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서울시는 청계천만 복원하고 주변지역 재개발은 기본적으로 민간에 의해 자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서울시의 관리 영역인 하천만 복원함으로써 주변상가들과의 마찰도 줄이고, 하천 복원이라는 역사적 과업을 단시일 안에 이루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복원 뒤 맑은 물이 흐르고 산책로와 수변 쉼터가 들어설 청계천과 달리 주변공간이 노후 건물들과 화공약품, 용접 불꽃, 쇠 깎는 소리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라면 청계천은 여전히 일반 시민이 다가가기 힘든 ‘고립된 섬’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노후 건물 어수선한 분위기 ‘고립의 섬’ 될 수도
따라서 이제라도 ‘청계천 복원의 2단계 사업’으로서 주변지역에 대한 종합적인 재개발계획을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가 복원사업을 도심 재개발의 기폭제로 인식하고, 청계천 복원과 주변지역 재개발을 한데 묶어 관리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것.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서울시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종합적인 도심 재개발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이유로 두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는 청계천 복원 이후 주변지역이 개별적인 필지 단위로 개발될 경우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난개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재개발 과정에서 토지·건물 소유주와 임차 상인들과의 이해관계가 상충하기 때문에 서울시가 조정 및 중재 역할을 담당하고, 필요할 경우 일정 지분을 갖고 재개발 과정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
최교수는 또 청계천 복원이 서울시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강·남북 지역균형개발과 별개의 사업으로 전개돼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특히 주거공간과 노동·쇼핑·여가 공간은 하나의 자족적인 도시 생활환경을 이루므로 이것이 집약돼 있는 강북의 도심(청계천 주변의 도심)이 활성화하지 않으면 은평(신시가지형) 길음(주거중심형) 왕십리(도심형) 등의 ‘뉴타운’ 사업을 통해 주거지역 환경을 개선한다 해도 강북 주민의 삶의 질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시측에 이런 인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5월 서울시가 후원하고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하 시정연) 주최로 열린 ‘청계천 복원에 따른 도심부 발전방안 대토론회’를 계기로 서울시 내부에서도 이런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청계천 복원 뒤 성동구청 부근의 가상 조감도(왼쪽).이미 재개발에 들어간 황학동(청계천변) 아파트 단지.
따라서 김 연구위원은 △인위적이고 과도한 정비계획 지양 △서울시가 정한 큰 틀 아래 민간 주도의 개발 △지역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정비수단 적용 △지구 단위 개발계획 수립 등의 기본원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다동 삼각동 지역을 국제금융 비즈니스 중심지로 키우고, 세운상가 주변을 문화생활 쇼핑 주거 등이 가능한 도심 복합타운으로 살려나가자는 취지의 ‘청계천변 2대 전략지역 개발안’도 내놓았다. 서울시는 이런 제안을 토대로 시정연에 ‘청계천 복원 이후의 과제’라는 연구보고서를 의뢰, 내년 6월께 그 내용을 공포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숙례 녹색연합 차장은 “서울시가 청계천 일대를 동북아 금융중심지 등 고부가가치 생산지역으로 전환해 서울의 국제경쟁력을 선도하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은 자연친화적인 복원사업의 의의를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시민들 삶의 질 향상 지나친 기대는 금물
복원공사를 앞두고 가장 큰 논란이 됐던 교통문제는 공사 착공과 더불어 대중교통 중심으로 개편되지만 중앙버스전용차로제와 버스 지·간선제는 내년에나 도입될 예정이다. 이는 버스를 기능에 따라 지선 간선 체계로 개편해 시민들이 외곽에서 중앙버스전용차로로 도심에 들어가고, 도심에서는 순환버스를 이용케 하자는 것. 이명박 시장은 이 제도에 대해 “빠르고, 편안하며, 쾌적하고, 예측 가능한 버스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지하철 역시 한 역 걸러 정차하는 방식으로 이동속도를 높이고, 이용 거리와 이용 시간대에 따라 요금도 차등 적용할 방침이다.
서울시의 이 같은 교통체계 개편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녹색교통운동 등 7개 시민단체는 버스개혁시민회의를 구성해 그 내용을 감시할 계획이다. 박완기 경실련 시민사업국장은 “서울시의 교통대책은 너무 성급한 면이 있으며 시민들과의 협의 과정을 소홀히 하고 있어 제대로 준비하라고 촉구하기 위해 시민회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조명 금속 공구 등 청계천변에 밀집한 대규모 상가들이 복원 뒤 ‘친환경적인’ 청계천과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왼쪽). 청계천 상인들은 장기간의 복원공사로 인한 영업부진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통체계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서울의 대기오염을 줄이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특히 최근 자동차 배기가스가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어 더 이상 이 문제를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서울시도 이 점을 잘 알고 나름대로 자동차 배기가스 저감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청계천 복원사업은 이명박 시장의 표현처럼 “생태계의 균형을 회복하고, 콘크리트 속에 파묻힌 문화유산과 역사를 되찾는 문화·환경 사업”이다. 더욱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될 것으로 전망되던 서초동 정보사터를 공원으로 조성하고, 개발이 예정돼 있던 뚝섬 지역에 35만평 규모의 ‘서울의 숲’을 만들고, 학교와 관공서의 담을 허물어 생활녹지 100만평을 조성하려는 이시장의 ‘환경론자’적 구상은 청계천 복원 이후에 대한 기대를 크게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고 조언한다. 현재의 청사진대로 청계천이 복원된다고 해도 2~3급수 수준의 하천이므로 시민들에게 자연학습이 가능한 양재천 수준의 감동을 제공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
정창무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청계천이, 복원됐다는 의미만 있을 뿐 평소에 시민들의 휴식터가 되지 못하는 대구 신천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청계천 복원을 계기로 서울 시민들의 삶의 질이 갑자기 올라가기라도 할 것처럼 서울시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지나친 기대는 그만큼 큰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장기간에 걸친 복원공사로 인한 도심의 교통체증 등 잃는 것과 복원으로 얻는 가치가 어느 정도 상쇄될지는 짐작키 어렵다”고 말했다.
청계천이 복원되는 2005년 12월 이명박 시장의 ‘불도저식’ 행정이 찬사를 받게 될지 비난을 받게 될지, 또 그 이후의 과제는 과연 얼마나 순조롭게 진행될지 벌써부터 말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