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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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위한 내기냐, 내기 위한 골프냐

  • 문승진/ 골프전문기자 moonseun@hanmail.net

    입력2005-03-04 14: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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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대 내기골프는 ‘도박이 아니므로 도박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결 때문에 골프계가 시끄럽다. 서울남부지법 이정렬 판사(형사6 단독)는 2월18일 거액을 걸고 수차례에 걸쳐 내기골프를 한 혐의(상습도박)로 기소된 이모씨(60) 등 4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승패에 ‘우연성’이 없는 만큼 도박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를 형법상 도박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게 판결 요지다.

    이를 두고 누리꾼(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각종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 대체로 응답자 중 85% 이상이 판결에 이의를 제기한다. 누리꾼들은 “정치자금이나 뇌물 등을 내기골프를 통해 건네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됐다”며 “아버지와 아들이 내기골프를 하면 상속세도 면제받을 수 있다”고 꼬집는다.

    상급심에서 판결이 뒤집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일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 일각에선 ‘신선한’ 판결이라는 평가도 있다. 대기업의 지원 아래 수억원대의 상금을 걸고 하는 운동경기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개인끼리 돈을 건 게임은 도박이라고 보는 사회적 통념(상식)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 판결이라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이러한 불공평을 사람들이 아무런 문제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지극히 국가주의적인 시각”이라며 “분명히 곱씹어볼 부분이 있는 판결”이라고 비아냥거린다.

    골프와 내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이 틀림없다. 골퍼들과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80% 이상이 내기를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기 애찬론자들은 “내기 없는 골프는 바 없는 자전거요, 단팥 없는 찐빵”이라고 말한다. 또한 개인 스포츠인 골프에서 적당한 수준의 내기는 집중력과 동기를 불어넣는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내기에서 많이 지면 질수록 골프 실력은 그에 비례해 는다며 내기의 순기능을 강조하기도 한다. 반대로 내기를 싫어하는 골퍼들은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자 도전의 연속인데 내기는 이러한 골프의 참정신에 거스른다”며 내기의 역기능을 역설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대부분의 골퍼들이 어떤 형태로든 내기를 즐기며, 내기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다.

    내기골프 가운데 가장 선호되고 있는 것은 스트로크 방식. 이 경기는 ‘1타에 얼마’ 식으로 타수 차이만큼 금액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기량 차가 나는 골퍼들끼리는 미리 ‘조정’(흔히 ‘핸디캡’을 주고받는다고 함)을 해서 동등한 조건으로 경기를 시작한다. 홀마다 일정액(스킨)을 걸어놓은 뒤 그 홀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내는 골퍼가 그 홀 스킨을 가져가고, 승자가 없으면 다음 홀로 이월되는 스킨스 게임도 흔히 즐기는 내기 방식이다. 동반자 4명의 기량 차가 많이 나 스트로크플레이나 스킨스 게임을 하기 어려울 때는 전 홀에서 1·4위가 한 팀이 되고, 2·3위를 한 골퍼가 한 팀이 되는 라스베이거스 방식도 즐겨 한다. 이밖에 한 라운드 18홀을 ‘전반, 후반, 합계’로 구분한 뒤 각각의 승패로 상금을 타가는 낫소 방식을 포함해 후세인, 어니스트 존 등의 내기 방식이 있다.



    이렇듯 골프에는 다양한 내기가 존재한다. 문제는 내기의 정도다. 일반의 상식과 정서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또한 내기에 빠져 골프의 참맛과 사람을 잃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될 것이다. 적당한 음주는 몸에 좋지만, 지나친 음주는 건강을 해친다는 격언이 골프 내기에도 해당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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