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룡 9단은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톡톡 튀는 기행(奇行)으로 지면을 장식했던 뉴스메이커였다. 상당히 보수적인 바둑 동네에서 갖가지 색깔로 염색을 한 꽁지머리에 이어폰을 꽂고 반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채 허리엔 삐삐(무선호출기)를 차고 다닌 X세대의 반상 대표주자였다. 이런 탓에 한때 모 선배기사가 가위를 들고 그를 쫓아다니는 사태가 벌어졌고, 이 첩보를 입수한 김성룡 9단이 제 발로 미용실에 가 꽁지머리를 자른 일화는 바둑계에서 유명한 이야기다.
기재도 뛰어나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포스트 이창호’로 불리던 신예였다. 하지만 이창호와 한 살밖에 차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실력으로 뛰어넘는 것은 요원한 일이라고 판단해 과감히 ‘보급기사 전향’을 선언하고 해설자로 맹활약함으로써 또 한번 주목을 끌었다. 그런데 이번에 타이틀까지 따내 내로라하는 토너먼트 기사들을 무색케 만들었다.

주간동아 458호 (p90~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