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교수는 동랑 유치진 선생을 비롯해 박진, 복혜숙, 이서구, 서월영, 변기종, 서항석, 석금성, 지최순 자매 등 이미 고인이 된 연극인들과 김동원, 고설봉, 이원경 선생 등 원로들을 쫓아다니며 생생한 증언을 채록했고, 사진첩을 열게 해서 귀한 사진 자료들을 모아두었다. 이를 토대로 1990년 ‘우리시대 연극운동사’를 썼고 11년 후 다시 근현대 한국연극사를 집대성한 ‘한국연극운동사’(태학사 펴냄)를 펴냈다. 연극과 관련해 유교수의 스무 번째 저서다.
“근대 연극사를 쓰면서 역사를 보는 눈 자체가 달라졌어요. 그동안 한일합방과 동시에 과거는 단절되고 신문화가 시작했다고 보는 게 정설이었는데, 그게 아니더란 말이죠. 전통이 단절한 게 아니라 창극이라는 형식으로 이어졌고, 일본에서 들어온 신파가 대중극으로 자리잡았다면 서구연극은 정통 신극으로 또 다른 맥을 형성하면서 우리 연극은 세 갈래로 발전해 왔어요.”
요즘 유교수는 우리 연극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연구하는 데 머물지 않고 한국 연극의 방향타를 잡기 위해 분주하다. “재능 있는 사람은 TV, 영화로 빠져 나가 연극무대에는 미숙한 작품만 양산하고 있습니다. 먼저 사람부터 길러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