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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디지털은 이제 특별하거나 새로운 표현 매체로 눈길을 끌지 못할 만큼 보편적인 화두가 되었다. 이와 같이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21세기 초 혼성적 시·공간을 재현함으로써 미래예술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달 29일까지 대학로에 있는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에서 열리는 ‘디아나의 노래(Digital Dreams, Analogue Desires)展’이 바로 그것이다.
3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에 걸치는 중견작가 14명이 참여하는 이 전시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라는 정보체계의 개념을 빌려 우리 나라 미술계의 단면을 조망하고 있다. 이들이 선보이는 작품은 설치, 영상, 디지털 사진, 컴퓨터 그래픽, 가상현실 등 디지털과 아날로그 방식 모두와 관련되어 있다. 또한 디지털 프로세스를 활용해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지만 이를 보여주는 방식은 아날로그적 전통을 고수한다거나, 반대로 아날로그 과정과 질료를 활용해 디지털 이미지를 구체화하듯이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이렇듯 이번 전시는 디지털 세대와 아날로그 세대의 중간 세대인 40대 작가들을 중심으로 기획함으로써 세대 간, 매체 간 모호한 경계지점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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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뉴욕에 거주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는 코디 최의 회화작품은 실제 건축가의 설계 드로잉을 컴퓨터로 변형해 특수하게 처리한 캔버스에 프린트함으로써 단순한 컴퓨터 그래픽을 넘어선 ‘데이터 베이스 페인팅’이란 새로운 개념의 회화 이미지를 보여준다.
전시를 기획한 문예진흥원 큐레이터 김혜경씨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디지털 시대를 사는 아날로그 세대, 곧 40대 작가들의 디지털적 또는 아날로그적 작품들 사이에 발생하는 긴장과 섞임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전시의 기획 취지를 밝혔다. 문의 : 02-760-46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