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가해자는 열네 살 소년 대환. 그는 살인죄로 복역하다 모범수로 보호관찰 처분을 받고 집으로 돌아온다. ‘악마의 집’이라는 별명이 붙은 대환의 집을 찾는 손님은 보호관찰관과 최근 이사 와 아직 소문을 모르는 새댁이 전부다. ‘공무집행’이라고 큼직하게 쓰인 차를 타고 온 보호관찰관의 눈짓은 관찰보다 감시에 가깝고, 동네 주민들은 “저 집 아들이 친구를 죽여서 암매장했다면서요”라며 가족의 주홍글씨를 짙게 만든다.
연극 ‘소년B가 사는 집’은 친구를 죽인 가해자 청소년과 그의 가족 이야기를 다룬다. 사건 사고를 소재로 피해자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는 여느 작품들과 달리 이 작품은 가해자의 내면과 그 가족에게 집중한다. 아버지는 보호관찰관 앞에서 연신 고개를 숙이고, 어머니는 집에 딸 하나뿐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누나는 암울한 집안 분위기를 바꾸려고 용을 쓴다. 대환은 사건 이후 자신을 찾아와 괴롭히는 ‘소년B’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2014년 CJ문화재단 크리에이티브마인즈 연극 부문 선정작인 이 작품은 2015년 국립극단 ‘젊은연출가전’을 통해 관객을 만난다. 이보람 작가는 1999년 미국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총기 난사사건이 벌어지고 10년이 지나 가해자 학생의 어머니가 피해자 가족에게 용서를 구하는 편지를 보냈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작품을 구상했다. 이 작가는 “작품을 보는 사람 중 대환에게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그저 나는 이런 사람, 이런 삶에 대해 기록해두고 싶었을 뿐이다. 판단은 내 몫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 덕에 극은 비교적 균형감 있게 흘러가면서도 마냥 무겁지 않고 담담하다. 무뚝뚝한 아버지와 눈물 많은 어머니는 ‘가해자의 부모’가 아닌, 우리네 부모와 다를 바 없다. 배삼식 CJ문화재단 크리에이티브마인즈 연극 부문 예술감독은 “이 작품이 겨냥하는 과녁은 멀고 아득하다. 작가는 오래된 물음,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을 붙들고 씨름한다”고 말했다.
생각했다. 수많은 가해자의 수많은 가족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작품을 보고 나서도 대환을 옹호할 마음은 생기지 않는다. 아무리 반성한다 해도 그가 친구를 죽인 사실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작품이 덜 불편했던 건 이들이 가해자임에도 떳떳하거나 뻔뻔한 모습을 보이는 대신 고통받고 있다는 데 일종의 안도감을 느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정향 감독의 영화 ‘오늘’에서 약혼자를 죽인 가해자 소년을 용서한 다혜(송혜교 분)는 용서를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찍고자 다양한 사건 피해자들을 만난다. 가해자를 용서한 피해자들은 “남을 미워하는 건 내가 독약을 먹고 남이 죽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고 말하지만, 또 다른 피해자 가족은 “용서란 미움을 없애는 게 아니라 미움을 마음 가장자리에 밀어 넣는 것”이라고 말한다. 죽은 친구의 가족에게 사과하고자 떠나겠다는 대환에게 피해자 가족은 어떤 표정으로 어떤 말을 건넬까. 그 장면은 관객 몫으로 오롯이 남았다.
4월 26일까지, 서울 용산구 청파로 373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 극장.
연극 ‘소년B가 사는 집’은 친구를 죽인 가해자 청소년과 그의 가족 이야기를 다룬다. 사건 사고를 소재로 피해자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는 여느 작품들과 달리 이 작품은 가해자의 내면과 그 가족에게 집중한다. 아버지는 보호관찰관 앞에서 연신 고개를 숙이고, 어머니는 집에 딸 하나뿐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누나는 암울한 집안 분위기를 바꾸려고 용을 쓴다. 대환은 사건 이후 자신을 찾아와 괴롭히는 ‘소년B’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2014년 CJ문화재단 크리에이티브마인즈 연극 부문 선정작인 이 작품은 2015년 국립극단 ‘젊은연출가전’을 통해 관객을 만난다. 이보람 작가는 1999년 미국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총기 난사사건이 벌어지고 10년이 지나 가해자 학생의 어머니가 피해자 가족에게 용서를 구하는 편지를 보냈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작품을 구상했다. 이 작가는 “작품을 보는 사람 중 대환에게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그저 나는 이런 사람, 이런 삶에 대해 기록해두고 싶었을 뿐이다. 판단은 내 몫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 덕에 극은 비교적 균형감 있게 흘러가면서도 마냥 무겁지 않고 담담하다. 무뚝뚝한 아버지와 눈물 많은 어머니는 ‘가해자의 부모’가 아닌, 우리네 부모와 다를 바 없다. 배삼식 CJ문화재단 크리에이티브마인즈 연극 부문 예술감독은 “이 작품이 겨냥하는 과녁은 멀고 아득하다. 작가는 오래된 물음,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을 붙들고 씨름한다”고 말했다.
생각했다. 수많은 가해자의 수많은 가족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작품을 보고 나서도 대환을 옹호할 마음은 생기지 않는다. 아무리 반성한다 해도 그가 친구를 죽인 사실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작품이 덜 불편했던 건 이들이 가해자임에도 떳떳하거나 뻔뻔한 모습을 보이는 대신 고통받고 있다는 데 일종의 안도감을 느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정향 감독의 영화 ‘오늘’에서 약혼자를 죽인 가해자 소년을 용서한 다혜(송혜교 분)는 용서를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찍고자 다양한 사건 피해자들을 만난다. 가해자를 용서한 피해자들은 “남을 미워하는 건 내가 독약을 먹고 남이 죽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고 말하지만, 또 다른 피해자 가족은 “용서란 미움을 없애는 게 아니라 미움을 마음 가장자리에 밀어 넣는 것”이라고 말한다. 죽은 친구의 가족에게 사과하고자 떠나겠다는 대환에게 피해자 가족은 어떤 표정으로 어떤 말을 건넬까. 그 장면은 관객 몫으로 오롯이 남았다.
4월 26일까지, 서울 용산구 청파로 373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 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