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풋풋한 인상의 지휘자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가 이끄는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LPO)가 3월11~13일 내한 연주회를 갖는다. 1932년 창단돼 게오르그 솔티, 쿠르트 마주어 같은 거장들이 거쳐간 세계적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가 ‘겨우’ 36세의 청년이라니. 물론 LPO는 영화 ‘반지의 제왕’ 3부작, ‘필라델피아’ ‘미션’ ‘아라비아의 로렌스’ 등의 배경음악을 연주하는 파격으로 대중적 인기도 누리고 있지만 유로프스키를 끌어들인 것은 더 큰 ‘파격’인 듯싶다.

그가 지휘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들어가 이름을 검색해보았다. 말러의 칸타타 ‘탄식의 노래’, 바그너 오페라 ‘파르지팔’ 일부를 지휘하는 동영상을 보았다. 훤칠한 키에 긴 머리를 뒤로 빗어넘겨 데이비드 베컴처럼 패션에 민감한 메트로섹슈얼 분위기다. 그럼에도 지휘는 섬세하고 절제된 느낌을 풍겼다. 은발의 연주자들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있다.

요즘 유로프스키는 2006년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한국에 왔던 다니엘 하딩(33),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차기 상임지휘자인 구스타보 두다멜(27) 등과 함께 떠오르는 스타 지휘자로 꼽힌다. 역시 지휘자였던 미하일 유로프스키의 아들인 그는 러시아 태생으로 베를린 코믹 오페라극장 감독을 지냈고, 2006년 9월부터 LPO를 이끌고 있다. 이번 내한 연주회 가운데 12일(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3일(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에서 LPO와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유로프스키에 대해 “젊고 신선하고 섬세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화려한 지휘자”라고 평했다.

LPO와 백건우가 협연할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의 배경음악처럼 긴장과 호기심, 환희를 갖고 새로운 세상으로 힘차게 나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지는 곡이다. LPO는 11일(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스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과 월튼의 아름답고 슬픈 비올라 협주곡도 연주할 예정이다. 문의 1577-5266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세련된 음악성으로 베를린필을 34년 동안이나 이끌었다. 그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올해 다양한 기념 음반이 출시되고 있다. 도이치 그라모폰은 1월 초 1959∼79년 카라얀이 베를린필과 빈필을 지휘한 음반세트(CD 10장)를 내놓았고, EMI뮤직도 곧 카라얀이 지휘한 오케스트라곡을 모은 세트(88장)와 오페라와 성악곡을 담은 음반(72장) 등 세트음반을 펴낼 예정이다.



이중 소니비엠지가 최근 출시한 ‘카라얀 탄생 100주년 기념 앨범’(2장)을 골라 들어봤다. 카라얀의 초·중기 녹음들이다. 첫 번째 CD에는 1952~55년 녹음된 연주가 실렸다. 고향 선배인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 헨델의 ‘수상음악 모음곡’ 등이 완숙미보다는 신선한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두 번째 CD는 1960~70년대 그가 지휘한 오페라 연주나 녹음 가운데 요한 슈트라우스의 ‘박쥐’,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 푸치니의 ‘라보엠’, 바그너의 ‘파르지팔’ 주요 부분을 담았다. 고풍스럽고 세련된 음색이다. 빈 필하모닉, 빈 슈타츠오퍼와의 녹음으로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베이스 한스 호터의 음성도 들을 수 있다. 소니비엠지는 ‘카라얀 100주년 기념 DVD’도 3~4장씩 묶어서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