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2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아모레퍼시픽 상하이 뷰티사업장 준공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10월 22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중국 상하이 자딩(嘉定)구 마루진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상하이 뷰티사업장 준공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포부다. 상하이 뷰티사업장은 아모레퍼시픽이 1994년 지어 낙후된 중국 선양의 기존 공장을 처분하고 앞으로 늘어날 현지 제품 수요에 대비해 새로 지은 생산·물류·연구 복합시설이다.
최근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에서의 실적 상승 기대감으로 주가가 크게 올랐다. 종가 250만 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10월 22일, 서 회장이 보유한 상장주식 가치는 처음으로 7조 원을 돌파했다. 이로써 서 회장은 재벌총수 보유주식 평가액 순위 1위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뒤를 이어 2위 자리를 굳혔다(그래프 참조). 올해 초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100만7000원으로 출발한 것에 비하면 놀라운 상승률이다.
중국 시장서 연 41%씩 성장 목표
이 같은 변화는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시장에서 거둔 가파른 매출 성장세의 결과.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매출은 2011년 1909억 원에서 지난해 3387억 원으로 77%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해와 비교해 다시 25.5% 상승한 2192억 원으로 올랐다. 1320억 원을 투자해 기존 선양 공장의 10배 크기(총면적 7만3871m²)에 달하는 상하이 뷰티사업장을 준공한 것도 빠르게 늘어나는 현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다.
서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2020년까지 글로벌 사업비 중 50%를 달성해 ‘원대한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만 연평균 41%씩 성장해 연매출 3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것. 올해 상반기 아모레퍼시픽의 전체 매출은 2조3165억 원으로 이 가운데 16.5% 수준인 3827억 원이 글로벌 매출이다. 중국 시장을 발판으로 세계에 ‘한국의 미(美)’를 팔겠다는 서 회장의 간담회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다.
▼ 상하이에 뷰티사업장을 새로 지은 이유는 무엇인지.
“1994년 선양 공장을 지은 후 상하이에 사업장을 열기 위해 계속 기회를 기다려왔다. 중국의 최신 소비 트렌드가 홍콩 다음으로 빠르게 나타나는 곳이 상하이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전 제품을 현지에서 생산한다는 목표를 염두에 두고 앞으로도 생산시설을 늘려갈 계획이다. 2020년 전 2차 생산시설 증설을 고려하고 있다.”
▼ 아모레퍼시픽의 주가 상승이 연일 화제다.
“갑자기 많이 올라 부담이 크다. 하지만 한순간 터진 대박이 아니라 1992년 처음 중국지사를 설립한 이후 22년간 중국 출장을 120회 넘게 다니며 끈기 있게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최근 5~6년 동안 중국 사업은 연평균 30%씩 성장해왔다. 많은 분이 관심을 갖고 있는 주식 액면분할은 아직 검토하고 있는 게 없다.”
▼ 그렇지만 아직 중국에서는 미국 에스티로더가 소비자 선호도 1위 브랜드다.
“서양 기업은 서양 나름의 미(美)를 추구하고, 아모레는 아모레 나름의 브랜드가 있다. 아시안 뷰티를 ‘뉴 뷰티(new beauty)’라고 생각한다. 서양과 다른 아름다움을 추구해나가는 것으로 소비자의 선택폭을 넓히는 게 우리의 목표다. 그러한 맥락에서 동양의 색을 담고자 설화수 브랜드를 만들었고, 동양의 자연을 보여준다는 취지로 제주를 콘셉트로 한 자연주의 화장품 이니스프리 브랜드를 만들었다. 앞으로도 ‘동양의 아름다움’를 화두 삼아 서양 화장품 업체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자 한다.”
▼ 중국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다. 현지에서 생산한 한국 화장품이 과연 팔릴까.
“어디서 만드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브랜드다. 이미 중국에 진출한 5개 브랜드 중 3개는 현지에서 생산, 판매하고 있다. 미국, 프랑스, 일본 브랜드 역시 이곳에서 제품을 만든다. 생산 장소보다 브랜드가 가진 매력이 관건이라는 얘기다.”
브랜드력(力) 강화 전략 박차
▼ 중국에서 한류 열풍이 잠잠해진다면, 이후 장기 전략을 갖고 있나.
“한류 현상은 기쁘기 짝이 없지만, 우리 처지에서 보면 최근 열풍은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사업을 벌여온 22년 역사 중 후반에 일어난 일이다. 한류가 우리 제품이 중국 시장에서 선전하는 근본 원인은 아니라는 뜻이다. 화장품 사업의 성공 여부는 재구매 비율이 가른다. 초기 구매는 광고를 보거나 유행을 따라 이뤄질 수 있지만, 품질이 소비자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절대 다시 사지 않는다. 오직 중국 시장을 꾸준히 연구해 재구매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에 성패가 달렸다.
중국 시장에서의 중·장기 전략은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사업의 전체적인 방향과 일치한다. 개별 브랜드마다 브랜드력(力)을 올려 인지도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현지 백화점 핵심 매장의 디자인을 한층 세련되게 바꿔가는 작업을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 중국에서 브랜드를 추가로 론칭할 계획이 있나.
“현재 한국에 온 중국 관광객이 많이 구매하는 제품 중에는 헤라와 아이오페가 눈에 띄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추가 브랜드 론칭을 위해 현지 시장조사를 진행 중이고, 반응도 좋은 편이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물론 양적인 성장도 중요하지만 지금 있는 브랜드를 질적으로 성장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지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브랜드는 마몽드인데, 지난해 매장을 일부 구조조정했다. 격이 떨어지거나 제품 진열이 제대로 안 되는 곳들을 정리하는 차원이었다. 앞으로도 이미지와 품질 관리에 주력해 질적 성장에 힘을 기울일 생각이다.”
▼ 향후 투자 계획을 말해달라.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을 첫 번째 기둥으로 세우고자 한다. 올해부터는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데, 앞으로도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많은 남미 국가를 비롯해 브라질 같은 거대 시장을 하나하나 기둥으로 키워갈 계획이다. 프랑스에서 론칭한 향수 브랜드 롤리타 램피카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도 힘을 쏟을 것이다.”
▼ 앞으로 포부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동양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함으로써 전 세계에 한국의 아름다움을 팔겠다. 미국 백인층 소비자 사이에서 아모레퍼시픽의 하이럭셔리 카테고리 매출이 늘고, 녹차에 대한 관심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본다. 동양이 가진 아름다움을 세계와 조화해 보편화하는 작업을 계속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