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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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뜬다, 지구촌 입맛 사로잡자!

자연, 숙성, 다양한 매력의 ‘슬로푸드’… 세계인 식탁 공략 프로젝트 가동

  • 박경아 weekly 공감 기자

    입력2009-04-22 13: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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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식 뜬다, 지구촌 입맛 사로잡자!
    영화 ‘엑스맨’의 울버린 역으로 세계적 스타가 된 호주 배우 휴 잭맨이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해 ‘몸짱 근육’ 유지를 위해 불고기를 즐겨 먹는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불고기와 김치의 팬인 것으로 유명하다. 할리우드 스타 가운데 비빔밥을 즐기는 이가 여럿이며, 이미 에어프랑스나 루프트한자의 기내식으로 비빔밥이 제공되고 있다.

    7성급 호텔 두바이 버즈알아랍에서는 지난해 10월 수석 총괄조리장 에드워드 권의 주도로 한국음식 페스티벌이 열렸으며, 두바이TV는 춘천막국수와 닭갈비를 소개했다.

    이렇게 한식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가는 가운데 한식 세계화 추진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4월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는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주관으로 ‘한식 세계화 2009 국제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날 심포지엄은 지난해 10월 농식품부 주도로 한식 세계화 선포식을 갖고 “2017년까지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발전시키겠다”고 선언한 이후 첫 결실이다. 심포지엄에는 영부인 김윤옥 여사,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 등 300여 명의 국내외 음식 전문가와 주한 외교사절이 참석한 가운데 현대적 ‘웰빙 음식’인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제안 및 아이디어가 이어졌다.

    영부인 “한식 세계화 다양한 식재료 중요”

    ‘한식 세계화’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김 여사는 이날 환영사를 통해 “세계적인 건강잡지 ‘헬스’가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음식’의 하나로 선정하고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한식을 영양학적 균형이 잡힌 모범식으로 소개한다”며 “비만과 건강식이 세계인의 관심사가 되면서 한식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여사는 또한 “외국의 일부 한식당에서는 한식이 아니라 국적 불명의 메뉴가 제공된다”며 외국인들이 한식을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상황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어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한식이 되려면 안전하고 다양한 식재료가 중요할 뿐 아니라, 표준화와 현지화, 그리고 한식 고유의 맛과 향을 살리는 조리법 개발 등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한식에 어울리는 인테리어와 음악 등을 통해 한식당은 한국문화 체험 장소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태평 장관은 기조연설에서 한식의 매력에 대한 소신을 펼쳤다.

    “한 나라의 음식은 그 나라의 숨결과 역사의식을 담고 있다. 한식의 매력은 나물처럼 자연의 성품을 담은 ‘자연의 음식’, 약과 음식의 근원이 같은 것으로 보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의 음식’, 김치만도 수십 가지인 ‘다양한 음식’, 여러 식재료가 조화롭게 어울린 ‘통합의 음식’, 숙성의 기다림이 있는 ‘슬로푸드’라는 데 있다.”

    심포지엄은 ‘세계 음식산업의 동향과 한식의 포지셔닝’을 주제로 한 1세션, ‘국내외 음식 세계화 성공사례’를 주제로 한 2세션, ‘한식 세계화의 전략’을 주제로 한 3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1세션 발표자인 세계적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뢰의 샤를 쿠앵트로 아시아지역 부회장은 “프랑스는 200년 전부터 조리환경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시도했으며, 오늘날에는 철저한 원산지표시 제도를 통해 식품을 관리하고 있다. 프랑스 음식은 지금도 정체성을 지키되 소비자들의 식습관 변화에 맞춰 계속 변화한다. 한식 세계화를 위해선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프랑스의 경우 각종 경연대회를 통해 식당을 키우고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 분야별 전문 조리사도 양성한다”며 “다양한 음식 축제도 음식을 널리 알리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이어 1세션에서 발표한 광주요 조태권 대표는 한식 세계화에 있어 정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식 뜬다, 지구촌 입맛 사로잡자!

    <b>1</b> ‘한식 세계화 2009 국제심포지엄’ 현장에 마련된 한식 홍보 부스. <b>2</b> 한식 부스 한쪽에 전시된 항아리와 한식 재료. <b>3</b> 한식을 ‘한마디’로 정의한 심포지엄 참석자들의 메모. <b>4</b> 청국장 초콜릿, 콩한과 등이 놓인 간식 시식대.

