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0일 토요일 오전 9시,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광평리가 평소와 달리 시끌시끌했다. 복권위원회 소속 자원봉사단체인 ‘행복공감’ 단원 70여 명이 행복한 나눔 바이러스를 전하려고 이 마을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날 행복공감 봉사단의 ‘여름맞이 농촌 일손 돕기’는 화성시를 비롯해 충남 연기군, 경남 창원시 등에서 총 160여 명이 참여해 동시에 진행됐다. 마을에 도착한 봉사단원들은 일단 마을 어귀 느티나무 앞에 집결해 5개 팀으로 나뉘었다. 4개 팀에겐 포도밭에서 포도봉지를 싸는 일이, 남은 1개 팀에겐 마을회관 청소 임무가 주어졌다.
봉사는 행복의 필요조건 몸으로 확인
팀이 나눠지자 모두 재빠르게 자신의 봉사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12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용달차에 몸을 실어 도착한 곳은 마을회관에서 10여 분 떨어진 곳에 있는 포도밭. 한규영(70), 이재연(66) 씨 부부가 환한 얼굴로 맞았다.
“사람을 구할 수 없어 봉투를 못 씌우고 있었어요. 인력시장에 암만 알아봐도 요즘 사람이 있나요? 우리 두 노인네가 언제 이 일을 하나, 한숨만 쉬고 있던 차에 여러분이 온다는 얘기를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이제야 한시름 놨죠.”
지난밤 부부가 비료부대로 직접 만들었다는 앞치마, 아이스박스에 들어 있는 꽁꽁 얼린 물과 음료수. 자원봉사자를 반기는 이들 부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봉사단원들은 비료부대 앞치마와 포도봉지를 받아들고 넓은 포도밭으로 들어갔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짝을 이뤄 고랑 하나씩을 맡았다.
무더위 속에서도 짜증내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그중에서 이왕범(49) 씨가 유난히 즐겁게, 그리고 능숙하게 일을 했다. 이씨는 2년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현재 웃음치료사로 활동 중이다. 봉사활동 경력이 20년 넘어 안 해본 일이 거의 없단다. 포도밭 일도 처음은 아니다. 그는 “스스로 행복해지려고 봉사를 한다”고 말했다. 봉사는 행복의 필요조건이라는 것.
“사람이 행복해지려면 세 가지가 필요해요. 웃음, 긍정적인 마인드, 그리고 봉사죠. 행복해지려고 봉사를 하는데 왜 즐겁지 않겠어요. 물론 무더위 속에서 노동하는 것이 쉽지는 않죠. 하지만 아무리 고된 일이라도 즐기면서 하면 결코 힘들지 않아요.”
정오가 다가오자 마을회관 청소팀이 더욱 분주해졌다.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봉사단원들이 마을회관으로 오기 전, 일차적으로 마무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창문을 닦던 대학생 이지연(22) 씨는 “빨리 청소를 마치고 포도밭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도 명색이 농촌 봉사활동인데, 창문만 닦다 갈 수는 없다는 것. 이제 막 봉사활동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의욕이 충만했다.
“특정 단체에 가입하지 않으면 봉사활동을 하기 어렵죠. 혼자 고아원이나 양로원 등의 기관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하는 게 쉽지는 않잖아요.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할 때 우연히 인터넷에서 행복공감 봉사단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난 3월 가입했죠. 여기에 속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행복해요.”
“내 작은 손길에 기뻐하면 만족”
가끔은 봉사단원의 특기나 재능이 소용 있을 때가 있다. 이날 인테리어 전문가인 권석원(39) 씨는 재능을 발휘해 마을회관의 오래된 창문 시트지를 새것으로 교체했다. 그는 자신의 작은 손길이 마을 어른들에게 기쁨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권씨는 “한 지인에게서 ‘복권위원회 봉사단에게는 로또를 무료로 준다는 게 사실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며 웃었다. 사실 복권은커녕 여느 봉사단체에서 지급하는 왕복 교통비조차 없단다. 그는 자신의 봉사로 다른 사람들이 기뻐한다면, 그것보다 더한 봉사의 대가는 없다고 전했다.
점심식사 후 오후 작업이 시작됐다. 지치고 힘들 만도 한데 그런 내색 없이 다들 포도봉지 하나라도 더 싸려고 부지런을 떨었다. 어떤 봉사단원은 빨리 하려고 장갑까지 벗어던졌다. 대학생 커플인 박세혁(26) 씨와 송은지(25) 씨. 송씨는 “힘들지만 오빠가 열심히 하니까 저도 열심히 하게 된다”고 귀띔했다. 한여름 포도밭에서 하는 데이트가 어떤 데이트보다도 즐겁다는 박씨.
“요즘 취업난 때문에 대학생들은 도서관에서 공부하느라 바빠요. 하지만 지금 못 하면 나중에 직장 다닐 땐 더 어려울 것 같아요. 오늘 도서관이 아니라 포도밭에 있는 것을 후회하지 않아요. 이곳에서 흘린 땀방울은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귀한 추억이 될 테니까요.”
