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학적 집단의 특성 따르지 않아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는 자신의 개성과 관심에 따라 차별화된 소비 패턴을 보이는 ‘옴니보어’ 소비자에 주목하고 있다. [GettyImages]
라이프 사이클, 연령, 세대, 성별에 관한 고정관념이 흔들리면서 육아휴직을 신청한 50대 부장, 스마트스토어로 용돈을 버는 고등학생, 야구 관람에 열광하는 30대 여성, 유튜브 추천 제품을 구매하려고 다이소에 가는 자산가 등 자신이 속한 집단의 고정관념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다. ‘나잇값을 한다’거나 ‘남성·여성스럽다’는 수식어는 옛말이 됐고, ‘공부에도 때가 있다’는 말 역시 설득력을 잃고 있다. 일례로 부산에 위치한 영산대는 시니어층 수요를 반영해 시니어모델학과를 개설했을 정도다.
이렇듯 옴니보어 시대의 잠재 고객은 인구학적 세그먼트로는 쉽게 정의되지 않으며, 특정 채널로 한정하기도 어렵다.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효과적으로 예측하려면 라이프스타일, 가치, 취향, 기분, 상황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활용해 소비자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이후 코어 타깃인 CoG(Center of Gravity·무게중심)를 추려 공략하면 성공적인 마케팅이 가능하다.
내년 한국의 소비 트렌드를 전망한 ‘트렌드 코리아 2025’. [미래의창 제공]
‘아주 보통의 하루’ 추구
매일 전쟁을 치르는 것처럼 불안하고 힘든 일상에서 #아보하와 함께 떠오르는 트렌드는 나에게 해롭지 않고, 자극이나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며, 반대하거나 비판할 생각이 들지 않는 ‘무해(無害)’한 것들이다. 푸바오처럼 작고 귀여운 순둥이 동물과 순진무구한 아기들, 현실세계를 최대한 작게 만든 앙증맞은 미니어처, 서툰 말씨와 대충 그린 이모티콘 등이 대표적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는 이처럼 작고 귀엽고 순수한 것들의 특성을 무해함으로 범주화하고, 이렇게 무해한 사물들의 준거력(사람들을 따르게 하는 힘)이 강해지는 현상을 ‘무해력’이라고 정리했다.
AI(인공지능) 로봇이 일상화될 만큼 디지털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우리는 엄연히 물질세계에 살고 있다. 사람들은 여전히 체감 가능한 무언가를 갈구하면서 보고, 만지고, 느끼고 싶어 한다. 이 때문에 특정 대상에 경험 가능한 물성을 부여해 매력도를 높이는 힘인 ‘물성매력’이 내년을 관통할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물성매력이란 영화 콘텐츠나 브랜드, 기술 등 추상적 분야에 오감을 총동원해 체감할 수 있는 속성을 부여함으로써 소비자로 하여금 인지적·정서적·행동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작용을 일컫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콘텐츠 물성화로, 대표적 사례가 6월 개봉했던 영화 ‘인사이드 아웃 2’의 백화점 팝업스토어다. 영화에서 감정 캐릭터들이 주인공 라일리의 머릿속을 오갈 때 생각기차를 타는데, 팝업스토어에서도 영화 속 다양한 장면을 공간으로 구성해 방문객들이 생각기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몰입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향후 디지털·가상·언택트 경제가 발달할수록 그 반작용으로 물성매력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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