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면 삼정지 마을에 자리한 순매원 매실농원의 매화밭. 경부선 철길과 유장한 낙동강이 바로 옆에 있다.
매운 꽃샘바람이 이따금씩 불어대는 3월 중순, 낙동강변의 한 작은 마을은 눈부신 꽃세상으로 탈바꿈한다. 흔히 ‘원동 매화마을’이라 불리는 경남 양산시 원동면 원리가 그곳이다. 뒤로는 토곡산(855m)에 등을 대고, 앞으로는 낙동강 도도한 물길을 굽어보는 마을이다. 이 마을 주변의 산비탈과 강 언덕, 논두렁과 밭둑, 민가와 기찻길 옆은 매화가 만개하는 3월 중순이면 흰 눈이 내린 듯 온통 새하얗다. 낙동강 바람이 매화나무 가지를 흔들 때마다 겨울 함박눈 같은 꽃잎이 우수수 흩날리곤 한다.
원동면 원리 일대 매화밭은 70여 년 전인 일제강점기에 처음 조성됐다. 날씨가 따뜻하고 햇볕이 잘 드는 양지가 대부분이라 매화나무를 재배하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추었다고 한다. 원리에 속한 여러 자연부락 중에서도 원동, 관사, 삼정지 마을에 매화밭이 많다. 특히 바로 옆에 낙동강 물길과 KTX 열차가 질주하는 경부선 철길을 끼고 있는 삼정지마을의 순매원 풍광이 가장 인상적이다. 순매원 뒤쪽의 1022번 지방도변에서는 매화밭, 경부선 철도, 낙동강 물길이 하나로 어우러진 진풍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해마다 매화가 만개할 즈음엔 매화축제도 열리는데, 올해는 3월8~9일에 열린다. 하지만 개화의 절정은 3월15일 전후에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랜 옛날의 원동은 신라와 가락국의 국경에 자리했다. 당시 육로와 뱃길을 감독, 관리하는 작원관원(鵲院關院)이 자리잡고 있어 ‘원이 자리한 마을(洞)’이라는 뜻의 ‘원동’으로 불리게 됐다. 또한 조선시대에는 한양-충주-문경새재-청도 등을 거쳐 부산 동래까지 이어지는 영남대로 길목에 자리잡은 교통의 요지였다. 최근 옛 모습으로 복원된 작원관 건물은 원래 관리들의 숙소 겸 검문소로 사용하기 위해 지어졌다. 낙동강변의 작원나루를 오가는 사람과 화물에 대한 검문도 여기서 했다. 유사시에는 낙동강을 거슬러오는 왜군을 방어하는 요새로도 활용됐다고 한다.
밀양 삼랑진을 거쳐온 영남대로를 타고 삼랑진읍과 양산 원동면의 경계지점에 자리한 작원관을 통과하면 마침내 원동 땅에 들어설 수 있다. 원동에 들어선 뒤로는 비좁은 산길인 작천잔도, 주막집이 즐비하던 서룡리 신전마을, 수많은 행인이 발을 헛디뎌 낙동강에 떨어져 죽었다는 황산잔도 등을 통과해야 비로소 오늘날의 양산시 물금읍내에 당도한다.
토곡산과 낙동강 물길 기막힌 조화 … 천태사·웅연폭포도 일품
천태산 중턱 암벽 아래에 자리잡은 천태사 전경.
원동에서 삼랑진 방면으로 가려면 천태산(630m) 자락의 신불암고개를 넘어야 한다. 이 고갯길 중간의 병풍처럼 펼쳐진 암벽 아래에 천태사가 있다. 고풍스런 멋은 그리 느껴지지 않는 절집이지만, 주변 암봉과 여러 건물이 조화를 이뤄 지나는 길에 잠시 들러볼 만하다. 또는 절집 위쪽 암벽에서 40m 높이로 떨어지는 웅연폭포의 물줄기는 가슴을 뻥 뚫리게 할 만큼 시원스럽다.
천태산 산허리를 관통하는 신불암고개를 넘어서면 밀양 삼랑진 땅이다. 이곳에서 수도권으로 가려면 삼랑진IC를 통해 대구부산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낙동철교와 나란히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삼랑진교를 한번 건너보기를 권한다. 일제강점기에 완공된 이 다리는 ‘한국의 콰이강 다리’라고도 불린다. 사실 차량 두 대가 간신히 교행할 만큼 비좁아 왕래하기는 좀 불편한 다리다. 하지만 넓고 빠른 요즘의 다리에서는 맛볼 수 없는 여유와 낭만이 가득하다. 다리 위에 잠시 차를 세우고 강바람을 느껴본다. 차갑지 않은 강바람에 실려온 봄내음이 제법 풋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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