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있는 헝가리 국립 오페라 극장 내부.
부다페스트는 또한 ‘음악의 도시’이기도 하다. 독특한 민속음악이 발달한 동구권 집시음악의 본산이면서 클래식 음악의 역사에도 크게기여해왔다. 리스트 페렌츠, 졸탄 코다이, 벨라 버르토크 등 대작곡가들 자취가 곳곳에 남아 있고 프리츠 라이너, 유진 오르먼디, 게오르그 솔티, 요제프 시게티, 조르주 치프라, 야노스 슈타커 등 세계적 명지휘자와 명연주가를 숱하게 배출한 요람이기도 하다.
부다페스트, 나아가 헝가리 음악의 중심지는 두 곳으로 압축할 수 있다. 바로 ‘리스트 음악원’과 ‘헝가리 국립 오페라 극장’이다. 이 가운데 후자는 1884년 9월 27일 개관한 이래 현재까지 명성을 이어오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오페라 극장이다. 과거 오스트리아 빈의 궁정 오페라 극장과 더불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오페라 문화의 일익을 담당했고 실비아 사스, 에바 마르톤, 안드레아 로스트 등 일세를 풍미한 명가수를 다수 배출했다. 아울러 제1, 2차 세계대전의 전화를 면했던 이 극장은 잘 보존된 네오르네상스 양식의 건물과 인테리어가 화려하기로도 유명하다.
10월 초 부다페스트에 며칠 체류하면서 이 극장에서 오페라 공연을 봤다. 작품은 푸치니의 ‘토스카’였고, 캐스팅은 헝가리 토종 가수들로 채워졌다. 공연은 기대에 못 미쳤는데, 그 주된 요인은 국제적 수준에 다소 못 미치는 가수들에 있었다.
이 오페라의 세 주역을 맡은 가수는 모두 관록이 느껴지는 베테랑이었지만, 여주인공 토스카가 시종 준수한 가창을 들려준 반면 그의 연인 카바라도시의 노래에는 탄력과 감미로움이 부족했고, 그들을 처절한 파국으로 몰아넣는 악한 스카르피아에게는 꼭 있어야 할 카리스마가 부재했다. 다만 견실하기로 유명한 헝가리 오케스트라의 합주에는 실수나 빈틈이 거의 없었다.
비록 공연에서는 만족을 얻지 못했지만, 극장 자체를 돌아보는 재미는 무척 쏠쏠했다. 220개 전구가 사용된다는 샹들리에, 올림포스 신들을 그린 천장화, 금장으로 번쩍이는 세밀한 부조 등으로 수놓은 객석(1261석) 공간은 소문대로 호화롭기 이를 데 없었고, 프랑스 파리 오페라 극장을 연상케 하는 중앙계단을 비롯해 구석구석까지 세심하고도 개성적으로 장식한 복도와 로비 공간도 인상적이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도나우 강변에서 본 왕궁.
공연 후에는 ‘부다페스트 야경’을 보려고 강변으로 향했다. 극장 바로 앞에서 유럽에서 두 번째로 건설됐다는 유서 깊은 지하철을 10분쯤 타고 나가 강변을 거닐었다.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