 부정확한 정보로 반려견 건강이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슬개골 탈구를 비롯해 견종별로 호발하는 유전성 질환을 인지하고 예방하는 것은 물론, 정기 검진을 통해 너무 늦지 않게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반려견을 위한 길이다. 

     슬개골 탈구란?

    반려견 뒷다리 슬개골(무릎뼈)이 원래 있어야 할 자리를 벗어나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움직이면서 통증, 불편함(절뚝거림 등)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진행 단계는 △손으로 밀면 쉽게 탈구되지만 평상시엔 제 위치를 유지하는 1단계 △가끔 저절로 탈구되고 스스로 제자리로 돌아가기도 하는 2단계 △평소 탈구된 상태이지만 힘을 가하면 제 위치로 환납되는 3단계 △항상 탈구돼 있어 손으로 밀어도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는 4단계로 구분된다. 2단계부터 탈구 시 순간적인 통증이 동반된다. 3단계 이상은 만성 통증, 관절염, 뼈 변형 등이 나타나 다리를 정상적으로 쓰기 어렵다.

    황윤태 수의사는… 2013년부터 임상 수의사로 일하고 있다. 현재 경기 성남 빌리브동물병원 대표원장, 한국동물병원협회 위원을 맡고 있다. 책 ‘반려동물, 사랑하니까 오해할 수 있어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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