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걷기는 신체 및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 GETTYIMAGES
걷기는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가까이에 좋은 사례가 있다. 내 아내는 1년 전부터 편도 3㎞ 직장을 걸어서 출근한다. 50분 정도 걸리는데, 이 습관을 들인 뒤 별도의 운동을 하지 않고도 혈압과 공복혈당, 중성지방 수치가 모두 개선됐다. 체중 변화는 크지 않지만 복부둘레와 체지방률이 감소했다. 무엇보다 피로감이 줄고 수면 질이 좋아졌다고 한다. 주변에서 “젊어졌다”는 얘기도 자주 듣는다. 이러한 변화가 계속 걷게 하는 동기 부여가 됐음은 물론이다.
걷기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2023년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대규모 메타분석에 따르면 하루 약 3800보만 걸어도 사망 위험이 유의미하게 감소한다. 8000~1만 보를 걸으면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하루 1000보씩 더 걸을 때마다 사망 위험이 10% 내외씩 감소하는 경향이 보고됐다. “1만 보를 채워야 효과가 있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중요한 것은 지금보다 좀 더 걷는 것이다.
습관이 건강을 만든다
걷기는 정신 건강을 지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걷기가 항우울제처럼 즉각적인 효과를 내는 건 아니지만, 많은 연구에서 규칙적인 걷기가 우울 증상을 낮추고 불안 감소에 도움을 준다는 결과가 확인됐다.나는 2008년 미국 UCLA 보건대학에서 연구년을 보내며 한국인과 재미동포의 건강행태를 비교 분석한 적이 있다. 당시 연구 결과 재미동포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유병률이 한국인보다 높았다. 양국의 식습관 차이와 더불어 또 한 가지 중요한 요인은 생활문화였다. 재미동포는 단거리도 자동차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였고, 그 결과 한국인에 비해 걷기 시간이 짧았다. 이 연구를 통해 환경이 행동을 만들고, 행동이 건강을 만든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중요한 건 일상의 습관이다. 나는 여유가 있을 때면 버스 서너 정거장 거리를 걸어서 퇴근한다. 걸은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컨디션을 비교하면 분명히 차이가 난다. 이렇게 걷기를 하려면 개인의 의지가 필요하다. 이후 그것을 지속하는 힘은 주변 환경에 달려 있다. 안전한 인도와 공원, 보행 친화적인 도시 설계가 뒷받침될 때 ‘걷기 결심’은 습관이 될 수 있다. 가장 값싸고 확실한 건강 투자는 우리의 의지와 발밑 환경이 만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