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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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 마음 사냥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5-07-08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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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팝 아티스트를 주인공 삼아 세계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K팝 아티스트를 주인공 삼아 세계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K팝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가 전 세계를 사냥터로 삼고 있다. 7월 3일 기준 세계 각국 넷플릭스 차트 정상을 점령한 상태다. 사운드트랙도 빌보드와 스포티파이 차트 상위권을 뒤덮었다. 극중 등장하는 K팝 아티스트 ‘헌트릭스’와 ‘사자 보이즈’가 올해 K팝 최대 성과를 거두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극중에서 걸그룹 헌트릭스 멤버들은 무속인의 후예로, 지하 세계 악귀들을 물리치면서 다닌다.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는 팬들 영혼을 훔치는 악귀들이다. 이 두 그룹이 대한민국 서울을 무대로 한판 대결을 펼치는 게 이 애니메이션의 큰 줄기다.

    멋지면서 동시에 황당무계한 이 스토리는 그야말로 K팝 그 자체다. 항상 절박하고 사랑스럽고 처절하며 반짝이는 K팝 특유의 과장된 미학이 이 애니메이션 전반에 찰떡궁합처럼 스며들어 있다. 작품의 주요 대목들은 마치 뮤지컬처럼 노래로 구현되는데, 연출 또한 K팝 뮤직비디오 같은 인상을 준다. 

    초월적이면서 인간적인 아이돌이라는 존재

    전체적으로 한국 드라마를 씨실, 한국 전통문화를 날실 삼아 직조한 듯한 이 작품 곳곳에는 K팝 특징들이 살아 숨 쉰다. 팬들 마음을 얻는 일이 곧 팬들 영혼을 사는 일로 묘사된 점도 그렇다. 주인공 헌트릭스는 인류 구원이라는 소명의식과 팬을 향한 사랑을 거의 동일시한다. 이들과 사자 보이즈의 경쟁 관계는 각 팬덤이 맞붙는 싸움이 아니다. 이들 앞에는 불처럼 뜨겁지만 한순간에 차갑게 돌아설 수도 있는 불특정 다수가 놓여 있다. 그들을 놓고 두 그룹은 뺏고 뺏기는 격전을 벌인다. 이 과정은 비정하지만, 짜릿한 재미 요소도 된다. 그것이 바로 K팝이다.

    이 작품이 가진 또 한 가지 미덕은 헌트릭스 멤버들의 성격 표현이다. 이들은 악귀를 인정사정없이 베어버리는 신적 존재다. 그러나 바보 같은 얼굴로 과자를 입에 털어 넣고, 컵라면을 목숨처럼 지키며, 잘생긴 남자에 녹아내리고, 사기까지 당하는 인간이기도 하다. 그 ‘갭’이 매력 요소다. 



    어찌 보면 이런 묘사 또한 K팝 아이돌 그 자체일 것이다. 그들 대부분은 고작 스무 살 전후의, 모든 것에 서투른 것이 마땅한 인간 아닌가. 그런데 때로는 세상 누구보다 완벽해 보이고, 초인적 존재만 할 수 있을 듯한 아이돌로서 과업도 멋지게 수행해낸다. 우리가 K팝을 사랑하는 건 바로 이런 ‘꿈같은 모순’을 보기 위함이 아닐까.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아름다운 꿈 이야기와 멋진 K팝 콘텐츠로 그 양쪽의 간격을 채웠기에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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