이때 한 봉사단원이 할 말이 있다며 다가왔다. 그는 지난해 대학생으로서 행복공감 봉사단으로 활동했다며, 당시엔 취업을 위해 봉사활동 확인증을 받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직장인으로서 당당히 진정성을 가지고 왔다고. 그는 “한번 봉사를 다녀오면 또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봉사는 중독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4시30분, 드디어 작업이 종료됐다. 마을회관에 모여 간략하게 봉사활동 소감을 이야기한 뒤 봉사단원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다. 나눔으로 행복을 충전한 덕분일까. 하루 종일 뙤약볕 아래서 일했으니 지칠 법도 한데, 집으로 돌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오히려 흥겨워 보였다.
봉사는 행복의 필요조건 몸으로 확인
팀이 나눠지자 모두 재빠르게 자신의 봉사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12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용달차에 몸을 실어 도착한 곳은 마을회관에서 10여 분 떨어진 곳에 있는 포도밭. 한규영(70), 이재연(66) 씨 부부가 환한 얼굴로 맞았다.
“사람을 구할 수 없어 봉투를 못 씌우고 있었어요. 인력시장에 암만 알아봐도 요즘 사람이 있나요? 우리 두 노인네가 언제 이 일을 하나, 한숨만 쉬고 있던 차에 여러분이 온다는 얘기를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이제야 한시름 놨죠.”
지난밤 부부가 비료부대로 직접 만들었다는 앞치마, 아이스박스에 들어 있는 꽁꽁 얼린 물과 음료수. 자원봉사자를 반기는 이들 부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봉사단원들은 비료부대 앞치마와 포도봉지를 받아들고 넓은 포도밭으로 들어갔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짝을 이뤄 고랑 하나씩을 맡았다.
무더위 속에서도 짜증내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그중에서 이왕범(49) 씨가 유난히 즐겁게, 그리고 능숙하게 일을 했다. 이씨는 2년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현재 웃음치료사로 활동 중이다. 봉사활동 경력이 20년 넘어 안 해본 일이 거의 없단다. 포도밭 일도 처음은 아니다. 그는 “스스로 행복해지려고 봉사를 한다”고 말했다. 봉사는 행복의 필요조건이라는 것.
“사람이 행복해지려면 세 가지가 필요해요. 웃음, 긍정적인 마인드, 그리고 봉사죠. 행복해지려고 봉사를 하는데 왜 즐겁지 않겠어요. 물론 무더위 속에서 노동하는 것이 쉽지는 않죠. 하지만 아무리 고된 일이라도 즐기면서 하면 결코 힘들지 않아요.”
정오가 다가오자 마을회관 청소팀이 더욱 분주해졌다.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봉사단원들이 마을회관으로 오기 전, 일차적으로 마무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창문을 닦던 대학생 이지연(22) 씨는 “빨리 청소를 마치고 포도밭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도 명색이 농촌 봉사활동인데, 창문만 닦다 갈 수는 없다는 것. 이제 막 봉사활동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의욕이 충만했다.
“특정 단체에 가입하지 않으면 봉사활동을 하기 어렵죠. 혼자 고아원이나 양로원 등의 기관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하는 게 쉽지는 않잖아요.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할 때 우연히 인터넷에서 행복공감 봉사단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난 3월 가입했죠. 여기에 속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행복해요.”
“내 작은 손길에 기뻐하면 만족”
‘행복공감’ 단원들이 봉사활동을 하다가 잠시 더위를 식히기 위해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점심식사 후 오후 작업이 시작됐다. 지치고 힘들 만도 한데 그런 내색 없이 다들 포도봉지 하나라도 더 싸려고 부지런을 떨었다. 어떤 봉사단원은 빨리 하려고 장갑까지 벗어던졌다. 대학생 커플인 박세혁(26) 씨와 송은지(25) 씨. 송씨는 “힘들지만 오빠가 열심히 하니까 저도 열심히 하게 된다”고 귀띔했다. 한여름 포도밭에서 하는 데이트가 어떤 데이트보다도 즐겁다는 박씨.
“요즘 취업난 때문에 대학생들은 도서관에서 공부하느라 바빠요. 하지만 지금 못 하면 나중에 직장 다닐 땐 더 어려울 것 같아요. 오늘 도서관이 아니라 포도밭에 있는 것을 후회하지 않아요. 이곳에서 흘린 땀방울은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귀한 추억이 될 테니까요.”
이때 한 봉사단원이 할 말이 있다며 다가왔다. 그는 지난해 대학생으로서 행복공감 봉사단으로 활동했다며, 당시엔 취업을 위해 봉사활동 확인증을 받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직장인으로서 당당히 진정성을 가지고 왔다고. 그는 “한번 봉사를 다녀오면 또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봉사는 중독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4시30분, 드디어 작업이 종료됐다. 마을회관에 모여 간략하게 봉사활동 소감을 이야기한 뒤 봉사단원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다. 나눔으로 행복을 충전한 덕분일까. 하루 종일 뙤약볕 아래서 일했으니 지칠 법도 한데, 집으로 돌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오히려 흥겨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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