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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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윤·반윤 대권 주자는 살았다… 나경원·안철수·이준석 줄줄이 당선

[4·10 총선] ‘친윤 원희룡 고배·한동훈 사퇴… 오세훈 ‘보이지 않는 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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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4-04-1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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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권심판론’이 4·10 총선을 강타하면서 역대급 ‘여소거야(與小巨野)’ 국면이 펼쳐졌다(표 참조). 국민의힘과 그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108석을 얻으며 참패했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여권 내부가 차기 대권 구도로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렇다면 차기 대권 주자로 분류되는 여당 중진들은 이번 총선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었을까.

    최대 이변 이준석

    전체적으로 윤 대통령과 가까운 한동훈, 원희룡 등 ‘친윤(친윤석열) 주자’들은 저조한 성적표를, 윤 대통령과 거리가 있는 ‘비윤(비윤석열) 주자’들은 낙승을 거두면서 대권 주자로 부활한 모양새다. 서울시장으로서 윤 대통령 및 총선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던 오세훈 시장도 보이지 않는 득점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나경원·안철수 당선인과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왼쪽부터), [동아DB, 뉴스1, 뉴스1]

    국민의힘 나경원·안철수 당선인과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왼쪽부터), [동아DB, 뉴스1, 뉴스1]

    국민의힘 안철수 당선인은 민주당 이광재 후보라는 ‘강적’을 꺾고 올라온 만큼 당내 입지가 커질 전망이다. 안 당선인 역시 나경원 당선인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3·8 전당대회 국면에서 친윤계의 압박을 받았고, 결국 중도 포기했다. 이후로도 그는 의대 증원 이슈에서 ‘유예 및 단계적 증원’을 주장하며 용산과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총선 내내 정권심판론 바람이 강하게 분 만큼 이 같은 행보가 가점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당선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도 “결국 정권 중간 평가 성격의 심판”이라며 “지금까지 정부가 해온 일들에 대해 만족도가 크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당선인도 이번 선거로 재기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해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혔으나 친윤계와 대통령실의 강한 반대로 출마조차 못했다. 당시 국민의힘 초선의원 50여 명이 공개 연판장을 돌리며 대선배인 나 전 의원을 비토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나 당선인이 서울 동작을에서 54.01% 득표율을 기록하며 민주당 영입 인재인 류삼영 후보(45.98%)를 크게 앞지른 만큼 당내 입지는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 후보 가운데 한강벨트 탈환에 성공한 후보는 3명(권영세·조정훈·나경원)뿐으로, 나 당선인 역시 이들 중 1명이다.

    이번 총선 최대 이변의 주인공인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현 정부 초기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가 대표직을 박탈당한 대표적인 ‘비윤 주자’다. 그는 유권자 연령층이 가장 젊은 경기 화성을에 출마해 42.41% 득표율로 민주당 공영운 후보(39.73%)를 꺾었다. 이 당선인은 한 달 전만 해도 공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20%p 이상이었다. 같은 지역구에서 국민의힘 한정민 후보가 17.85%를 득표해 표가 분산된 점을 고려하면 이 당선인의 승리가 갖는 의미가 더 커진다. 이 당선인은 4월 11일 “차원이 다른 의정 활동으로 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지점을 지적해나가는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 당선인은 국민의힘 당대표를 맡아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끌었지만,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과 지난한 권력 투쟁을 벌이다가 ‘성접대 논란’으로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아 대표직을 박탈당했다. 총선 막바지에는 이 당선인의 부모가 유세차에 모습을 드러냈다. 모친 김향자 씨는 “힘들게 버티고 있는 아들 앞에서 내가 ‘힘들지’라고 말하면 아들이 무너지겠다 싶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밥을 해주고 아들 집을 나와 아파트 주차장에서 혼자 한 3시간을 울었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에서 가장 큰 동력은 정권심판론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이들 후보의 당선에는 개인적 경쟁력도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정권심판론이 강하게 작용하다 보니 인물론이 통하는 지역 위주로 국민의힘 당선인이 나왔다”고 말했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인사는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4월 11일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정치 초년생인 한 비대위원장이 ‘검사 출신’ ‘윤 대통령의 대리인’ 이미지가 가지는 부정적 영향을 온전히 떨쳐내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아직도 검사 ‘곤조’가 남았다”며 그를 비판한 바 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역시 “한 전 비대위원장 처지에서는 더 좋은 결과를 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선거에서 패했고 비례대표 등으로 원내 진입도 하지 않은 만큼 입지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복잡해진 오세훈

    윤석열 정부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낸 원희룡 후보 역시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패해 원외에서 재기를 도모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인천 계양을에서 45,45% 득표율을 얻었는데, 2022년 재보궐선거 당시 이 대표와 맞붙은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가 얻은 득표율(44.75%)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총선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만큼 ‘화’를 피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국민의힘 오신환 후보 등 측근이 줄줄이 낙마했고, 본인의 주 무대인 서울 성적표도 좋지 않아 타격이 없지만은 않다는 분석이다. 오 시장은 4월 11일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견인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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