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가격 업소’ 인증 마크다. 착한지 어떤지는 각자가 판단할 일이다. 착하다는 기준은 제각각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착한 가격 업소로 지정된 식당들의 음식값은 정말 싸다. 최근 경기도에서는 이들 착한 가격 업소 중에서도 특히 가격이 싼 업소들을 모아 ‘베스트10’을 뽑았는데, 그 업소들의 음식값을 보면 짜장면 990원, 비빔밥 2000원, 칼국수 3000원, 김치찌개 3500원 등이다. 과연 그 가격에 음식을 팔아도 이윤이 남을까 궁금하기 짝이 없다. 또 그렇게 싼데 과연 믿을 만한 음식재료를 썼는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외식업은 대체로 음식값 대비 재료비가 30% 정도에서 운영돼야 한다는 ‘원칙’ 같은 것이 있다.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그래야 손해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원칙’에 따르면 경기도가 선정한 착한 가격 업소 베스트10에서 1위를 한 990원 짜장면의 경우 재료비가 300원 정도일 것이라 추정할 수 있는데, 과연 300원으로 먹을 만한 짜장면 한 그릇을 만들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무조건 싸다고 착한 가격일까. 적절한 이윤을 추구하는, 그러니까 소비자에게 바가지 안 씌우는 정도의 가격이면 착한 가격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여러분은 과연 어떤 가격을 착하다고 생각하는가.
착하다는 말은 감성언어다. 착하다는 판단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내게는 착한 자식인데 남에게는 착하지 않은 놈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감성언어를 행정용어로 사용하는 일 자체에 문제가 있다. 착한 가격 업소로 지정되면 현판만 달아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지원과 혜택이 따르는 모양인데, 착한 가격 업소에서 탈락한 식당이 “무엇이 착한지 그 기준을 대라”고 따지면 할 말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냥 ‘초저가 업소’라고 현판을 붙이는 게 이치에 맞지 않을까 싶다.
착한 가격 업소 지정 사업의 더 큰 문제는 가격을 싸게 책정한 업소가 한편에서는 절대 착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 옆의 업소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을 생각하면 악덕 업소일 수도 있다.
한때 초저가 피자가 휩쓸었을 때 외식업계에 밝은 인사가 필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저 가격은 결국 다 죽자는 전략입니다. 저 초저가 피자는 반경 500m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주변에 있는 피자집을 적어도 다섯 곳은 문 닫게 합니다. 그다음에는 저 초저가 피자도 사라집니다. 저 가격으로 버티지 못하니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거죠. 초저가는 상권 황폐화를 가져오는 공적입니다.”
행정기관은 소비자물가 잡기에 열심이란 것을 국민에게 보여주고자 착한 가격 업소 지정 사업을 기획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부작용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듯하다. 50여만 외식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판에 단지 가격 하나를 두고 식당들을 착하다 착하지 않다 단정하는 것은 행정력의 오만이다. 외려 지금의 경제 상황에서 물가 담당 행정기관이 개별 경제주체들에게 착하다고 칭찬할 자격이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착한 가격 업소로 ‘반드시’ 지정됐어야 할 가게가 빠졌다. 대형할인마트다. ‘통 큰’ 시리즈를 내놓으며 일반 가게들은 상상도 못 할 초저가 프라이드치킨 또는 피자 등을, 그것도 주변 ‘고마진’ 소규모 점포들의 방해에도 꿋꿋하게 버티며 그야말로 ‘악착같이 착하게’ 소비자에게 팔았던 그 대형할인마트의 커다란 벽면에 ‘착한 가격 업소’라고 현수막이라도 하나 걸어주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