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25일 17대 대통령 취임식 단상에는 54명의 국민대표도 함께 오른다.
- 이들 중에는 국가대표 수영선수 박태환 같은 유명인도 있지만 새터민(탈북 주민)과 다문화가정의 가장, 상업고교 재학생, 모범 119대원 등 다양한 분야의 ‘보통사람’이 주를 이룬다.
- ‘주간동아’는 이들 중 10명에게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을 취임식에 앞서 들었다. (편집자)
대통령직 취임 준비위원회가 공개한 17대 대통령 취임식 배치도.
서정애 50세/ 주부/ 인천/ 취임식 슬로건 최우수 당선자
“‘함께 가요, 국민성공시대!’ 이번 취임식의 슬로건은 다름 아닌 제 작품이에요. 6600여 명이 응모했는데 그중에서 뽑혔습니다. 남편은 저에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삶’이라고 농담하는데, 사실 이명박 대통령이야말로 진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분이죠. 10여 년 전 우연히 이 대통령의 강연을 듣고 그때부터 팬이 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의 추진력이나 ‘그릇’의 크기가 남다르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이 대통령이 특유의 강한 추진력으로 앞으로 5년간 국정운영을 잘해서 퇴임 후 더 칭찬받는 대통령이 됐으면 해요. 저희 같은 지지자들의 선택이 옳았다는 걸 대통령께서 꼭 증명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세금 많이 낸 사람 존경과 혜택을”
권일한 51세/ 세무사/ 대구/ 국민제안 우수자
“세무공무원으로 시작해 1997년부터 세무사로 일했습니다. 저는 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세금과 납세 문제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약속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되기 위해선 단순히 세금 장벽을 낮추는 것뿐 아니라 세금을 많이 낸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존경과 혜택도 함께 제공돼야 한다고 봅니다. 고액 납세자 같은 부유한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에 대해 일부는 곱지 않게 볼 수도 있지만, 국민의 의무를 잘 지킨 누군가의 세금 덕에 사회 발전도 가능한 것이니까요. 기부를 많이 하는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듯, 세금을 성실히 내서 사회 발전에 기여한 사람들에게도 보상이나 혜택을 주는 제도가 도입되길 바랍니다.”
“일하는 엄마들 육아 고민 해결을”
박경린 34세/ 주부/ 서울/ 국민제안 우수자
“결혼 1년차 초보 주부입니다. 제 또래의 기혼여성들을 보면, 가장 고민하는 문제가 바로 육아예요. 저는 초등학교 1학년인 조카를 돌보면서 간접 체험을 하고 있는데, 만들기나 영어단어 외우기 같은 숙제를 엄마가 살펴주지 않으면 아이 혼자서는 정말 어렵겠더라고요. 그런데 일하는 엄마가 이런 숙제를 챙기는 건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에요. 그래서 제 생각엔, 이렇게 엄마에게 부담을 주는 숙제라면 차라리 방과후 수업을 통해 학교에서 아이들을 챙겨주는 것이 더 나을 듯해요. 그렇게 되면 일하는 여성이든 주부든 부담이 한결 줄어들 것 같거든요. 새 대통령은 이런 엄마들의 고충을 해결해주셨으면 해요. 아줌마들의 문제를 해결해야 가족이 행복하고, 그래야 나라도 행복한 것 아니겠어요?”
“탈북자도 하나 되는 정책 펼쳐주길”
이율 53세/ 하나원 생활지도관/ 황해북도(1999년 탈북)/ 새터민 대표
“생각지도 못한 초대를 받아 감격스럽습니다. 저 같은 탈북자가 국민대표의 한 사람으로 뽑혔다는 게, 탈북자를 소중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인정해주는 일 같아 기쁩니다. 탈북자 1만명 시대라지만, 다른 체제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인재도 많은 만큼, 탈북자로 구분짓기보다 대한민국 국민, 한민족으로 너그럽게 받아들여줬으면 합니다. 새 대통령께서도 이런 점을 더 살펴주시고, 나아가 통일에도 대비하시길 바랍니다.”
“다문화가정 시선 개선 노력해주시길”
장용관 43세/ 회사원/ 경기도/ 다문화가정 가장
“저희 집은 다문화가정입니다. 한국인인 저와 중국인 아내, 그리고 초등학교 5학년인 혜원과 2학년인 혜은이가 있습니다. 10여 년 전 중국 근무 당시 만나 저와 결혼한 뒤 2000년에 한국에 온 아내는 이제 한국 사람 못지않을 만큼 적응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다문화가정 중에는 한국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엄마의 한국어 실력이 부족하다 보니 아이들의 학교 생활이 어려운 경우도 있고, 피부색이나 생김새가 달라 차별을 받기도 합니다. 여러 기관에서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좀더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적 차원에서도 다문화가정을 바라보는 시선이 개선될 수 있도록 새 대통령께서 노력해주시길 기대합니다.”
