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형철 쿠팡플레이 축구 해설위원·EA SPORTS FC 한국어 해설. 조영철 기자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6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남아공과의 경기에서 0-1로 패함으로써 끝내 32강행이 좌절된 것에 대해 임형철 쿠팡플레이 축구 해설위원·EA SPORTS FC 한국어 해설은 이렇게 평가했다. 축구 팬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토너먼트 진출이 무산된 것뿐 아니라, 답답한 경기 내용과 그 원인으로 지목되는 홍명보 전 감독의 지도력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임 위원은 “남아공전 패배와 뒤이은 32강 탈락 결과를 보자 너무 당황스럽고 화가 나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토로했다. 6월 30일 임 위원을 만나 이번 월드컵에서 드러난 대한민국 대표팀의 문제점과 향후 개선 방안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이강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공격
남아공전에서 우리 대표팀이 보여준 모습에 “이기려는 의지가 있는가” “지고 있는데 왜 수비만 하느냐”는 지적도 나왔는데.“그럴 만하다. 0-1 스코어로 상대에게 끌려다닐 때는 어떻게든 득점을 시도해야 하는데, 홍 전 감독은 계속 백스리를 유지했다. 당장 선수 간 유기적인 움직임을 유도하거나 새로운 전술을 시도하기 어렵다면 공격수를 늘려서라도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해야 했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의 움직임은 마치 ‘골득실 –1만 유지하면 32강에 간다’고 계산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모두 알다시피 다른 조 3위 팀들의 선전으로 한국의 32강 진출은 최종 좌절됐다.”
조별리그 내내 비슷한 전술적 문제가 노출됐다.
“경기가 끝나고 남아공 대표팀 감독이 ‘한국이 예상한 그대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남아공은 낮은 수비 블록을 형성하고 좁은 간격으로 우리 측 공격을 틀어막았다. 홍 전 감독이 부임한 후 한국 대표팀은 주로 백스리를 쓰면서 3-2-4-1 혹은 3-4-2-1 포메이션을 보였는데, 이는 공을 가졌을 때 선수들 움직임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 남아공전만 봐도 이강인을 제외하면 상대의 밀집된 지역 수비를 돌파해 공간을 만드는 움직임이 부족했다. 그런데 평소 소속팀에서 보여주는 활약을 감안하면 선수들이 활발히 움직일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감독의 전술적 선택 결과라고 해석하는 게 자연스럽다. 체코전과 멕시코전에서 대표팀의 공격은 이강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단조로운 모습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남아공전에서 한국은 공을 오래 갖고도 공격 기회를 노리지 못한 반면, 상대가 공을 확보하는 순간 쉽게 위기에 노출됐다.”
이런 불안한 모습이 지역 예선 때부터 있었다고.
“홍명보호는 지난해 3월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7차전 오만전, 8차전 요르단전에서 모두 1-1 무승부를 거뒀다. 한 해 전인 2024년에는 9월 1차전과 11월 6차전에서 모두 팔레스타인에 0-0, 1-1로 비긴 바 있다. ‘아무리 아시아 국가의 축구 수준이 전반적으로 많이 올라왔다고 해도 한국이 이들 나라에 무승부를 거두는 게 말이 되느냐’는 우려가 컸다. 무엇보다 당시 무승부로 끝난 경기를 보면 전술 다양성 부족, 단조로운 공격 패턴, 불안한 세트피스 수비 등 홍명보호의 문제점이 모두 드러났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월드컵 조별리그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손흥민 조기 교체, 선발 제외도 문제
이번 월드컵을 복기할 때 특히 짚고 넘어갈 점은.“역시 손흥민 활용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 체코전 때 손흥민의 컨디션은 실제로 안 좋아 보였고 결과적으로 교체 카드가 적중했다. 반면 멕시코전에서 손흥민 교체 타이밍은 아무리 봐도 너무 일렀고, 조규성 교체 투입 후 팀 경기력이 살아난 것도 아니다. 게다가 남아공전 때는 손흥민이 선발에서 제외됐다. 손흥민 같은 에이스를 특별한 이유 없이 경기에서 일찌감치 교체하거나 아예 출전시키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다. 감독 외에는 이유를 쉽게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식 밖 일이었다.”
홍 전 감독과 선수들의 소통이 원활했을까.
“단적인 예로 남아공전 영상을 보면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수분 보충 휴식 시간) 때 이강인이 스태프들에게 ‘재성이 형 지금 들어와야 해’라고 말하는 듯한 입 모양을 한다.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선수들이 홍 전 감독이 끝내 출전시키지 않은 공격형 미드필더 이재성의 투입을 요구한 정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런 장면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번 월드컵 경기를 보면 감독과 선수 사이에 경기 계획에 대한 충분한 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홍 전 감독이 사임했음에도 논란은 계속되는 분위기다.
“홍 전 감독은 사임 기자회견에서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1분 30초가량 읽은 후 취재진 질문도 받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다. 단순히 사임 의사만 밝힐 게 아니라, 팬들에게 충분히 사과하고 실패 원인을 제대로 설명해야 했다. 이번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진행 중인 월드컵에서 많은 나라가 한국과 대비되는 멋진 활약을 펼치고 있다. 라이벌 일본만 해도 결국 패했지만 브라질과 잘 싸워 박수를 받지 않았나. 이처럼 우리 대표팀의 졸전이 다른 모범 사례와 계속 비교될 것 같다.”
한국 축구를 위해 제언하자면.
“당장 반년 뒤 아시안컵이 개막한다. 한국 대표팀이 우승을 노려야 하는 중요한 대회다. 이런 큰 대회를 앞두고 홍 전 감독은 또 실패했고 사퇴했다. 앞으로 한국 축구가 대표팀 감독 선임을 비롯해 풀어야 할 과제가 너무나 많다. 현실적으로 국내 지도자에게서 기적적인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우수한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특히 감독 선임 과정에선 절차를 무시한 독단적 결정이 이뤄져선 안 된다. 합당한 절차에 따라 뽑힌 새 감독이 대한민국 대표팀의 축구 철학과 전술을 재정립해야 한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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