    “21년 전 도자기 사업을 가업으로 물려받고 세계를 다니다 보니 도자기와 음식, 국민 수준과 식문화, 식문화와 국력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정부가 공모전 등을 통해 세계화가 가능한 한식당 모델을 만들고, 자본과 조직을 가진 대기업이 선도해 한식을 고급화해야 한다. 우리 고유의 식품문화 전통을 이어받으면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상상력과 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2세션에서는 국내외에서 ‘놀부항아리갈비’ ‘수라온’ 등 640여 개의 한식 프랜차이즈 식당을 운영하는 놀부NBG 김순진 회장이 “한식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와 현지 조사가 중요하다”며 ‘신중한 진출’을 당부했다.

    “놀부NBG의 경우 해외 진출 전 현지법인을 설립해 2년간 시장 상황을 조사하고 물류와 유통 등을 검토했다. 놀부NBG의 해외 진출 성공 요인은 현지인 기호에 맞는 소스와 메뉴 개발, 한식 브랜드 고급화와 함께 한식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조리사 파견, 브랜드 관리, 오피니언 리더를 대상으로 한 홍보, 글로벌 브랜드로의 집중 마케팅 등이다.”

    일본 태국 이탈리아의 성공 비밀

    한식 뜬다, 지구촌 입맛 사로잡자!

    불고기 양념 등 한식 소스(왼쪽)와 마늘로 만든 간식.

    일식 세계화의 비결을 소개한 일본푸드서비스협회(JRO) 가토 가즈타카 전무이사는 “건강 지향 트렌드와 맞물려 전 세계적으로 일식이 인기를 얻고 있다. 2년 전에는 일본 밖의 일식당이 2만5000개였지만 최근 4만 개로 늘었다”며 일식 세계화의 성과를 전했다.

    가토 전무이사는 또한 “일식 세계화의 중심에는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만든 JRO가 있다”고 말했다. 2007년 설립된 JRO는 주요 국가에 현지 조직을 설립한 뒤 일식당 간 정보 교환, 일본 식재료 수출 촉진 활동 등을 펼치는 기구다.

    태국 음식의 세계화를 소개한 사람은 2002년 ‘타이 키친 투 더 월드(Thai Kitchen to the World)’ 캠페인 당시 태국 조리사들의 해외 진출 교육을 담당한 태국 카세사르대학의 수라차이 찌우 짜른 싸쿤 교수. 수라차이 교수는 “태국음식의 세계화에는 교육, 자금 지원, 조리 인력의 해외 진출 후원 등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있었다”며 “약용 허브 같은 독특한 재료를 사용하는 태국음식의 세계화는 태국 식자재 수출에 크게 기여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요리학교 ALMA의 안드레아 시니갈리아 교수는 “과거 이탈리아음식이 이민자들을 통해 해외에 전파됐다면 최근에는 국제요리학교에서 양성된 인력을 통해 세계 곳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나라의 음식을 먹는 일은 그 나라와 대화하는 것”이라며 요리의 문화적 기능을 강조했다.

    한편 토론자로 참석한 버즈알아랍 호텔의 수석 총괄조리장 에드워드 권은 “한식은 전통에 기초하면서도 세계적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한식 장르와 한식당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한식당은 음악, 인테리어, 유니폼에까지 총체적인 디자인 개념을 도입,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너시스 김태천 BBQ총괄사장은 “한식 세계화를 위해서는 브랜드화가 필요하다. 또한 외국인이 한식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도 마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CJ푸드빌 김일천 대표이사는 “통합적으로 구성되는 정부 내 한식 세계화 추진 전담 조직의 창설”을 제안했으며, 경기대 외식조리학과 나정기 교수는 “한식 밥상 구성체계의 전환과 단품 메뉴 개발”을 주장했다. 또 일본에서 한식당과 한식 재료 프랜차이즈 ‘처가방’을 운영하는 ㈜영명 오영석 대표는 해외의 한식당들이 한식 고유의 맛을 지키고 한식당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채소와 식재료 총물류센터 개설 및 전문 한식 요리사 지원을 정부에 요청 했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농식품부 방문규 식품산업정책단장이 2017년까지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만들기 위한 ‘한식 세계화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의 세부전략으로 마련된 이 추진전략은 국내 4개 과제, 해외 5개 과제 등 총 9개 과제로 구성돼 있다. 국내 부문 ‘인바운드 대책’에서 농식품부는 ‘한식산업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를 통해 올해 안에 외식산업진흥법 및 식생활교육지원법 제정 등 한식 산업화의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사업별로 세분화된 자금을 통합해 2013년까지 500억원 규모의 ‘식품산업 투자펀드’를 조성, 식품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

    한식 뜬다, 지구촌 입맛 사로잡자!

    ‘한식 세계화 2009 국제심포지엄’에 선보인 우리 음식과 식기. 맨 왼쪽부터 도기, 목기, 유기 반상기. 무쌈말이, 보쌈, 비빔밥.

