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 공식 출범한 HS효성의 수장인 조현상 부회장은 같은 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형인 조현준 회장이 이끄는 효성그룹과 HS효성 간 계열 분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대해 조 부회장은 “계열 분리 시점은 날짜가 정해진 게 아직 없어 다시 한 번 (언론에) 말할 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조 부회장은 향후 그룹 차원의 인수합병(M&A)에 대한 견해도 내비쳤다. 그는 HS효성의 투자 및 M&A 계획에 대해 “M&A는 발생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M&A만으로 회사가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생 HS효성이 미래 먹을거리 사업을 탐색하는 가운데 적극적인 M&A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계열 분리 직후 무리한 덩치 불리기에 나서기보다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7월 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계열 분리, 프로세스 복잡”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3남인 조현상 부회장은 부친이 2017년 건강 문제로 일선에서 물러난 후 큰형 조현준 회장과 함께 효성그룹을 이끌어왔다. 6월 14일 효성그룹 주주총회에서 기존 지주사인 ㈜효성과 신설 지주사 HS효성을 7월 1일자로 분할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형제 경영의 일각을 맡았던 조 부회장이 신생 지주사 수장으로서 독자 경영에 나서게 된 것이다.
조 부회장의 HS효성은 HS효성첨단소재를 필두로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 HS효성홀딩스USA, HS효성더클래스, HS효성토요타, HS효성비나물류법인, 광주일보사 등 7개 계열사를 거느리게 됐다. 이들 계열사의 지난해 매출은 약 7조 원, 임직원은 1만여 명이다. 지난해 기준 자산은 약 5조 원으로, 향후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 대상 기업집단’ 자산 총계 기준(5조 원)을 넘을 공산이 크다. HS효성의 핵심 사업 회사는 유일한 상장사인 HS효성첨단소재다. 조 부회장이 2018년부터 직접 경영을 맡아온 회사이기도 하다. 폴리에스테르 타이어코드(타이어 보강 소재) 등 제품군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HS효성 계열사 중 자산 규모 2위인 HIS는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등 인공지능(AI) 신사업 분야에서 새로운 먹을거리를 탐색할 것으로 보인다.
1971년생인 조 부회장은 경복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교육학과를 다니던 중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로 옮겨 졸업했다. 이후 일본 마루베니 상사, 미국 베인앤드컴퍼니 등 해외 기업을 거쳐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효성그룹에 처음 입사해 구조조정 태스크포스에서 일했다. 경영인으로서 조 부회장은 HS효성첨단소재 전신인 효성 산업자재 퍼포먼스그룹(PG) 사장과 화학 PG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등을 지내며 그룹의 첨단소재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HS효성 첫 공식 행사로 열린 6월 27일 사내 ‘타운홀미팅’에서 조 부회장은 청바지와 후드집업 차림으로 그룹 비전을 직접 발표하고 임직원들과 질의응답에도 나섰다. 새 지주사 수장으로서 조 부회장이 천명한 캐치프레이즈는 ‘가치 또 같이’였다. 타운홀미팅에서 조 부회장은 “주주와 고객, HS효성 가족, 협력사,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가치 제고를 최우선으로 삼고 함께 성장하는 가치경영을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오너 간 지분 정리 과제
HS효성의 핵심 계열사 HS효성첨단소재가 입주해 있는 서울 마포구 효성그룹 사옥. [뉴스1]
계열 분리가 최종 마무리되는 시점과 조현상 부회장-조현준 회장 간 지분 정리 계획 등을 묻는 질문에 7월 3일 HS효성 관계자는 “정확한 계열 분리 시기는 아직 알 수 없으며, 지분정리는 개인 간 일이라 답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일각에선 과거 효성그룹 ‘형제의 난’으로 나머지 형제들과 각을 세웠던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상속재산 분할에 불복해 법적 대응을 구체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조 전 부사장은 2013년 효성그룹을 떠난 후 조현준 회장과 임원진의 횡령·배임 의혹을 주장하며 형제의 난을 촉발한 바 있다. 올해 3월 29일 별세한 조석래 명예회장은 유언장을 통해 아들들에게 “형제간 우애를 반드시 지켜달라”고 당부하며 조 전 부사장에게도 유류분이 넘는 유산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조 전 부사장 측이 “유언장의 입수, 형식, 내용 등 여러 측면에서 불분명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확인 및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혀 형제의 난이 재점화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다만 조 전 부사장이 가진 계열사 지분이 많지 않아 계열 분리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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