“차별과 편견 없이 꿈이 이뤄지길”
김아라 17세/ 서울여상 1학년/ 경기도/ 실업계 차별 극복
“제 삶의 모델인 이 대통령을 실제로 뵙게 돼 정말 기뻐요. 사실 저는 인문계에 갈 수 있었지만 스스로 실업계 고교 진학을 선택했는데, 주위의 시선이 곱지 않은 편이에요. 그런데 이 대통령도 상고 출신이잖아요. 그래서 취임식 참석을 신청할 당시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인데 격려해달라고 썼고, 이렇게 초청장을 받게 됐죠. 제 생각에 이 대통령은 굉장히 열심히 살아오신 것 같아요. 그런 모습을 저도 닮고 싶어요.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누구나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차별이나 편견 없이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달라는 거예요. 앞으로 잘해주실 거라고 믿어요.”
“장애인 복지 증진 좀더 관심을”
김행균 48세/ 가산디지털단지 역장/ 서울/ 자랑스러운 시민
“저는 2003년 영등포역 선로에 떨어진 어린이를 구하려다 다리를 잃은 뒤 ‘아름다운 철도원’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제 빨리 뛰는 것을 제외하곤 일상 업무에 지장이 없을 만큼 회복됐고, 현재 가산디지털단지 역장으로 근무 중입니다. 그동안 많은 행사에 참석해왔지만 대통령 취임식은 처음입니다. 특히 제가 지지했던 분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만큼 더 많이 축하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국민 개개인이 자기 일에 충실한 나라가 좋은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우리 사회는 좀 어지러웠던 것 같습니다. 이 대통령의 취임으로 정치사회적 혼란이 멈추고,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인 나라가 됐으면 합니다. 더불어 저 같은, 혹은 저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장애인들의 복지도 좀더 증진되리라 기대해봅니다.”
“공무원 보람과 자부심 키워주시길”
서영수 40세/ 소방방재본부/ 서울/ 모범 119대원
“12년째 소방공무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 있는 곳은 소방방재본부 119특수구조대로, 서울시내에서 벌어지는 큰 재난사고들을 담당합니다. 때로는 위험한 일을 겪기도 하지만 보람과 자부심이 더 커서 이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공무원 감원 소식을 들을 때마다 피해를 입는 사람이 생길까봐 걱정이 앞섭니다. 대통령께서 잘해주시리라 생각하지만, 국민 모두가 행복하고 화합할 수 있는 정책을 기대합니다. 24시간 항시 대기해야 하는 직업이라, 오전 8시에 출근해 다음 날 오전 9시에 퇴근하는 식으로 열심히 근무하고 있습니다. 취임식에 참석하게 됐다고 하니 저보다 가족이 더 기뻐하더군요.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과학기술 발전에 정책적 배려를”
홍성민 47세/ 극지기후센터장/ 인천/ 남극 세종과학기지 월동대장
“1년여 간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근무했습니다. 극지 연구는 눈에 바로 보이는 이익뿐 아니라 전 지구인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이자, 국가 위상을 높이는 일입니다. 새 대통령께서 세종과학기지와 화상통화를 하실 만큼 각별한 관심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앞으로도 세종기지, 나아가 기초과학기술 전반에 대한 지원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새 정부의 코드가 ‘실용’이긴 하지만, 사실 기초과학은 바로 실익을 내는 분야가 아닙니다. 따라서 대통령께서 기초과학기술 발전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정책적 배려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벽지에서도 꿈을 키워갈 수 있게 해주세요”
이담현 10세/ 광주 불로초교 3학년/ 광주/ 소망편지 보낸 어린이
“제 꿈은 콘돌리자 라이스나 힐러리 클린턴 같은 훌륭한 여성 리더가 되는 거예요. 이번 대통령 취임식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만약 제가 취임식에 초대된다면 그것을 디딤돌 삼아 국제적으로 활동하면서 우리나라의 이름을 떨치겠습니다’라는 편지를 보냈죠. 그런데 정말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담현 군의 뜻이 대범해서 취임식에 초청한다’는 e메일을 보내주셨지 뭐예요! 아마도 제가 남자아이인 줄 아셨나 봐요. 그래도 뽑혔다는 사실만으로도 날듯이 기뻤죠. 대통령 할아버지가 제 바람을 들어주셨듯, 어려운 환경에 처한 제 또래의 다른 친구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어요. 산간지방에는 선생님이 없어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친구들이 아직도 많다고 들었거든요. 그 친구들도 모두 좋은 환경에서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