    또한 ‘한식 명장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유명 호텔과 대학 등이 연계해 조리·식문화·외국어 등 전문 조리교육을 추진하는 동시에, 한식 조리 우수대학을 조리특성화 대학으로 지정하는 등 교육 인프라를 지원한다. 장기적으로는 국제한식요리아카데미를 설립하고, 국제한식요리자격증을 도입하며, 르 코르동 블뢰 등 해외 유명 요리학교에 한식 강좌를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스타 한식당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특1급 호텔을 대상으로 한식당 수를 늘려나가고, 스타 요리사를 키우며, 고급 한식당 거리를 조성해 한식을 문화관광상품으로 키운다는 방안이 마련된다. 이와 더불어 입소문으로 한식을 알리는 세계 100만인 구전(口傳) 네트워크 구축, 방한 외국인의 한식체험 기회 확대, 한식문화 체험관 운영 같은 ‘한식 마니아 만들기 프로젝트’도 추진된다.

    한식 뜬다, 지구촌 입맛 사로잡자!

    화전, 곶감말이, 증편.

    해외 부문 ‘아웃바운드 대책’에서는 ‘한식 세계화 R·D 프로젝트’를 통해 한식의 기능성과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이 확대되고 김치, 젓갈, 천일염 등 발효식품과 전통주를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가칭 ‘세계김치연구소’도 설립할 예정. 또한 ‘산·학·연 R·D 전문가 풀(pool)’을 구성해 외국인이 선호하는 한식 메뉴를 개발하며, 개발한 메뉴는 기업에 이전해 상품 개발로 이어지게 한다는 구상이다.

    ‘한식 이미지 UP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한식 대표 이미지 구축작업으로 한식에 대한 호감을 높여나가며, 더불어 위생과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안전’을 한식의 장점으로 부각하기 위한 이력추적제, 우수농산물관리제(GAP) 등 각종 시스템을 강화한다. ‘알기 쉬운 한식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한식 메뉴와 조리법을 표준화해 6개 외국어로 제작, 보급하며 메뉴 명칭도 표준화해 외국인에게 이해하기 쉽고 친근한 한식을 만들 계획이다.

    ‘한식문화 알리기 프로젝트’에서는 CBS, NHK, 신화통신 같은 해외공중파를 이용해 홍보를 강화하며,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 유포된 허위 한식 정보 정정, 재외동포 네트워크를 통한 한식문화 알리기 등의 활동을 펼치게 된다. ‘한식 브랜드 100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2017년까지 세계적인 한식 브랜드 100개 육성 방안이 추진되며, 이를 유형별로 차별화해 내년부터 외식사업 진출을 본격화한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정책자금, 공동 조리시설 설치, 경영컨설팅, 국산 식재료 총물류센터 등을 지원한다.

    5월 중 ‘한식 세계화 추진전략’ 확정

    한식 세계화에 주도적 구실을 하고 있는 농식품부는 한식 세계화의 과제 가운데 하나로 우리 농촌에 수익 증대를 가져올 한식 식자재 수출을 중점 사업으로 추진한다. 농식품부는 2012년까지 농수산물 수출 1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며, 그중 식재료 수출 목표를 35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농식품부 주도로 식재료 관련 9개 기업과 협회 등이 공동으로 국내 첫 식재료 전문 수출기업인 ㈜아태식재료종합무역상사를 설립했다.

    농식품부는 농림식품 수출을 위해 3월3일부터 엿새간 일본 지바현에서 열린 동양 최대의 국제 식품박람회인 ‘2009 동경식품박람회(Foodex Japan 2009)’에 아시아권에서 가장 큰 규모로 참가했다. 또한 농식품부 민승규 제1차관은 4월10일부터 사흘간 일본을 방문해 우리나라의 농림식품 수입을 촉구하는 동시에, 한식 세계화 준비 작업의 하나로 한국 기업들이 일본 현지에 개장한 한식당들의 마케팅 상황을 둘러보기도 했다.

    농식품부 권재한 식품산업정책과장은 “일본은 우리나라의 농림식품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라며 “최근 한류 붐과 기업들의 활발한 홍보에 힘입어 한식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높아졌다”고 전했다. 권 과장은 “외식산업진흥법 제정과 중소기업창업지원법상 투자제한 업종에서 음식점을 제외하는 등 올해 추진 계획인 과제에 대해선 이미 관련 부처와 협의를 시작했다”며 “다른 추진 과제들과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제안 및 아이디어를 취합한 뒤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5월 중 ‘한식 세계화 추진전략’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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